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epilogue... 블로그를 한동안 방치했더니 너무 썰렁하군요.. 어렵게 휴가를 내어 LA에 와있습니다. 서울 생각 잊고 쉬기로 작정하고 휴가에 나섰지만, 마음이 서울로 향하는 것은 어쩔수가 없나 봅니다. LA 시간과 서울 시간을 마구 헷갈려 가며 일주일 남짓 보냈습니다. 이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LA에서 지낸 일들을 블로그에 담아 보려 합니다. 우선, 잊을수 없는 조용필 공연 부터 시작할까요..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조용필을 LA에서 만났다.

우연히 휴가일정과 겹쳐 조용필 LA 공연을 이곳에서 보게 된 것이다. LA시간으로 8월 9일 저녁 7시. 노키아 씨어터에서 조용필의 노래인생 40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가 있었다. 진짜 '단발머리' 시절인 80년부터 28년간 조용필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로 남아있다. 마지막 교복세대로 나름 범생이로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지만, 조용필이 나오는 TV 프로그램은 야간 자율학습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집으로 달려와 보았던 기억이 있다. 80년부터 조용필의 거의 모든 앨범을 샀으며, 조용필에 관한 책, 온갖 사진, 기사 스크랩을 모았던 기억이 있으니 나름 열성팬이라 자부할 만 하다.

유학오기 전까지는 조용필의 예술의 전당 공연을 매년 챙겨 보기도 했었는데, 이번 공연은 정말 오랫만에 만나는 조용필 공연이었다. 엄밀히 얘기하자면 공연을 '관람'한 것이지만, 굳이 '만남'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공연장에서의 두시간여를 있다보면, 조용필과 대화를 나눈 것같은 느낌이 든다. 조용필의 얘기를 듣고, 노래를 듣고, 함께 노래를 부르고, 환호를 외치다 보면, 조용필이 왜 40년간을 노래에 빠져 살았는지를 자연히 알 것같다. 그리고 그가 얼마나 노래를 좋아하고, 관중 속에서 노래하는 것 자체를 즐기는지를 느낄수 있다.

조용필 공연을 6-7년만에 다시 보니,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하지만 무대에서의 그의 열정과 목소리의 힘은 나이를 무색케했다. 포도주가 세월을 견디며 숙성되어 부드러움과 힘이 강해지는 것처럼, 조용필의 노래 또한 세월과 함께 더 삶의 색깔을 부드럽게, 선명하게, 따뜻하게 전해주었다.

이번 공연에서 몇가지 "특별히" 감동적인 부분이 있었다. 공연 도중 조용필은 '창밖의 여자'와 '정'을 육성으로 불렀다.  수천명의 관객을 가득 메운 노키아 씨어터 무대에서 육성으로 노래의 혼을 전했다. 숨죽인 공연장, 무대에서 육성으로 전해지는 부드러운 힘. 노래와 관객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조용필의 마음과 당찬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앵콜 무대. 이번 공연의 주요 주제라고도 할 수 있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들으면서 나는 공연장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날 조용필이 들려준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그 자체로 노래 인생 40년을 말해주는 것같았다.

그는 무작성 노래가 좋아서 미8군 무대에 섰으며, 잠시 유명세를 타는가 했다가 다시 대마초 사건으로 좌절을 맞았다. 오랜 고통의 세월을 딛고 소위 오빠 부대를 모으며 최정상에도 서보았던, 그러면서도 대중들의 스타이기 때문에 부딪쳐야 했던 어려움들, 두번의 결혼과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내는 아픔, 노래와 무대 밖에는 남아있지 않은 고독한 삶... 그 굴곡과 영광과, 인기와 외로움등을 노래에 고스란히 담아내었다. '감동'이라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 이상의 무엇이 있었다.

적지 않은 세월을 살아온 나도 뭔가 저렇게 즐겁게 일하며 늙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당당하게 말이다.  

Trackback URL : http://www.sunblogged.com/trackback/223 관련글 쓰기

  1. 2008. 08. 17 - 보고 듣고 느낀 한마디

    Tracked from 오선지위의 딱정벌레 2008/08/20 12:25 Delete
    00_ 나의 길 - 조용필 조용필 - 나의 길 조용필 - 나의 길 내가 음악을 하고 노래를 하겠다고 했을 때, 어머니는 그 날 내가 두 번째 길을 잃었다고 하셨습니다. 나는 두 번이 아니라, 사실은 세 번 네 번, 아니 수십번이나 이 세상에서 미아가 되었습니다. 잃어버린 길을 다시 찾고 또 잃어버렸습니다. 어머니는 늘 길을 조심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한 발자국만 틀려도 우리는 서로 딴 곳으로 헤어진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어머니 낯선 길은 언제나 절..
  1. BlogIcon Todd

    | 2008/08/16 19:36 | PERMALINK | EDIT | REPLY |

    자신이 원하는걸 즐겁게 하면서 늙어간다는건 누구나 다 부러워하는 것인것 같습니다. 그가 물질적인 상태가 어떠냐를 떠나서도요. 저도 그렇게 살고 싶어하고, 그러고자 노력하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 것도 아니죠.

    나이 상 조용필씨 노래를 자주 접할수가 없는데, 글을 읽다보니 대략 어떤 느낌으로 와닿는지 감이 오는것 같습니다- :)

  2. BlogIcon easysun

    | 2008/08/17 01:33 | PERMALINK | EDIT |

    나이에 상관없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은 중요하겠지만, 특히 그러면서 늙어갈수 있다는 것은 행운인 듯합니다. 나이 앞에 사실, 우리는 종종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아야 한다는 진실을 잊곤 하니까요..

  3. BlogIcon 한방블르스

    | 2008/08/16 20:58 | PERMALINK | EDIT | REPLY |

    '정'을 이야기하니 옛 추억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그를 처음 실물로 본 것은 부산의 ㅋ호텔 나이트에서 처음이었는데 참 세월이 유수와 갔습니다.

    조용필은 술자리에서 듣는 것이 최고라 생각하는데 공연은 아직이라...
    한국에서가 아니라 LA에서라 더 감회가 컷겠군요. 내년에는 갈 수 있을려나 모르겟군요.. 같이 사는 여자랑 취향이 틀려서..

  4. BlogIcon easysun

    | 2008/08/17 01:34 | PERMALINK | EDIT |

    공연 강추입니다. 술자리에서 듣는 것 이상의 감동이 있습니다^^

  5. BlogIcon 용감한티카

    | 2008/08/17 21:57 | PERMALINK | EDIT | REPLY |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 3~4년여전 부터 연말 예술의전당 공연을 않하시던데...
    한번 꼭 보고 싶네요.
    근데 너무 비싼게 흠이라는... ㅠㅠ;;
    (티켓 한장이 1년 문화비 예산보다 많은 것 같아요.)

  6. BlogIcon easysun

    | 2008/08/18 02:58 | PERMALINK | EDIT |

    예술의 전당에서는 안해도 전국을 순회하면서 늘 공연을 한다고 하더라구요.. 티켓값이 좀 비싸기는 하죠. 그래도 그만한 가치는 있는 것 같아요..^^

Write your message and submit
« PREV : 1 : ... 151 : 152 : 153 : 154 : 155 : 156 : 157 : 158 : 159 : ... 365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