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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물건을 살때 찍힌 유효기간을 보면서, 그 유효기간이 끝날 때쯤 나는 과연 무얼 하고 있을까,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호기심을 느낄 때가 있다. 오늘 내가 마신 서울 커피우유의 유효기간은 2007년 1월 3일이었는데, 비교적 가까운 날들은 아주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아 그날은 누구와 저녁 약속이 있으니 대략 집에는 9시 반에서 10시 사이에 올 것이며, ....' 이런 식이다. 라면이나 과자의 유효기간은 보통 몇 개월은 남았기 때문에, 훨씬 추상적으로 바뀐다. 2007년 4월이 유효기간이라면, 그때는 봄이니까 그리 춥진 않겠군.. 정도일테다. 2008년 언제까지로 된 약 병의 유효기간을 보면서는 .. 아마도.. 그때까지 지금의 내 차를 타고 있을까.. 뭐 그런 식의 질문과 상상을 해볼 것같다.

그 오랜 버릇 때문일까. 내년 달력을 보면서, '이 달력들에 어떤 날들이 기록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어느 날은, 감당하기 어려운 절망감에 마음이 푹 가라 앉아, 아무하고도 말섞고 싶지 않은 날도 있을 것이다.

또 하루쯤은 아침부터 우연히 좋은 일들만 생겨, 재수 좋다는게 이런 것이군 하며 가볍게 웃을 날도 있겠지 기대한다.

너무 힘이 들어, 털썩 주저 앉을 날도 있을텐데.. 얼마나 되려나,

나이먹는게 서러운 날도 틀림없이 생길텐데...

마음속으로 빌어본다. 아무리 힘이 들어도 내가 세운 뜻, 접지 말고 반발자욱씩이라도 꾸준히 걸어갈 날들이 많기를.. 아무리 산이 가파르고 힘이 들어도, 아무리 주위가 어두워도, 정상에 다다를 것이라는 희망, 해가 뜰 것이라는 확신 잃지 말기를...

그리고, 부디 하루는, 아무런 생각 없이 아침 부터 저녁 잠들때까지 편히 쉬고, 맛있게 밥먹고, 생각의 모세혈관까지 긴장에서 벗어나 완전한 상태로 휴식하는 날을 갖게 되기를...


와인과 치즈 l 2006/12/29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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