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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 웨이(Sideways, 2004)가 좋은 세가지 이유

산에오르기 2007/11/19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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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이드 웨이(Sideways)'를 만난건 블로그를 통해서였다.

블로그 코리아 와인채널에 신어지님이 링크 걸어주신 '사이드웨이가 말하는 와인마시는법'이라는 글과 '보졸레누보와 사이드웨이'를 읽고는 어떤 영화인지 궁금해서 견딜수가 없어 주말에 보았다. (어떻게? 냐고 묻지 말아 주세요)

평판 좋은, 잘 숙성된 포도주를 마시는 것처럼 영화는 과연 구성도 좋고 감동적이었다. 그런데 특별히 내가 이 영화에 젖어들 수밖에 없었던 남다른 이유가 있었다.

첫번째는 역시 와인 이야기라는 것.  
이제까지 와인이 등장하는 영화는 많았지만 사이드웨이 처럼 와인이 주요 모티브가 되는 영화는 처음인 것같다. 영화의 두 주인공 마일즈와 잭은 잭의 결혼을 앞두고 둘만의 여행을 떠나는데 다름아닌 캘리포니아 센트럴 코스트의 와이너리 투어를 하게 된다. 여행길에서 만난 마야와 스테파니라는 두 여성 역시 상당한 와인 애호가들이다.

처음 두 친구가 여행을 떠나는 장면 부터도 와인얘기로 시작한다. 마일즈는 둘 만의 여행을 위해 좋은 스파클링 와인 (내가 알지 못하는 브랜드였기 때문에 샴페인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_-) (다시 보니)  바이런(Byren) 1992년 (자료 찾아보니 바이런은 주인공들이 와인여행을 떠나는 산타 바바라 지역의 와인 생산지역 이라고 합니다)을 준비한다. 잭이 무작정 병마개를 따서 한잔 하면서 여행길을 시작하는데 마일즈는 피노 100%로 만들어진 좋은 스파클링 와인임을 강조한다. 잭의 반응 : "피노로 만들어졌는데 왜 색깔이 이래?" 마일즈의 대답: 이 무식한 것. 적포도주의 색은 껍질에서 나오는 거야. 이 스파클링 와인은 껍질을 벗겨내고 과육만으로 만든 거라고! (내가 기억하는 대사이므로 실제 wording은 다를수도 있음) - 아마 샴페인, 특히 좋은 샴페인 가운데 피노느와를 섞어 만든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을 듯..

그리고 대단히 중요한 대화 가운데 마일즈와 마야가 서로의 와인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장면이 있다. 마일즈는 특별히 피노느와에 집착하는 이유를, 피노느와는 'surviver'의 와인이 아니다. 껍질이 얇고 기후에 민감해서 사람의 세심한 보살핌과 관심만이 좋은 피노느와를 생산해낼 수 있다는 것으로 설명했다.

이어 마일즈가 마야에게 왜 와인을 좋아하냐고 물었을때 마야는 이렇게 대답한다. (이 부분 역시 내가 기억하는 내용임) "처음에는 그냥 와인을 마시게 되었는데 내가 미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러다보니 점점 와인에 빠져 들었죠. 무엇보다 와인은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사실이 좋아요. 매일 조금씩 발전을 하죠. 포도를 수확해서 병에 넣은 순간 부터도 와인은 살아있는 것처럼 조금씩 변화해 나갑니다. 오늘 와인을 따는 것과 내일 와인을 따는 것은 맛이 다르죠. 저는 가끔 와인을 보면서 와인이 수확된 그 해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지, 와인을 길러낸 사람들은 누구였는지, 혹은 무척 오래된 와인이라면 그들 중 일부는 세상을 떠났겠구나.. 그런 생각도 하죠."

비록 마야 만큼의 미각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지만, 나도 가끔씩 와인을 따면서 와인이 만들어진 해에 나는 무엇을 했던지, 과거를 떠올리고 현재와 연결시키고, 그 와인을 만든 사람들을 궁금해 하곤 했다. 그래서 더더욱 영화를 보는 내내 대사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못했나 보다.

둘째는 캘리포니아의 해변을 달리는 이 영화에는 곳곳에 나의 추억을 담고 있기에...
샌디에고에서 시작해서 5번도로를 달려 잭이 살고 있는 LA로 올라가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영화에는 405에서 보이는 홀리데이 인의 모습, 옥스나드, 산타 바바라 카운티, 솔뱅 등 곳곳에 나의 발자욱을 담고 있다... 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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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는 역시 이 영화에서 전편에서 사람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두 주인공은 화려한 성공을 거둔 사람들도 아니고 능력이 출중한 사람들도, 혹은 외모가 뛰어나지도 않았다. 심지어 젊지도 않다. 일은 잘 안풀리고, 주눅들고, 그러면서 적당히 거짓말도 하고, 노력하지만 거듭 좌절하고, 무기력해지고, 그러면서 사랑에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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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런 것이 아닐까. 우리의 삶은. 캘리포니아의 눈이 부시게 찬란한 바다와 하늘과 태양 처럼 결코 화려하고 멋지지 못하지만, 그 환경이 키워내는 포도를 심고 키워내서, 와인을 만들고 와인이 무르익는 것처럼 순간 순간, 하루 하루의 일상을 보내고, 그러다 어쩌다 맘에 맞는 사람을 만나고, 가슴을 적시는 와인을 만났을때 그 태양과 하늘을 비로서 가슴에 품을 수 있는...

일상의 지루함과 어쩌다 가지게 되는 소중한 찬란함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해주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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