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골프를 좋아하는 이유는, (아마추어인 나에게) 골프는 결코 맘먹은 대로 되지 않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운동이건 일정한 경지에 이르기까지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법이지만 골프란 더더욱 그런 것이다.
처음 골프채를 잡고 풀스윙을 할줄 알게 되고 공이 경쾌하게 맞아 하늘을 가르고 날아가는 모습을 보면 세상 다 얻은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러나 필드에 나가면 그것이 곧 일년 열두달 가운데 어쩌다 운좋은 하루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조금 더 연습하면, 어느 날엔가 기가 막히게 드라이버와 우드샷을 날리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어프로치 샷에서 가끔 미스가 나서 결국 점수는 그런대로 평균이 되어 버린다. 그럼 열심히 어프로치를 연습한다. 30야드, 50야드, 각각에 맞는 몸의 감각을 익힌다. 퍼팅도 마찬가지. 그러던 어느날, 어프로치 샷이 환상적으로 홀에 붙고 퍼팅 감각도 최고를 느낀다. 하지만! 그런 날일수록 우드가 하키시대로 돌아간다는 것.
내게 골프를 가르쳐준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다 말씀 하셨다. 그러다가 어느날 모든 것이 맞기 시작한다고. 아직.. 그날이 현실로 다가오지 못한 내게, 늘 골프는 맘 먹은대로 안되는 운동일 뿐이다.
그래서 가끔은 '거꾸로' 전법을 쓴다. 정말 드라이버 샷이 맞지 않을대, 우드가 엉망일때는 그냥 아무 생각없이 연습 스윙도 하지 않은채 쳐버린다. 가끔씩 그러면 오히려 평균 이상은 치는 경우가 있다.
곤지암에 있는 Rexfield Country Club은 쉽지 않은 코스로 통한다. 특히 Lake 코스 7번홀은 파3 홀인데 사진 위에서 보이듯이 그린 주변이 모드 검은색 모래로 되어있다. 온그린 하거나 아니면 세컨 샷은 벙커샷을 (그것도 검은 모래 벙커에서) 쳐야 한다.
나는 처음 Rexfield를 갔으므로 검은 모래에 대한 부담이 없었기 때문에 (사실 가까이 가기 전까지 저것이 검은 모래 벙커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음) 그냥 아무생각 없이 티샷을 쳤다. 5번 우드로 친 샷은 그러나 정확하게 맞지 않았고 (보통 120야드 정도를 보내는데 비해, 내 기억으로 저 거리는 130야드가 넘었다) 왼쪽 바위를 맞춰 그 반작용으로 튀어나와 온 그린이 되었다. 홀까지는 여전히 제법 멀었으나 파를 기록할 수 있었다.
힘을 빼고, 골프공을 치겠다는 생각대신, 몸의 근육의 기억으로 골프 채를 정중앙에 가져다 놓는다는 기분으로 스윙하라. 특히 눈 앞에 어려움이 있을 때는 그것을 인지하지 않으려 노력하라. 쉽지 않은 이 지침들은, 일상 생활에서도 어려움을 이기는 좋은 전략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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