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미국에서 지내는 동안 나는 내내 한국을 그리워하고 돌아오고 싶어했다. 그런데 막상 돌아오고 보니 4년이란 세월을 보냈던 그곳의 여러가지가 종종 그립니다. 가끔씩 내가 잠이 쉽게 들지 않고 억지 잠을 청할때마다 신기하게도 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내가 살았던 LA나 샌디에고 골프장의 모습이다.
LA 시내에 위치한 Rancho Park Golf Club은 여러모로 나와 인연이 깊고 또 재미있는 곳이다. 시에서 운영하는 퍼블릭 코스인 이곳은 5, 60년 전에는 PGA Tour가 열릴만큼 시설을 갖춘 곳이었다고 한다. 물론 내가 자주 다닐때는 최근 개장한 다른 골프장 들에 비해 여러모로 낡기도 하고 코스 설계도 단조롭다는 평가를 많이 받지만 말이다.
이 곳에는 정규 코스 18홀과 Par 3 9홀의 두 개의 코스가 있다. 파3 나인홀 경우는 가장 긴 거리가 100야드 내외로 숏 아이언을 연습하러 많이 가기도 하였고, 처음 골프를 배워 필드에 나가기전, 약간의 실습 훈련을 하는 곳이다.
내가 처음 LA에서 살게된 곳은 West LA 쪽이었고 Century City와 인접한 곳이었는데 바로 Rancho Park 골프장과는 신호등으로 5 블럭쯤 떨어져 있었다. 그러니 아무래도 자주 찾게 되었고 지금도 머리 속으로 1번홀부터 2번 거쳐 3번 Par3 홀을 지나면 4번 파 5의 롱홀이 나오고, 6번은 업힐이어서 드라이버 샷이 정말 중요한 곳이며.. 18번까지 눈에 선하다. 12번과 13번 홀 사이에 스낵바가 있어 이곳에서 핫도그를 사먹는 것이 나의 낙이었다.
Rancho Park Golf Club의 재미난 특징 가운데 하나는 골퍼들 가운데 한국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LA 주면 퍼블릭 코스를 가면 어디나 많지만 Rancho Park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 사람이 자주 찾으니 일하는 사람들도 웬만한 한국말 한 두마디는 익혀 두었다. 가끔 클럽 하우스에서 밥을 먹을때면, "한국 사람이에요?" (한국말로) 물으며 자신이 부산에서 산적이 있었다며 긴 수다를 시작하는 서버가 있었다. Check-In 박스에 있는 얼굴 긴 아저씨도 늘 나를 기억하여 "안녕 하세요?"로 인사를 하고, "이쁘네요.." 뭐 그런 싱거운 소리를 건네곤 했다. 한창 내가 4시 반이나 5시쯤 트와일라잇을 치러 혼자 갈때면, "왜 너는 남자친구도 없이 혼자 오냐?" (이건 물론 영어로) 며 아는 척을 했다.
Rancho Park은 Arnold Palmer와는 악연이 있는 코스이기도 하다. 35회 LA Open이 열리던 첫날, 아놀드 파머는 18번 (파5) 홀에서 무려 12타를 쳤다. 파머의 드라이브 샷은 좋았지만 두번째 샷이 연달아 슬라이스를 내며 홀 바로 옆에 붙어있는 Driving Range(연습장)로 날아 가고 말았다. OB가 된 것이다. 당황한 프로 골퍼는 그 다음 샷을 두번 연달아 훅을 내어 Patricia Avenue 길가로 쳐냈다. 여섯번 만에 그린에 올랐으며 2 퍼팅으로 끝내 8개 Stroke를 쳤으나 벌타 4개를 합쳐 12타로 기록이 된 것이다. 지금도 18번홀 티잉 그라운드 앞에는 아놀드 파머의 이날의 기록을 기념하는 비석이 세워져 있으니 그 또한 재미난 일이다.
나는 혼자서 Rancho Park에 많이 갔다. 미국의 퍼블릭 코스는 전화로 예약을 할수도 있지만, 대개 Walk-in을 가서 대기자 명단에 올렸다가 기다려 치는 경우가 많은데, 한번은 주말에 가서 (혼자 였음에도) 2시간 동안 퍼팅 연습만 하다가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온 적도 있었다. 대개는 트와일 라잇을 많이 이용하여 여름에 보통 4시반, 5시부터 시작해서 9홀을 치는 연습 라운딩을 많이 했다. 혼자서 2개 공을 번갈아 치며 그린까지의 거리를 가늠하고 클럽을 선택하는 연습을 하던 기억, 비 오는 날에 윈드 자켓 입고 어거지로 골프치던 기억, 골프가 안되는 날에는 카트 타는 재미에 만족하던 기억, 그 순간 순간들이 떠오른다.
한국의 골프장이 시설면에서 훨씬 우아하지만, 그때 내가 느꼈던 것만큼 골프를 친근하게 느끼게 해주지는 못한다.
아, 그 자유로운 공기를 다시 한번 느끼고 싶다.
'와인과 치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미국 VISA에 얽힌 아픈 기억 (3) | 2007/01/28 |
|---|---|
| 내년 달력에는 어떤 날들을 담을까 (0) | 2006/12/29 |
| LA의 Public 골프장, Rancho Park Golf Club (1) | 2006/12/25 |
| 행복지수와 롱테일의 법칙 (0) | 2006/12/12 |
| 건망증이 인생에 미치는 영향 (0) | 2006/12/06 |
| 대기업 총수의 삶은 행복하려나... (0) | 2006/12/0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