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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튀기게(?) PT하는 동지들과 나누고픈 이야기

맛보기 2007/11/15 17:32
이런 얘기는 입밖으로 내어 담지를 못했습니다. 부끄러울 것은 없지만 자랑스런 얘기도 아닌 듯하고 또 아무리 목소리 높여 보았자 쉽사리 바뀔 것같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뭐 어떤 이야기라도 자유롭게 써도 되는 제 블로그가 있으니 그동안 속에 품어 두었던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저는 96년부터 6년간 홍보대행사를 운영했습니다. 지난해에도 잠시 홍보대행사에서 일했었죠. 기업들의 홍보 기능을 아웃소싱하는 컨설팅 + 에이전시의 모델이죠. 광고대행사나 웹에이전시, 기타 다른 대행사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홍보대행사 역시 경쟁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고객사를 유치하는 구조입니다. 기업이 예를들어 아웃소싱할 프로젝트가 생기면 3개사 정도의 관련 에이전시를 대상으로 비딩을 붙입니다. 프로젝트 내용을 알려주고 에이전시의 기획 및 실행 아이디어를 담은 제안서를 받는 것이지요.

계약관계에서 '갑'인 기업의 입장에서야 많은 대행사로부터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 손해볼 것 없다고 생각을 하겠지만 사실 대행사로서는 경쟁 제안과정이 너무나 지루하고 소모적입니다. 몇가지 생각나는대로 경쟁 프리젠테이션의 문제점을 들어 보겠습니다.

첫째, 대행사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불평등 구조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계약관계는 전적으로 '갑'에게 유리한 구조이지만 경쟁 프리젠테이션은 그 가운데서도 가장 불평등한 구조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대부분 에이전시는 시간당 인건비(Hourly Rate)를 기준으로 예산을 산정합니다. 한사람이 주 5일, 하루 8시간씩 일한다고 하면 일주일에 40시간, 한달에 160시간 내외를 활용해서 수익을 내야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쟁 제안에 참여하는 시간에 대해서는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합니다. 프로젝트의 계약액을 따기 위해 벌이는 일종의 영업/마케팅 비용이 되는 것이지요. 제가 이전에 제안에 참여하는 시간을 인건비로 환산해 본 일이 있는데, 대략 250 - 300 만원 정도가 됩니다. 그만큼 집중적으로 시간이 많이 투여되는 작업이죠.

만약 제안에 참여했다가 떨어질 경우 고스란히 그 비용은 버리는 것이 됩니다. 만약 한 회사에서 한달에 제안을 3, 4건 참여 한다면 대략 1천만원 이상을 쓰는 셈이 됩니다. (모두 떨어진다면 참으로 참담한 일일 겁니다.) 기업들에서 가능하면 많은 대행사의 아이디어를 보고 선택을 하고 싶어 하다보니 경쟁 제안이 많아지고 한 회사당 참여횟수도 많아 지죠.

이런 부분에 대해 대행사 내부에서는 간혹 문제를 제기하는 소리도 있고 일부에서는 제안에 참여해서 채택이 되지 않을 경우는 rejection fee를 받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대행사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환경에서는 꿈같은 얘기일 뿐입니다. 그냥 '에이전시 비즈니스'의 한계려니 하고 체념하는 수밖에요.

그래서 일부 대행사에서는 자신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경쟁 제안에 참여를 하지 않고, 새로운 고객 유치 보다 기존 고객 유지에 힘을 쏟는 등의 나름대로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둘째, 대행사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이 구조는 결과적으로 에이전시를 활용하는 기업들에게도 피해를 주게 됩니다. 보통 에이전시들이 경쟁 제안을 들어갈때는 반드시 채택이 돼야하기 때문에 회사의 대표주자를 내세웁니다. 혹은 매니저급 이상의 인력이 상당부분 제안 과정에 참여하게 됩니다.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보통 매니저-실무 담당의 팀으로 구성된 서비스 팀의 지원을 받게 되고 특히 경험이 많은 매니저급의 프로페셔널한 컨설팅이 정말 중요한데, 매니저들은 제안 때 보고 분기에 한번 얼굴보기도 힘든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매니저는 회사를 유지 하기 위해 다른 경쟁제안에 참여하느라 바쁜 것이지요.

겉으로는 대단히 '을'에만 불리해 보이는 관행이 구조적으로는 모두 다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죠.

이를 바꿔볼 묘안이 있느냐..고 물으신다면, 사실 완벽한 답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리젝션 피는 정말 이상적인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제안의 내용을 간소화 시키고 가능하면 실무 담당들과의 브레인스토밍류의 세션을 진행한다면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담당자들의 업무에 대한 이해도와 성향등도 알수 있고 대행사의 입장에서도 훨씬 시간을 벌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경쟁 제안서는 화려했으나 실무 담당의 업무능력이 기대에 못미쳐 속앓이를 했던 경험이 있다면 어쩌면 위의 대안이 더욱 실속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미디어U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블로그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컨설팅을 합니다. 물론 아직 경쟁 제안을 들어가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이런 류의 일을 하는 회사가 많지 않다보니 기업 블로그의 효용성에 대한 '설득'이 더욱 중요한 포인트가 됩니다. 상대적으로 대행사의 맘고생은 덜한 편이죠.

하지만 몇번 기업에 제안서를 내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홍보대행사 때의 기억이 살아나서 적어본 것이죠.

중요한 것은, 이제 기업 환경이 복잡해져서 갑-을의 단선적인 구조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이죠. 기업 입장에서도 좋은 대행사를 파트너로 고르기 위해서 생각해보아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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