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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는 홍보실의 블랙박스?


블로그스피어에 찬 물을 끼얹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블로그 커뮤니티는 기업에서 홍보를 담당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나잇메어(nightmare, 악몽)이다. 너무 표현이 격한가? 그렇담 속을 알 수 없는 블랙박스(black-box) 정도로 지칭하기로 하자. 다양한 형태의 기업에서, 다양한 직책에서 홍보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현재 당면한 가장 큰 이슈가 무엇이냐고 묻는 다면 공통적으로 나올 대답은 블로그 환경에 대한 대처일 것이다.

이 글은 대한민국 대표 홍보맨 홍대리를 위한 것이다. 왜 그토록 블로그가 두려운 건지, 그 실체를 함께 이해하기 위함이다. 아무리 두려워도, 실체를 이해해야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 아닌가?

홍보실의 업무 흐름을 대략 나누면 정보수집 (사내외) 홍보 메시지 확정 (대내외적으로 알릴 사안에 대한 결정) 자료 작성 자료 배포 모니터링 (자료가 오류없이 게재됐는지, 혹은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됐는지에 대한 확인 및 업계/경쟁사 동향 분석) 등으로 단순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보의 배포 vs. 분출


몇 십개의 일부 중앙지 중심으로 홍보의 많은 부분이 이루어지던 과거에는 정보수집 및 홍보 메시지 확정 과정에서 얼마나 미디어의 기자들과 잘 커뮤니케이션 하는가에 따라서 나머지 일들이 손쉽게 풀리는 어느 정도는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신문사에는 기업들을 담당하는 기자가 (많은 경우) 정해져 있었고 일부 기업을 꿰차고 있는 담당 기자들은 언제쯤 어떤 내용이 발표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그러니 소위 미디어 릴레이션이라고 하는 기자들과의 관계 유지가 홍보 활동의 질을 결정짓는 너무나도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물론 이 업무도 결코 단순하지는 않다. 생각해보라. 세상에 얼마나 많은 미디어가 존재하는가? 신문만 어림잡아도 (인터넷 신문을 모두 포함하면) 100개가 넘은 것이다. 물론 사안에 따라 정보(보통 보도자료형태의)를 배포할 매체를 간추리고 나면 2, 30개 내외로 정리가 되지만 일일이 대화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보도자료 이외의 미디어들의 취재 응대를 하고 사내 보고하고 전략을 수립하고, 일은 끝이 없다. 더군다나 기본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일이기 때문에 더더욱 쉽지 않은 일들이다.


블로그가 두려운 홍대리


그런데, 모든 시련을 딛고 홍보 업무의 정상에 우뚝서 대한민국 대표 홍보맨이 된 홍대리가 두려워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블로그다. 블로그가 두려운 이유는 정보의 마구잡이식 분출 때문이다. 블로그는 언제 어디서 어떤 이슈가 튀어 나올지 모른다. 초기 인터넷 사용자들이 댓글을 달아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통로에 관여했던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블로그의 주제는 너무 폭넓어서 때로 홍대리가 상상하기 어려웠던 것들도 많이 있다. 또한 블로거 가운데는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뛰어난 분석능력을 갖추고 열성 독자층을 확보한 사람들도 많이 있다. , 이쯤되면 블로그를 진정한 1인 미디어로 대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수만 (혹은 수십만?) 의 블로그와 어떻게 소통하면 되겠는가. 정말 산뜻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끝없는 질문의 연속일 뿐이다.


일례로, 최근에 블로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던 싸이월드의 파이어 폭스 로고 변형건에 대해 홍대리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싸이월드의 일부 기능을 파이어폭스에서는 볼 수 없다는 공지를 파이어폭스 로고를 활용해서 파이어폭스 사용자층의 화를 돋우었으며 이를 다룬 블로그 글들로 인해 며칠간 블로그스피어가 떠들썩했었다.


예전 같으면 이 같은 문제는 홍대리가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었을 사안이다. 한 미디어에서 문제 삼았다고 하더라도 취재과정에서 홍대리의 레이더에 걸렸을 것이고 홍대리의 탁월한 미디어 관계로 큰 문제 없이 넘어갔을 것이다. 그렇다고 홍대리의 일이 잘못된 일을 숨기는 것이라고 오해하지 말기를 바란다. 이전 메커니즘이 수용될 수 있었던 것은 미디어가 속한 사회에 하루 동안 필요한 한정된 정보량과 상대적인 정보 가치의 상관관계 때문이었다.

예전에는 고작 수십개 신문에 실리는 기사 몇백개가 이 사회에 공급되는 하루 정보량이었다. 상대적인 정보의 가치로 보자면 싸이월드의 이 사안은 그렇게 신선한 것도, 엄청나게 중요한 것도 아니므로 넘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블로그 세상에서는 예전에 비하면 수십배로 정보량이 늘어났다. 어떤 것도 상대적인 가치로 인해 탈락되지 않는다. 어느 누구도 정보 가치를 정해 주지 않는다. 그 가치는 정보를 공유하는 사회 구성원의 반응으로 평가된다.


"홍대리, 당신에겐 블로그가 필요해"

자 그러면 홍대리는 이 사안을 어떻게 다루어야 했을까. 홍보활동에 딱 떨어지는 정답이란 없지만, 아마 기업(싸이월드) 입장에서 이 사안의 쟁점을 분석하고 혹시 실수가 있었다면 인정하고, 어떤 방향으로든 사내에서 이 사안에 대해 진행중인 내용이 있으면 밝히는 글을 블로그스피어에 올리는 것이 홍보 담당의 수순이었을 것이다. 혹시 잘 못된 이해를 바탕으로 글을 포스팅하는 블로거가 있다면 공개적으로, 혹은 개인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도 필요했을 것이다.


홍대리가 블로그에서 번지는 이슈(특히 부정적일 경우)에 대해 엄두를 못내고 두려워 하는 것은, 블로그에서 정보가 전파되는 것이 이제까지 홍보실에서 익숙했던 정보 배포의 모델이 아니기 때문이다. 회사가 중심이 되어서 정보를 원하는 곳에 배포하던 시절에는 미디어의 성격과 담당 기자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기업의 메시지를 잘 정리하여 전달하면 되었지만, 수많은 경로로 정보가 분출되는 블로그 세상에서는 기존 방식의 일대일 관리가 거의 불가능하다. 좀더 세밀한 정보의 수집과 모니터링을 바탕으로 일관되게 기업의 활동방향을 소개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홍대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블로그 만들기이다. 그리고 블로그스피어에 맞는 방식과 규칙으로 이슈를 재관찰하고 평가하는 일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발을 담그라. 그래야 블로거들의 입장에서 동등하게 커뮤니케이션 할 것이 아닌가.

                       <새로운 환경에서의 메시지 전달통로: 정보의 분출>

                         Source: Neville Hopson, ‘New Media Ecosystem’

일과 연극 l 2006/10/30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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