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오늘 오전 일정이 급하게 취소가 되는 바람(혹은 덕분)에 이번주 처음으로 여유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들이 준 빼빼로를 먹고 있자니 갑자기 아들과의 지난 몇년에 걸친 투쟁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제게는 아들이 둘이 있습니다. 가끔 이 블로그에 등장하는 아이는 둘째 민창이지요. 민창이의 형, 큰 아들이 바로 빼빼로의 주인공인데, 올해 우리 나이로 열여덟이니 이제 아이라기 보다는 청년인 셈입니다.

큰 아이가 중학교 때부터 지난 3, 4년간 사고치고 속썩인 것을 생각하면 문제아의 종합 선물세트입니다. 우선 진득하게 앉아서 공부하는 것을 싫어하니 당연 성적이 좋지 않습니다. 얌전히나 다녔으면 학교에서 그럭저럭 묻힐수 있었을 테지만 중학교때 라이터를 가지고 있다가 적발이 됐습니다. 일단 중학교에서 공부도 못하는 눔이 라이터를 가지고 있다가 적발되면 학생부 선생님들의 블랙 리스트에 오르게 됩니다. 그 다음부터는 선생님이 묻는 말에 대답하는 것도 '말대답'으로 찍히게 되죠.

하루는 담임 선생님이 우리 애가 큰 사고를 쳤다며 불러서 가보니 같은반 친구를 때렸답니다. 물론 우리 아들이 때린 것은 아니죠. 우리 애는 남을 때릴만한 주먹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옆반에 우리 아들과 젤로 친한 친구(A)가 우리 아들과 같은반 친구(B)를 때렸는데 우리아들의 사주에 의한 것이었다는 것입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우리아들의 여자친구에게 B가 폭언을 해서 여자친구가 울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 아들은 B의 '버릇을 고쳐주기로' 맘을 먹었고 자신은 덩치와 힘에서 딸리니 A를 라면과 김밥 사주며 꼬득인 것이죠.

이 일로 저와 남편은 학생부에 수차례 불려 다니고 '사정위원회'와 같은 곳에서 우리 아들의 선처를 바란다는 호소도 했지만 결국 우리 애는 정학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엄마된 입장에서 아들이 잘못은 했지만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B가 맞은 것이 아프긴 하겠지만 어쨌든 큰 무리 없이 - 기브스를 한다거나 병원치료를 오래 받는 다거나 하는 등의 - 학교를 다니고 있었기 때문이죠) 이날 이후 우리 아들은 학교의 '요주의 인물' 목록에 올랐습니다. -_-

중3이 거의 끝나갈 무렵 아들은 또 한차례의 '폭력'으로 벌을 받게 됩니다. 전말은 이렇습니다. 학교에서 공부 보다는 모여서 놀러다니는 것을 일삼는 몇명의 아이들이 뭐 재미있는 일 없을까.. 하다가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계란을 학교에 던지자라는 기막힌 장난을 생각해 내었습니다.

이렇게 공모를 하고 계란을 사러 가다가 다들 몇명씩 친구를 부르기로 했던 거죠. 집과 학교가 10분 거리인 우리애가 전화를 받고 새벽 1시에 급출동, 계란 몇개를 던지다가 수위 아저씨의 추격을 피해 무리가 뿔뿔히 흩어져 집으로 돌아왔던 거죠. 다음날(혹은 그날 아침) 계란으로 범벅이된 현관을 교장선생님이 보시고는 이를 "명백한 테러행위"로 규정을 하셨습니다. 교장선생님이 노발대발 하셨으니 학생부 선생님은 이 사건에 전념하던중 계란을 멀리서 사오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점에 착안, 학교 근처 편의점 CCTV 조사에 들어갑니다. 거기서 주모자 세명을 발견하고는 이들을 불러다 심문하는 과정에서 자그마치 열명의 공범을 다 잡아 들입니다.

열명의 아들을 둔 부모들이 단체로 발이 손이 되도록 빌어서 (겨울방학까지 2주도 채 안남았다는 점을 강조해서) 겨우 2주간 학교 청소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죠.

이 아이가 고등학교에 가더니만, 오토바이에 마음을 뺏겨 버렸습니다. 와 이건 정말 단순히 애들하고 몰려다니며 장난치는 것 이상의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아들의 사촌형을 통해 우리애가 이틀후에 오토바이 면허시험을 본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이미 필기시험은 합격했고, 친구들 오토바이를 빌려 타며 타는 법을 배웠다는 것이죠. 저는 하루를 고민고민하다가 (아들에게 직접 하지 마라고 해서 들을 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결국 새벽에 아들의 방에 잠입하여 책상서랍 바닥에 접어놓은 응시원서를 훔쳤습니다. (흑 아들이 사고를 치니 엄마도 절도를 하게 된다는 사실이 몹시 슬펐죠ㅠㅠ) 그 응시원서는 지금도 사무실의 책상 바닥에 고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나중에 아들의 자식들이 속을 썩이면 아들에게 줄 생각입니다.

그러나.. 응시원서야 재발급 받으면 되는 것이고 급기야 아들은 면허를 땄습니다. (학교 시험은 못보면서 오토바이 시험은 한번에 붙다니...) 그리고는 이번에는 뻔뻔하고 당당하게 오토바이를 사달라고 제게 조르는 것이었습니다. 차라리 오토바이를 사주고 헬맷, 보호대 다 차도록 할까도 고민했습니다만, 남편과 시댁어른들의 급반대로 매일 아들과 신경전을 벌였죠. 아들이 대안으로 생각해낸 것이 피자집 아르바이트 였습니다. 오직 오토바이를 타고 싶다는 일념때문이죠.  정말 뭣이든 자기가 해보고 싶은 것은 꼭 해보고야 마는 도전정신은 높이 샀지만, 아들이 아르바이트 하는 한달동안 매일 조마조마 가슴을 졸이며 살았죠.

아마 이글을 읽으신 분들 중에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래도 우리 애는 좀 낫구나' 하시는 분이 계실겁니다. 사실은, 부끄러운 얘기지만 그런 용도로 이글을 썼습니다. 아들의 사고 뒷처리를 하기 위해 뛰어 다니면서, 사실 저는 많은걸 배웠습니다. 제게는 항상 따뜻한 미소와 농담을 던지시던 학생부 선생님들이 또다른 학생들에게는 얼마나 무섭고 피하고 싶은 존재인지도 알게 되었죠.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우리 아들이 이해도 되었습니다.

일단 공부를 못하면 우리의 학교 시스템에서는 애들이 기를 펴고 살수가 없다는 거죠. 공부 잘하는 학생은 불과 10%도 되지 않는데 나머지는, 부모님의 말을 거슬릴수 없어서 다시 말해서 마음이 착해서 그냥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고, 그중에 우리 아들처럼 사춘기적 반항심을 이기지 못하는 애들은 이런 저런, 하지 말라는 것들을 하면서 억압된 감정들을 풀어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땐 공부하기 죽어라고 싫어하는 아들이 하루 종일 학교에 가서 얼마나 답답할까... 불쌍한 생각도 듭니다.

어쨌든, 이러던 애가 요즘은 자기의 갈 길을 찾아 나섰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발견했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비록 그 길이 사회적으로 명성이 보장되는 길은 아닐지라도 자기가 비로서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더니만 아들이 달라졌습니다. 우선 말하는 모양이 달라져서 소리를 지르지도 않고 이유없이 욕을 하지도 않더군요.

빼빼로 데이, 그래도 엄마한테 빼빼로 한통 선물할 줄도 알게 되었죠. (물론 자기 여친에게는 내게 준 것의 5배쯤 큰 바구니를 주었지만...) 요즘은 그동안 속썩였던 지난 날들이 까다득하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혹시 집에 공부 못하고 말 안듣는 아이가 있는 부모님들, 공부 못하는 것이야 사람의 힘으로 어쩔수 없는 것이고, 아이에게 조금 시간과 여유를 주면 어떨까요?


와인과 치즈 l 2009/11/11 11:13

1  ... 87 88 89 90 91 92 93 94 95  ... 435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435)
이지선과 사람들 (9)
강의와 책 (19)
와인과 치즈 (177)
일과 연극 (230)

달력

«   2012/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get rsstistory! Tistory Tistory 가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