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주부터 만성 소화불량에 약간의 위염증세까지 보여 한의원에서 침을 몇 번 맞았더니 침 꽂았던 종아리와 발목 부위가 가끔 시큰 거린다. 손톱 밑의 상처 하나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별난 성격이니 어련하겠는가...
#2. 소화불량이면 한 두끼 굶으면 낫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는 듯하다. 세월이 흐른다는 것 -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고 아무리 외치고 싶어도 내 몸이 일깨워준다.
#3. 잠재 고객과의 미팅이 있어 삼성동 주변을 회사 소개서를 들고 걷고 있다. 6,7년전 기억들이 떠오른다. 아, 나는 6,7년을 거슬러가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말도 안되는 비교라고 생각하면서도 0.5초간의 주눅듦을 나는 놓치지 않는다.
#4. 회의 시간에 화난 듯 무표정으로 앉아 있는 사람을 보면 나는 본능적으로 신경이 쓰여 말을 하면서 눈치를 살핀다. 가끔은 말하기 싫고 듣고 싶을 때가 있음을 알면서도 상대의 표정변화를 감지하는 내가 부담스럽다.
나는 한때 내가 곰탱이처럼 둔하다고 생각했었다. 날카롭게 화를 내지도 못하고, 심지어 청룡열차를 타고 무서워도 눈만 질끔 감고 안전벨트를 쥔 손에 지나치게 힘을 줘서 손목이 아플지언정 감정을 밖으로 표출하는데 익숙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어느날 한의사가 진맥을 하더니 신경이 너무 예민하니 마음을 편히 가지라고 얘기해 주었는데, 나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보니 나름, 대단히 신경이 예민한 축에 속한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다. 사실 내가 제일 못하는 것이 진득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세월을 기다리는 일이다.
침 놓았던 부위의 일시적인 아픔이나 순간 순간 스스로가 초라해지는 느낌들, 그리고 늘 얼굴 마주하는 사람들의 일시적인 의기소침은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아픔이 아닐뿐더러 기억에도 남지 못하고 흘러가버린다.
얼핏 '예민' 보다는'둔감'이 더 크나큰 미덕이 아닐까하고 생각해본다. 한때는 "깨어있는 정신"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세대이기는 하지만 살다보면 둔감한 것이 사람을 푸근하게 만들어주고 감싸준다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비록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때로 서글프면서도 '둔감'해진만큼 넉넉해진다는 의미라면 참 좋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냥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에 지나지 않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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