올 봄은 유난히 존재감이 없다. 아니, 존재감이 없지는 않다. 뭇남성의 마음을 설레이게 하고 보일듯 말듯 웃음을 주지만 결코 가까워질 수 없는 콧대높은 여인네처럼 겨우네 얼어있는 사람들의 애를 태운다. 꽃이 피는가 싶더니 비바람이 불고, 날이 풀리는가 싶으면 어느새 센 바람으로 옷깃을 여물게 한다.
여의도 벚꽃도 예년에 비해 정말 재미가 없었다. 그렇게 올 봄, 꽃은 없나보다 하고 실망할 즈음, 꽃천지에 다녀왔다.
너의 궁전이구나.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네 모습에 속이 다 시원했다.
찻길 옆,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거리에서 생뚱맞게 화단을 채우고 있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바람에 흔들거리는 네 모습은 편안하고 경쾌했다.
너는 한가득 웃음 머금고 재잘거리는 십대 소녀 처럼 맑고 밝았다.
나를 향해 손짓하는 가 싶어 다가서면 무심한 듯 다른 곳만 향하고 있었다.
그 옆에서 그저 나는 감탄하며 결코 오지 않을 것같았던 봄날을 들이 마시고 있었다.
햇살이 좀 더 밝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그야말로 배부른 투정인가 싶다.
그렇게라도 봄기운을 맞게 해준 네가 그저 고마울 뿐이다.
강화도 고려산은 해발 436미터의 나즈막한 산이다. 청련사를 들머리로 해서 한시간 정도면 정상에 다을 수 있다. 그리 높지 않아 아마도 인근 주민들이 산책삼아 오르는 곳인 것같다. 그래도 경사가 가파라서 올라가는 동안은 가뿐 숨을 몰아쉬게 한다.
고려산에 유독 사람이 몰리는 건 봄철이다. 고려산 정상 부근에 있는 진달래 군락지에는 드넓은 지역에 진달래가 가득해서 장관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진달래 축제를 하는 기간 동안에는 (특히 주말에는) 진달래 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는다. 미리 정보를 듣고 아침 7시반부터 산행을 시작해서 다행히 사람들에 떠밀려 오르는 산행은 피할 수 있었지만 내려오는 길은 밀려드는 인파와 맞서서 하산을 해야 했다.
그만큼 볼 만한 광경이었다. 온통 산을 뒤덮은 진달래. 이쁘고 당당했다. 도시에, 마을에 피어있는 진달래는 뭔가 다소곳하고 어딘지 주눅들어 슬픈 모습이었던 것같은데, 이 산에서는 진달래가 주인이었다.
그렇게 예쁜 꽃에 접사로 카메라를 가져가니 한껏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포즈를 취해 주었다.
올 봄, 겨울의 끝자락에서 봄은 보이지 않고 나를 움츠러들게 하는 날씨 때문에 을씨년 스러웠는데, 이 곳에서 봄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난주말에 갔을때 아직 피지 않은 봉우리가 많았다. 이번주에는 더욱 화사하고 화려한 그들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주말 산행, 어디로 갈지 정하지 못했다면 강추. 하지만, 방점은 "산행"에 있지 않고 "꽃구경"에 있다. 자칫 사람구경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일찍 서둘러야 한다는 것은 꼭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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