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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버림과 잃어버림에 대하여...

생각하기 2012/04/30 23:27

내 성격은 비교적 쿨한 편이다. 나를 아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한다. 세상이 흘러가는대로 받아들이는 편이다. 쿨한 성격은 굳이 '좋고' '나쁘고'를 따지자면 좋은 성격에 속한다 할 수 있겠지만, 꼭 그럴 일도 아니다. 성격은 그냥 태어난 그대로이다. 바꾸기 무척이나 어려운 속성이니 성격을 가지고 좋고 나쁨을 엄격히 나누는 것은 정당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이십년도 더 지난 일이다. 남편과 내가 결혼전 데이트를 할 때인데 강화도 보문사를 놀러간 일이 있었다. 그때는 치마도 입고 핸드백이 아닌 장지갑 형태의 손지갑을 들고 한껏 멋을 내었다. 그런데 배가 도착했다고 벌떡 일어나는 바람에 그만, 무릎위에 곱게 얹어 두었던 손지갑을 그만 바다에 빠뜨렸다. 눈 앞에서 내 하나의 호사품이었던 손지갑이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모습을 보면서 서둘러 내려야만 했다. 배에서 내린 후 난 잃어 버린 것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대신 신분증과 신용카드 등을 어떻게 복구할까에 골몰했다. 물론 지갑이 아깝지 않은 것도 아니었고 굳이 찾자면 변명거리도 있었겠지만 이미 지난 일을 어찌 하겠나.. 싶었다. 남편이 나에 대해 놀란 에피소드로 가끔씩 이야기를 한다. 


그 이후에도 나는 지나간 일에 연연해하지 않는 편이었다. 잃어버림도 잊어버림(혹은 잊혀짐)도 마음을 괴롭히는 요인이 되지 못했다. 아니, 그러지 않으려 노력했다. 


얼마전 아끼던 안경에 색을 넣어 썬글라스로 개조했다. 그냥 여름에 편하게 쓰고 다닐 수 있는 썬글라스 겸용 안경이 필요하던 참이었다. 60%로 색을 넣었더니 햇빛도 적당히 가려주고 늘 쓰던 안경이니 편하고 정말 좋았다. 


지난 주말 백담사 놀러갈 때 드디어 썬글라스 겸용 안경을 처음 쓰게 되었다. 백담사를 둘러 보고 함께 간 일행들은 설악산 산행을 하는데 나는 자그마한 폭포아래 널직한 바위에 눕기도 하고 사진찍기도 하며 편하게 놀았다. 


그런데, 결국 자리를 정리하면서 잠깐 사이 썬글라스를 잃어 버렸다. 금방 옆에 벗어 두었던 것같은데 찾을 수가 없었다. 추측컨데 바위 옆으로 굴러 떨어져 물살을 타고 쓸려 내려간 듯했다. 아, 잃어 버렸구나.. 하며 다른 짐을 챙겨 내려오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슬펐다. 잃어버린 썬글라스에 대한 미련 때문은 아니었다. 이제는 나이가 드니 자주 기억도 안나고, 깜빡하기가 일쑤다. 방금 옆에 있었던 썬글라스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를 만큼 말이다. 타박 타박 산을 내려 오면서 앞으로 더 얼마나 많은 것을 잃고 살아야 할지... 그 때마다 나이드는 쓸쓸함에 젖게 되는 건 아닐지... 애써 내게 "괜찮다!" 용기를 주었지만 풀이 죽는 것은 어쩔수가 없었다. 


물가에서 노는 사이 사진을 찍었다. 바위에서의 편안한 휴식이 사진의 제목이다. 이제 사진으로 밖에는 남지 않은 썬글라스를 추억하며...

(과연 저 노란색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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