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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나 '대표'는 있다. 세상을 떠난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우리 기억속에 팝의 황제로 기억되는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이 있고, 국내 가요의 작은 거인 조용필이 있다. 얼마전 PGA 챔피언쉽 경기에서 굴욕적인 성적을 거뒀지만 여전히 타이거 우즈(Tiger Woods)가 골프계의 '대표주자'인 것만은 틀림없다. 이런 저런 단점이 있어 보여도 대표주자가 갖는 상징성과 품격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전세계적인 와인 생산지인 미국 나파밸리(Napa Valley)의 대표주자가 누구냐 묻는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Robert Mondavi Winery)라 답할 것이다. 나파밸리 와인투어 첫 와이너리로 오퍼스원(Opus One)도 아니고 단연 로버트 몬다비를 손꼽은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오크빌(Oakville)에 위치한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 좌회선 차선에 내려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그 입구 표지판을 찍고 싶었던 것은, 얼마전 읽었던 로버트 몬다비 자서전을 통해, 그가 52세에 새롭게 시작한 '벤처'였던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가 몬다비 자신에게, 혹은 나파밸리 자체에도 얼마나 중요한 의미였는지가 되새겨 졌기 때문이었다.

몬다비 가문은 이태리에서 이민 온 1세대에 의해 와인 만들기가 시작되었고 2세대인 로버트 몬다비는 동생과 챨스 크룩(Charles Krug)이라는 와이너리를 운영해왔다. 그런데 로버트 몬다비는 프랑스 와이너리를 방문한 후에 나파밸리에도 보르도식 와인 제조 기법을 연구하고, 도입하고 마케팅이나 브랜딩에 신경을 쓰면 세계적인 와인 브랜드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몬다비가 만들어 내었으면 하는 꿈을 꾸게 되었다.

하지만 그 꿈은 동생과 함께 경영하는 챨스 크룩에서는 받아들여 지지 않았고 생각이 다른 동생과의 불화로 52세에 자신만의 꿈에 도전하고 새로운 길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이다.


로버트 몬다비의 꿈 속에는 와인을 잘 만들어야겠다는 기술적인 진보도 있었지만, 와이너리를 사람들이 방문하고 싶은 곳으로 만들고 와이너리 관광을 통해 와인과, 세계적인 수준의 나파의 힘을 발견하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는, 일종의 '브랜딩(Branding)'에 대한 고민도 묻어 있었다. 그래서 와이너리를 시작할 때도 관광수요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다. 오늘날 나파밸리에서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가 대표적인 명소로 손꼽히는 이유도 바로 창업자의 이런 욕심과 비전이 와이너리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1966년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가 창업될 때만 하더라도 나파밸리는 그저 와인을 주업으로 하는 시골 마을이었고 미국에서 조차 와인 인구가 많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로버트 몬다비는 프랑스 보르도 등을 둘러 보면서 나파밸리의 와인이 세계적인 와인과 겨룰 만큼 품질 면에서는 뛰어나지만 제조기법이나 마케팅 면에서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뚜렷한 비전을 가지고 50대에 새출발한 로버트 몬다비는 나파의 다른 와인메이커들이 시도하지 못했던 여러가지를 테스트하며 나파밸리의 새로운 역사를 써냈다. 그 한예가 프랑스 보르도 5대 샤또 가운데 무똥 로칠드를 만드는 가문과 손잡고 나파밸리의 명품와인 '오퍼스원(Opus One)'을 런칭한 것이었다. 이밖에도 새로운 시도들로 세계적인 브랜드의 와인을 만들어 내며 로버트 몬다비는 성장했고, 나파밸리의 '대표주자'로 견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몇군데 와이너리를 돌아 보면서 느낀 점은, 물론 셀러나 제조과정 투어를 못해보아서 아쉽지만, 적어도 와이너리의 장식이나 분위기, 혹은 기념품샵 만으로만 본다면 로버트 몬다비가 단연 뛰어났다. 똑같은 아이템 (모자, 와인 스쿠루, 지도, 티셔츠 등등)을 기념품으로 팔고 있는데도 로버트 몬다비 제품이 훨씬 '사고 싶은' 욕구를 자아내었다. (물론 이것은 아주 주관적인 평가이긴 하지만 말이다)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에는 이제까지 와이너리가 걸어온 길이 연대기별로 잘 설명되어 있다.


시음코너 밖에 펼쳐진 잔디밭이 잘 정돈되어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내가 즐겨 마시던 카버넷 쇼비뇽 (Carbernet Sauvignon) 포도를 직접 보았다는 것!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에서 열매가 익어가는 카버넷 쇼비뇽이었다. 포도알은 우리가 보통 먹는 캠벨에 비해 절반이하로 아주 작았다. 포도알이 작으면 그만큼 농축적인 맛을 낼 수 있다고 한다.

포도주를 마실때면, 이 포도를 재배하던 곳의 모습은 어떨까, 이 포도가 열릴때 그곳에선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혹은 내게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사이드웨이즈'이 여주인공 마야의 대사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오지만...)를 생각하곤 했었는데, 내가 직접 본 저 포도가 더 영글어서 포도주가 되고 그것을 내가 편안하게, 즐겁게 마실 날을 생각하니, 마치 미래 공상 영화를 본 것처럼, 미래가 기대된다!


와인과 치즈 l 2010/08/1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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