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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개인적으로 참여하는 모임의 송년회가 있었다. 30대후반에서 50대까지의 다양한 직종 종사자들이 함께 하는 모임이었고, 스스로들은 '열심히' 살아야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그런 그룹이었다.

저녁 자리에서 송년 덕담과 내년부터는 각자의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기 위한 담대한 '5개년 학습 계획'이 집행부(?)에 의해 발표되었다. 대학원 과정에나 걸맞는 집중적이고 종합적인 커리큘럼에 모두 겁을 먹기는 했지만, 그래도 우리의 살길은 학습이라는 생각에, 공부하기로 다짐하고, 나름 뿌듯함도 가진채 2차로 향하였다.

2차는 천창이 있는 주점을 찾았다. 인원이 열명이 넘다 보니 자연스레 두 그룹으로 나뉘어 대화가 이어졌는데, 모두 우리의 미래를 걱정하는 주제였지만, 그 성격은 사뭇 달랐다. 내가 속해있던 그룹의 주제는 '건강하게 늙어가기'였다. 사십대 중반을 넘어서 '오십'이라는 나이가 눈앞에 다가오니, 특히 선배들은 노년을 어떻게 잘 살아갈 건인지에 대해 얘기했다. 나이들면, 기억력도 총명함도 무뎌지고 그래서 한 얘기 또하고, 자기 고집에 겨워 살아가기 쉽다는 것들... 나이 들수록 말수를 줄이고 더 너그러워 지려 노력해야한다는 결심... 또 젊었을땐 되도록 멋지게 살고 싶어 '각'을 세우려 했으나, 나이들면 '격'을 지키려 노력해야한다는 등등 너무나 공감가는 얘기들이 오갔다.

직접 대화에 참여하지 않았으나 옆의 그룹에서 선후배들은 연평도 사건과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에 대해 목청을 높였다. 민간인을 대상으로 포를 날리는 북한은 용서할 수 없다는 것, 우리 정부의 문제점, 정말 전쟁이 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진지한 분석들이 오가다 급기야는 서로 맘에 안맞는 쟁점을 두고 싸움 일보직전까지 가기도 하였다.

옆 그룹의 이야기를 스쳐 들으며, 나는 비록 내 개인의 이슈인 '잘 나이먹기(well-aging)'에 더욱 관심이 갔으나 전쟁이니 하는 시사적인 이슈들이 결코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았다. 두가지 주제 모두 나름대로 무게 있는 것들이어서 인지, 추적추적 천창을 때리는 비 때문인지 술맛은 여느때보다 좋았다. 너무나 힘든 순간들이 많았던 2010년이 저무는 지금, 나의 앞에 놓인 문제는, '잘 나이먹기'와 '전쟁의 위험'이라니... 삶과 죽음과 번성과 파괴가 공존해있는 상황인듯 싶다. 여전히 오늘의 태양은 솟았고 나는 오늘도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며 퇴화하는 머리 속을 채우고 있다.

와인과 치즈 l 2010/12/0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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