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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에서 돌아온지 이틀째. 서울시간으로 오후 4시면 LA는 전날밤 12시. 그러다보니 오후 2시를 넘기는 시간 부터는 잠이 오기 시작한다. 오늘도 점심 먹을 때부터 하품을 연속적으로 하다가 두건의 외부 미팅을 어떻게 치렀는지도 모르게 하루를 보냈다. 이쯤 되면 사실 뇌기능이 활발하지 않아 생각이 발전이 되지 않는다.

비행기 여행이 보편화되고 운송수단이 발달하면서 '지구촌'이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세계 어느 곳이나 몇시간 날아가면 갈 수 있게 됐다. LA만하더도 드넓은 태평양을 건너서 하염없이 떨어진 곳을 열두시간이면 닿을수 있게 됐다. 하루의 절반만 투자하면 되는 것이다.

개념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LA와 서울이 서로 다른 시간대와 서로 다른 규칙으로 움직이는 것을 '몸'은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그게 바로 '시차'이다. 시차를 극복하기 위해서 한때는 멜라토닌을 먹기도 했다. 멜라토닌은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으로 해가 지면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것인데, 그것을 외부적으로 투입해서 잠이 오도록 하는 것이다. 몇년전이긴 하지만 제법 효과가 있었던 것같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멜라토닌의 판매가 허용이 안된다고 하니, 그런 강제적인 방법을 쓸수도 없고 시차는 결국 노력을 통해 몸이 빨리 적응하도록 만들어 줄수밖에 없어졌다.

'시차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검색을 하면 가지 각색의 아이디어들이 다 나온다. 물을 많이 먹으라는 것이 빠지지 않는 방법이고 심지어는 여행 이틀전부터 여행국의 시차에 맞춰 잠자는 시간을 조정하는 등의 복잡다난한 방법까지 동원이 된다. 과학적으로 들리긴 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걸 할 수 있을까 싶다.

나만의 시차 극복방법은 그리 복잡하진 않다. 일단 비행기를 타면 현지 시간에 맞춰 행동을 한다. LA로 떠날땐 오후 3시 비행기를 탔는데, LA는 전날 오후 11시이므로 아예 시계도 미리 돌려놓고 심리적으로 11시라고 생각하며 잠을 청한다. 이때 목받침대와 눈가리개가 상당히 도움이 되는 소품들이다.

그리고 또하나의 방법은, 시차때문에 중간에 잠을 깨도 절대 일어나서 돌아다니지 않는다. 새벽에 잠을 깨도 눈을 감고 다시 자려고 노력한다. 적어도 자는 척이라도 한다. 몸의 시간 보다는 환경의 시간을 중시해준다.

오늘 오후를 시차로 정신이 멍한 채 보내면서, 문득 어제 저녁에 아들과의 말싸움이 생각났다. 이제 벌써 머리가 커간다고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는 그아이의 주장 앞에서 나는 내내 '엄마'에 충실한 답변밖에는 하지 못했고, 내 진심을 받아주지 않는 그 아이가 서운하고 답답했다. 시차로 몸이 피곤해서 더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아들과 나의 의견차이, 생각차이 또한 또다른 의미의 '시차'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과 LA의 시간대가 다르고 다른 주기로 움직이는 것처럼 아들과 나는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나는 사십대의 정서를, 그아이는 열일곱 '질풍노도'의 시기의 정서를 가지고 있는 만큼 서로가 시차를 느끼는 것이 너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세대간의 차이에는 '멜라토닌'과 같은 호르몬제도 없을 것이고 시차에 몸이 적응하도록 돕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같다.  

시차에 적응하기 위해 내 몸이 느끼는 시간대보다 주변 환경의 시간대에 맞추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사십년을 넘게 살아온 내 생각과 가치관 보다 그 아이의 입장을 더 고려해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결국 차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유연해지는 수밖에는 없을 것같다. 시차이든 세대차이든, 나와 다른 것을 받아 들이는 것은 쉽지 않을 뿐이다.







와인과 치즈 l 2008/08/21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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