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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매율과 관객수에서 '타짜'에 밀리지만 훨씬 더 감동적인 영화가 <라디오 스타>이다. 예매율이 상대적으로 타짜에 비해 낮고 인기가 덜해서 받는 불이익은 나같이 취미삼아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선택 리스트에서 priority가 밀렸다는 점일뿐, 이 영화 자체의 감동에는 전혀 손상이 없었다.

<라디오 스타>는  88년 가수왕이었던 최곤이라는 가수와 매니저 박민수가 새로운 흥행 코드에 따라 변신을 하지 못하고 쇠락의 길을 걷다가 어쩔수 없이 지방의 소도시인 영월에 내려가 라디오 프로그램 DJ를 맡으면서 그 프로그램의 인기를 바탕으로 재기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줄거리이다. 20여년을 이어온 가수왕과 매니저간의 우정을 통해 사람과 사람이 인연을 맺는 법, 서로를 깊이 신뢰하는 법, 남들이 뭐라 해도 그 신뢰를 잃지 않는 법에 대해 다시 생각케 하며 설명이 필요없는 두 연기자의 연기가 그 감동으로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영화 스토리의 감동과 함께 나는 최곤이 맡은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이 성공한 이유 때문에 더더욱 영화가 재미있게 느껴졌다. 그 성공요인은 철저하게 '인터넷' 문화를 라디오 프로그램에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 라디오 프로그램은 영월이라는 탄탄한 커뮤니티에 기반을 두고 그 지역의 호응을 받았다. 서울이 아니면 어떠랴. 인터넷에서는 관심 분야와 선호도에 따라 자그마한 커뮤니티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으며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그 커뮤니티 자체의 성공의 필수 요소가 된다. 프로그램과 소통하는 사람들을 보자. 청록다방의 김양, 세탁소 사장님, 자장면 배달부, 노인정에서 화투치는 할머니들 - 모두 세상에 영향력이 잇는 '주요 인사'는 아니지만 저마다 사연이 있고 이유가 있고 바램이 있다. 그들은 한때의 영화를 뒤로 하고 화려한 스팟 라이트로부터 소외된 최곤과 대화를 나누며 철저하게 삶에 기반을 둔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그런 일상적인 측면이 청취자들로 하여금 이 프로그램에 열광하게 하는 이유가 된다. 이들은 신문의 1면을 장식하는 대단히 중요한 뉴스는 아니지만, 일상속의 삶을 열심히 실어 나르면서 인터넷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찾는 일반 네티즌과 너무나 닮아 있다. 네티즌의 참여를 바탕으로 인터넷 문화가 급속도로 발전하게 된 것처럼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도 영월 사람들의 삶 자체가 성공의 요인이 된다.

또한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은 솔직 담백함이 기반이 되는 인터넷의 속성도 그래도 배웠다. 얼마나 많은 진실들이 인터넷을 통해 가식을 벗고 세상에 알려 졌던가. 인터넷은 일정한 형식을 존중하고 어쩔수 없이 가식적인 치장도 필요했던 기존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완전히 뒤엎고 솔직 담백을 제 1 원칙으로 삼고 있다.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은 첫 방송부터, 진실이 까발려 지며 당혹스런 상황을 연출했다. 최곤이 자신의 입지를 위해 후배인 김장훈과의 전화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김장훈은 꾼 돈이나 갚으라며 버럭 화를 낸다. 전화로 연결된 청취자는 매일 이 프로그램을 듣는다고 얘기하지만, "애청자이시군요" 하는 말에는 "아니요, 제가 지금 백수라서요.."라고 답한다. '솔직, 담백'의 대화 방식이 청취자로 하여금 이 프로그램을 믿게 하고, 가깝게 느끼게 하고, 아주 일상적으로 편하게 듣게 한다.

이스트 리버 밴드를 연결해서 현장에서 노래를 듣는 다거나, 순대국집 아들은 녹음실에서 집나간 아빠에게 돌아오라고 말하고, 최곤도 떠난 매니저를 부르며 눈물 짓는다. 이러한 현장성, 즉시성이 기존 라디오 프로그램의 관점에서 보면 '방송 사고'에 가까운 일이겠으나, 인터넷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새로운 형식의 프로그램으로 느껴지게 만든다.

물론 영화이니 만큼 극적 효과를 가미했겠지만,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은 인터넷의 특성을 적절하게 라디오 프로그램에 적용함으로써 차별화를 꾀하고 성공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와인과 치즈 l 2006/10/2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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