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머니위크 '이지선의 맛깔나는 수다' 컬럼으로 실린 글입니다. (머니위크 글 링크)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설레임으로 가득하다. 새로운 곳에 대한 기대감은 그 만큼 강렬하지만, 또 때로는 그 곳에 먼 친척이나 친구의 친구 정도, 아는 사람이 있어 숙소를 제공해준다면 어떨까? 새로운 경험을 만난다는 기대감과 함께, 조금은 푸근함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최근 주목받고 있는 에어비앤비(Airbnb)라는 서비스를 실제 써보면서 ‘낯선 곳에서의 푸근함’을 느낄 수 있어서 의외의 만족을 얻을 수 있었다.
에어비앤비는 2008년에 미국에서 설립된 소셜 민박 서비스이다. 여행객에게 방이나 집을 빌려주는 민박의 형태를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한다. 에어비앤비 사이트(www.airbnb.com) 에 접속해 자신이 가고 싶은 도시와 여행기간을 입력하면 묵을 수 있는 숙박지 리스트가 검색된다. 거의 대부분은 현지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집에서 방 하나를, 혹은 게스트하우스를, 때로는 집이나 아파트 전체를 여행기간 동안 빌려주는 것이다.
얼핏 개념만으로는 누가 그렇게 모르는 사람의 집을 빌려 숙박을 하려 할 것이며 누가 자신의 집을 낯선 여행객들에게 내어 놓을까 싶지만, 써 본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서비스가 첫선을 보인지 4년여 만에 에어비앤비는 주목받는 서비스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혀 낯선 여행객과 현지 거주자를 연결해주는 것은 사용자들의 경험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지난달 미국 LA로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엘에이는 유학시절 몇년을 살았던 곳이라서 마치 오랜만에 시골집을 가는 것처럼 정겨운 마음에 설레였다. 일주일 정도의 여정을 짜고 묵을 곳을 찾아야 했는데 문득 언론 보도로 접했던 에어비앤비가 생각났다. 호텔 대신 주로 활동을 하게 될 코리아타운의 아파트를 빌리기로 했다.
원하는 지역에, (사진으로) 괜찮아 보이는 아파트를 선택해 숙박비까지 결제를 했다. 호텔에 비해서 15% 정도는 저렴한 가격이었다. 게다가 주방과 식기들도 있으니 원하면 뭔가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도 있었다. 우리에게 아파트를 빌려준 샬론다(Shalonda)는 동부 필라델피아에서 살다가 가수의 꿈을 위해 서부로 온 20대(로 보이는) 흑인 여성이었다. 건물 자체는 오래된 아파트였지만 스튜디오를 예술가의 감각으로 꾸며 놓아서 아파트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호텔과는 사뭇 다른,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아늑함이 있었다.
샬론다를 실제로 만나 대화를 나눈 것은 도착한 날 키를 받을 때와 체크인할 때 짧은 동안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집에 머무는 동안, 여러 가지를 알게 되었다. 그녀는 문학과 글쓰기에 관심이 많으며 (글쓰기, 문학에 대한 책이 여러권 꽂혀 있었다) 할머니를 사랑하며, 어머니를 닮았다(벽에 걸린 몇장의 사진이 말해준다). 그녀는 성격이 꼼꼼하고 상대를 배려할 줄 알며, 절약이 몸에 배어 있으나 집안을 깔끔하게 꾸미는 것에도 상당한 기술이 있었다. 내가 특별히 집안 구석구석을 살펴본 것도 아니었고 집주인에 대해 알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그런 것들은 며칠 공간에 머무르면서 그 자체로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깔끔하고 정갈하고, 친절한 직원들이 있는 호텔에도 물론 묵어 보았지만 이렇게 현지에 있는 누군가를 사귀게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에어비앤비를 언론보도를 통해 성공한 소셜 서비스로 만날 때와 실제로 써본 경험은 조금 달랐다. 에어비앤비는 여행객과 현지인의 서로의 경제적인 이익을 실현시켜 주는 서비스다. 서로가 그런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걸림돌이 되는 신뢰의 문제를 해결한 것이 사업의 성공요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공유 경제’ 개념을 서비스로 안착시켰다는 점에서 찬사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공유 경제’라거나 ‘소셜 민박’과 같은 새로운 개념과 용어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내가 받은 느낌은 ‘사람 냄새 나는 서비스’라는 것이었다. 조금 과장된 상상이겠지만, 마치 고전 드라마를 보면 ‘지나가던 과객이온데, 하룻밤 묵어 갈 수 있을지요?’하며 객이 문을 두드리면 성심을 다해 묵을 곳과 먹을 것을 대접하던 옛스러운 맛이 흐르는 느낌이랄까. 물론 과객은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야 하고, 숙박비에 덧붙여 에어비앤비 수수료도 지불해야 하지만, 그래도 공간을 공유하는 것 만으로도 객을 배려하는 친근함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상당히 따뜻한 경험이었다.
기술의 발전이 이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주고받았던 오랜 정감들을 되찾아 줄 수 있다는 건 참 근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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