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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역에나 명품은 존재한다. 유명세를 타는 명품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유독 와인에 있어서는 5대 샤또 투어를 가는 것이 죽기전 꼭 해보고 싶은 일로 손꼽을 정도로 소위 '명품'이라는 와인에 욕심이 간다. 그렇다고 내가 와인 맛에 정통한 것도 아니다. 유명 와인을 마시면서 '샘물에 나비가 날아 다니며 나를 유혹하네...' 라는 식으로 신의 물방울류의 표현을 읊조릴 만한 실력도 못된다.


어쨌든 5대 샤또에 대한 열망은 늘 마음 속에 남아 있다. 며칠전 두 번째로 5대 샤또를 만나게 되었는데, 바로 샤또 무똥 로칠드 1988이었다. 같은 5대 샤또 중에서도 무똥은 특히나 꼭한번 만나보고 싶었던 와인인데, 그것으 무똥이 스토리가 있는 와인이기 때문이다.

샤또 무똥 로칠드는 원래는 1등급 와인에 속하지 못하고 2등급으로 남아 있었다. 무똥은, 2등급이라는 위치를 부정하며 1등이 될 수 없다면, 무똥으로 남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First I cannot be, second I do not choose to be, Mouton I am. - 일등은 될 수 없고, 이등은 내가 선택하지 않기에 나는 무통 일 수 밖에 없다')

그 이후 샤또 무똥 로칠드는 부단한 노력 끝에 51년만에 재 등급 판정을 통해 1973년 1등급 와인으로 승격됐다. 5대 샤또 가운데 유일하게 2등급에서 승급된, 의지와 집념이 있는 와인이다. 승급된 이후 무똥의 모토는 'First I am, Second I was, Mouton does not change (무통은 현재 일등이다. 이등이었던 시기는 지났다. 무통은 변함이 없다)'로 바뀌었다고 한다. (-출처: 와인21닷컴)

1988년은 그리 좋은 빈티지는 아니라고 했다. 마시기 전 한시간 반 정도 열어 두었다가 시도를 했는데, 콜크 마개를 따니 그 향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그는 남성적이었으나 거칠지 않았고 부드러웠으나 물컹거리지 않았다. 자상했으나 헤프지 않았고 자유로웠으나 방만하지 않았다. 세월을 견디어낸 흔적으로 상처도 느껴졌으나 결코 그 세월에 굴하지 않은 올곧은 향을 머금고 있었다. 그는 오랜동안 숙성된 삶의 방울 방울을 한 모금씩 전하고 있었고 목소리는 나직했지만 힘이 있었다.

충분히 명성에 걸맞는 와인이었다. 무똥을 만난 추억은 오래도록 가슴속에 기억될 것같다.


"샤또 무통 로칠드를 만날 수 있다면..."
"오브리옹과 시간여행"




와인과 치즈 l 2010/05/07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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