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로 접어드니 지난 여름의 추억이 더욱 눈부시다. 여름 휴가중 나파밸리에서 방문한 와이너리 가운데 사실 나는 조셉 펠프스 와이너리가 가장 좋았다. 한달이 지난 지금에서도 꼭 블로그에 담아두어 기억하고 싶을 만큼이나.
사람들 중에도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보석같은 사람이 있다.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인품과 지성과 스타일을 갖춘.. 그런 사람을 만나면 가리워져 있기 때문에 더욱 빛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나파 밸리 와인들 가운데 대중적인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지만 이전부터 내가 정말 좋아하던 와이너리가 바로 '조셉 펠프스(Joseph Phelps)' 였다. 뭐랄까.. 그는 흰셔츠에 자켓을 입은 단정한 차림이지만 은행원이나 공무원 같지 않고, 기품과 스타일을 모두 갖춘 그런 느낌이다. (갑자기 영화 '아저씨'의 원빈이 떠오르지만, 사실 원빈의 느낌과는 조금 다르다. 훨씬 더 묵직하고 기품이 있달까... )
조셉 펠프스 와이너리는 찾아가는 길부터 쉽지 않았다. 표지판도 조그맣게 하나 있어 한참을 지나친 후에야 다시 찾아 들어갔으니 말이다. 와이너리 입구를 들어서면 포도밭이 펼쳐져 있다.
그리고 이곳의 Tasting 정책은 '예약자에 한해서' 테라스에서 테이스팅을 하게 되어 있었다. 보통 와이너리는 테이스팅 룸이 따로 있어 일정한 금액을 내면 와이너리 직원이 와인을 따라주며 설명하는 그런 식이었지만 조셉 펠프스는 가이드가 테라스로 안내를 해주면 그곳에 몇명의 직원이 있고 와이너리 구경을 하면서, 환담을 나누며 그렇게 방문객의 페이스에 따라 테이스팅을 할 수가 있다.
이날 조셉 펠프스 카버넷 쇼비뇽 - 나파밸리 뿐아니라 Firestone이라는 브랜드로 새로 만들어진 피노느와와 인시그니아, 멀롯 등을 테이스팅 하고 느낀 것은, 조셉 펠프스는 참 와인을 잘 만든다는 것! 파이어스톤 피노느와는 피노의 향과 부드러움을 모두 가지고 있으면서도 힘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피노느와의 맛 그 자체! 인시그니아는 이루 말로 표현 못할 무게가 느껴졌으니... 와이너리 직원 말로는 인시그니아는 '오퍼스원'보다 더 먼저 보르도 식의 와인(여러 품종을 블렌딩해서 만드는 방식)을 만들었다고 한다. 지금은 비록 오퍼스원이 훨씬 더 인지도가 높지만, 일부 애호층의 사랑을 받고 있다.
테이스팅 후 차마 사지는 못하고 사진에만 담아온 인시그니아. 결국 그 맛을 잊지 못해 LA에 돌아와서 마셨다. 나는 마침내, 그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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