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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을 마실때 알콜과 단맛이 나는 이런 저런 재료들을 섞어 이쁘게 꾸민 이름도 거창한 류를 별로 즐기지 않는지라 바(Bar)에 가게 되면 늘 멋진 이름의 칵테일 대신, 'whisky on the rocks'를 마시곤 한다. 위스키의 진하고 독한 향이 얼음에 배고 녹아 만들어내는 그 부드러운 맛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위스키는 스트레이트로 마실때 사람을 긴장시키는 독한 향이 있지만 이 알콜의 맛이 얼음과 융화되면서 사람의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사실 따지고 보면 위스키 뿐 아니다. 무엇이든 음료는 얼음을 약간 넣으면 원래 가지고 있던 맛과 향을 다치지 않으면서 훨씬 부드럽고 상쾌해져서 (차가워지기 때문) 마시기 좋은 것으로 변한다. 마시기 좋다는 것은 상대를 좀 더 포용한다는 뜻이고 좀 더 친근하다는 의미일 듯하다.

그냥 맹물과 얼음이 다른 점은, 그런 것 같다. 물은.. 좀 더 즉각적으로 맛을 희석시키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엷게 만드는 것이고, 얼음은 훨씬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맛을 돋우고 향을 전달한다는 느낌을 늘 받게 된다. 비단 whisky-on-the-rocks 뿐아니라 얼음 콜라, 얼음을 넣은 요쿠르트를 더 좋아한다. 그것은 얼음이 가진 차가움 때문만은 아니다. 얼음이 융화하고 화합하며 만들어 내는 조금은 다른 맛을 즐기고 싶어서 인 것이다.

오늘도 커피 메이커에서 몇시간을 보낸 식은 커피를 얼음을 띄워 마시니 연해진 커피맛이 독특한 시원함을 안겨 주었다. 그러면서 나이를 먹고 세월을 배워 간다는 것이 얼음 한덩이 띄운 것과 비슷하다는, 비슷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세월의 심술에 젊음의 빛이 바래고 주름살도, 흰머리도 늘어가지만, 그리고 젊은 날의 탄력도 잃어가지만, 얼음이 만들어 내는 조금은 엷지만, 투명하고 부드러운 맛이 그렇게 세월 속에서 배어났으면 좋겠다.


와인과 치즈 l 2006/11/26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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