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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2/09/28 마니산 - 다재다능한 매력에 빠지다
  2. 2012/09/24 품에 안기면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곳, 청태산 자연휴양림
  3. 2012/09/11 "광해, 본 레거시, 뮤지컬 시카고" - 주말의 문화 생활 3종세트 (2)
  4. 2012/09/05 세상을 연결하는 관계의 비밀, Grouped 세미나 (2)
  5. 2012/09/03 주말산행기 - 잘생긴 경상도 사나이 같은 곳, 금수산

산을 다니기 시작한지 오래 되지 않아 산에 대해 평을 한다는 것은 개인적인 감상에 지나지 않는다. 내 느낌으로는, 모든 산은 힘들다. 남산도 산책길이 아니라 팔각정에 이르려면 아무리 짧아도 가파른 구간을 거쳐야만 한다. 그리고 모든 산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산에 오르는 사람들과 대화한다. 처음부터 가파른 길을 내어주는 산은, 마치 세상일 쉬운 것이 없다고 말하는 것 같고, 처음에는 오르기 쉬운 길을 내어주고 높낮이 굴곡이 있는 산은, 등산 내내 나와 대화를 나누는 것같다. 그렇게 산에 올랐을때 정상에서 보이는 풍광과 상쾌한 공기는 머리를 맑게 하고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내려오는 길엔 다음에 만나게 될 산을 기대하게 된다. 


지난 주말 다녀온 강화 마니산은  해발 471m로 높지 않은 산이지만 등산의 재미나 산의 기운이 결코 만만치 않은 산이다. 개성없이 앉아있던 사람이 대화를 나눌 수록, 보면 볼수록 재주가 많고 유쾌하다고 느껴질때 그 사람의 매력에 빠지는 것처럼, 마니산은 그렇게 매력적인 산이다.


마니산 등산코스는 마니산 등산로 입구쪽에서 올라가는 길과 함허동천 야영장에서 올라가는 두코스가 있다. 함허동천 야영장 코스를 강력 추천한다. 나는 함허동천 야영장에서 올라 마니산등산로 입구 쪽으로 내려왔는데, 등산로 입구 쪽은 참성단에서 가깝지만 계속 계단이 이어져 힘들고 지루한 산행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함허동천 야영장에서 올라가는 길은 처음에는 가뿐히 올라갈 수 있는 길이지만 곧이어 몇 번의 험난한 길이 기다리고 있다. 한시간 가량 오르면 탁트인 바다 전망이 보인다. 여기서부터 참성단까지는 1Km 정도 바위 능선이 이어진다. 바위를 타고 오르며 왼쪽에 바다와 섬을 보며 오르락 내리락 거리는 코스는 정말 멋지다. 탄성이 절로 난다. 


40분가량 바위능선을 따라가면 마니산 정상이 나타난다. 이런 곳에서는 인증샷!



뭐니뭐니 해도 마니산의 핵심은 참성단. 단군이 제를 올린 곳으로 알려져있는 참성단은 기가 모이는 곳으로 유명하다. 참성단에서 하늘에 두 팔을 벌리고 큰 숨을 쉬니 하늘의 기가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사질 뒷 목이 아팠는데 참성단 다녀와서 나았다면 아무도 못믿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기를 받는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인 것같다. 추석연휴, 조금 짬이 난다면 훌쩍 마니산 올라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늘과 산의 기를 받고 서늘한 가을을 본격적으로 맞으면 힘도 절로 날 것 같다. 



와인과 치즈 l 2012/09/28 11:31

나이를 먹을 수록 '성공하는 삶' 보다 '삶의 여유를 즐기는' 쪽에 관심이 간다. 그래서 '저녁이 있는 삶'은 비록 쉽지 않을지라도 '주말이 있는 삶' 정도는 만들어 보려 노력중이다. 주말에 한주간 밀린 피로를 침대에서 뒹굴링으로 굴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취미를 살리거나 밖으로 나가 자연을 즐기는 것은 더 좋은 일이다. 


주말이 있는 삶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곳은 전국 곳곳에 조성된 자연휴양림이다. 자연휴양림에는 서울 부근 도시에서는 만나기 힘든 '산속'의 정취와 내음과 기운이 있다. 풍경이 좋을 뿐아니라 울창한 나무들이 뿜어내는 신선한 내음이 있다. 산속의 공기는 머리위에서 부터 발끝까지 몸과 마음을 정화시키는 기운이 있다. 


얼마전 청태산자연휴양림에 다녀왔다. 자연휴양림에서 야영을 하려면 부지런을 떨어야 했다. 8주전 예약을 해서 겨우,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런 번잡스러움이 주는 불편은 자연휴양림에 도착하는 순간, 어느 틈엔가 날아가 버렸다. 내 눈 앞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산자락, 올곳이 뻗은 나무들, 계곡의 물소리. 초등학교 때 문앞을 들어서면 반갑게 엄마가 나를 반기고 안아주듯, 그렇게 차에서 내린 우리를 청태산은 큰 품으로 안아주었다. 



넓직한 산자락에 나무들 사이에 텐트를 쳤다. 올해 마지막 야영. 올해 easysun 10대 뉴스가 있다면 아마 1위가 내가 아웃도어에 적응했다는 사실이 아닐까? 처음엔 야외에서 와인 마시는 재미로 시작한 야


영이 어느덧 재미로 다가왔다. 산속에 안겨서 자고 나면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랄까..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항상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청태산 등산.



해발 1,200 M나 되는 산이었지만 한시간만에 비교적 가뿐하게 오를수 있었다. 휴양림의 해발이 높아서 인지 한시간 오르니 정산이 보였다. 그래도, 산은 늘 힘겹다. 그래서 정상이 더욱 반갑고 뿌듯한지도 모르겠다. 



청태산을 나와 봉평을 찾았다. 한창 메밀꽃 축제가 펼쳐졌다. 화사한 하얀 꽃이 가을 바람 따라 내게 다가서기도 하고 물러서기도 했다. 가슴이 설레었다. 길가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코스모스가 한창 피어있었다. 주인공 메밀꽃을 에워싼 코스모스, 아무렇지도 않게 가을마다 피는 꽃이었지만, 벌은 그녀를 반겨 주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벌과 코스모스의 사랑을 엿보았다. 



이렇게 나의 가을이 시작되고, 무르익고 있었다. 



와인과 치즈 l 2012/09/24 18:49

뭐든 몰아서 하는 것보다는 꾸준히 하는게 나을터인데, 가끔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몰아서 모든 것을 하게 될 때가 있다. 지난주말, 금요일에서 일요일까지 매일 저녁 하루 한편씩 영화와 뮤지컬을 감상했다. 


원래 토요일에 산행을 할 생각이었으나 집안일로 산행을 미루고 그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본 레거시를 예매했다. 그런데 금요일에 갑작스레 광해 시사회 초대권을 얻는 행운이 생겼다. (얏호~!) 뮤지컬 시카고는 2주전 예매해 두었던 것. 이렇게 문화 생활 3종세트가 완성됐다. 이 엄청난 사건(?)을 포스팅으로 기록하기로 했다. 다음은 관람 순서 대로의 감상이다. 


먼저 19일 개봉 예정으로 잡혀있는 '광해, 왕이된 남자'. 여의도에 새로 문을 연 IFC 몰 CGV에서 봤는데, 그날 CGV는 거의 전관에서 광해 시사회를 진행했다. 레드카펫 시사회도 열어 연예인도 많이 왔다는데 주차장에서 부터 경계(?)가 삼엄했다. 사실 나는 좀 불편했다. 정장입은 아저씨들이 엘리베이터까지 점령하고 "VIP 전용입니다!" 할때는 너무 오바하는게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지만, 영화는 명성대로, 입소문 그대로 좋았다. 1인2역의 이병헌의 연기야 모두 감탄하듯 훌륭했고 극 전체를 무게있게 끌고가는 허균 역의 류승룡 또한 멋졌다. 한효주는 '중전'역에 맞게 단아했다. 멋진 배우들이 멋진 연기를 펼치니 어찌 영화가 좋지 않을 수가 있을까... 최근 본 영화 가운데 'One of the Best'라 감히 말할 수 있다. 강추! 


광대이며 왕의 역할을 했던 이병헌의 표정이 특히,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본 레거시 (2012)

The Bourne Legacy 
6.1
감독
토니 길로이
출연
제레미 레너, 레이첼 웨이즈, 에드워드 노튼, 조앤 알렌, 앨버트 피니
정보
액션 | 미국 | 135 분 | 2012-09-06

두번째 영화는 본 레거시. 본 아이덴터티, 본 수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에 이은 본 시리즈의 또다른 영화다. 본 시리즈에 열광하는 남편의 추천으로 본 시리즈 세 편을 다운받아 다 보았다. 과연 액션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새로운 표준을 열었다고 할만했다. 맷 데이먼도 멋졌고... 그런데 뒤를 잇는 본 레거시는 감독과 주연배우가 모두 교체되는 시리즈이지만 새로운 영화였다. 


액션영화로는 재미있었다. 차라리 본 시리즈라는 간판을 달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걸. 본 시리즈라는 간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전작과 비교를 하게 되고 그 순간 추천 평점이 별 넷에서 별 2.5로 줄어들 것만 같다. 



시카고

장소
디큐브아트센터
출연
인순이, 최정원, 윤공주, 아이비, 남경주
기간
2012.06.09(토) ~ 2012.10.07(일)
가격
VIP석 110,000원, R석 90,000원, S석 70,000원, A석 40,000원
가격비교예매

문화생활 3종세트의 마무리는 뮤지컬 시카고. 무대는 까만 의상과 조명으로 연출, 시크한 분위기랄까.. 인순이와 윤공주 캐스팅 공연이었는데, 둘 다 정말 잘했다. 스토리가 워낙 칙칙하지만... 또하나, 박칼린을 가까이에서 보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었다. 


조금 뜬금없는 얘기지만 내가 다시 옛날로 돌아가, 혹은 다시 태어나 내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뭔가 작품을 만드는 작가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요즘 종종 든다. 그런 작가적 기질이 내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글을 쓰며 일가를 이룰수 있을지 여부 또한 모르겠지만, 작가로서 훈련받는 과정이 있었더라면, 아니 혹 지금이라도 있다면 해보고 싶다. 죽기전에 단편 소설이라도 써서 전자책으로 발표해볼까 하는 망상을 하게 되었다는 점이 연짱 3일간 문화생활을 한 후유증인가 보다. 






와인과 치즈 l 2012/09/11 13:25

얼마전 발간된 Grouped는 책을 읽은 사람들의 평판이 좋은 책이다. 한글로 번역되기 전부터 원서를 읽고 이 책의 번역서가 나왔으면.. 하고 바랐다는 사람들도 꽤 많다. 왜 그럴까? 


소셜 미디어, SNS에 대한 책이지만 기술서가 아니라 '사회 행동론'적으로 접근한 인문사회학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어서 '소셜'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돕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인 폴 아담스(Paul Adams)는 UX 컨설턴트로 일하다 구글에 합류해 다양한 서비스를 기획했고, 특히 구글 플러스 기획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현재는 페이스북으로 자리를 옮겨 브랜드 디자인 부문 글로벌 헤드로 일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사회학적으로 권위있는 다양한 논문들을 인용하며 이런 사람들의 행동이 (주로) 페이스북이라는 소셜 공간에서도 적용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소셜 미디어, SNS라는 새로운 영역이 수만년을 이어온 인간의 사회적 행동, 그룹의 역할과 관계 맺음과 결코 동떨어지지 않고 연장선상에서 이해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제까지 SNS를 새로운 '기술의 흐름'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였던 우리 사회의 일반론에 비춰 보면 상당히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것이다. 


오늘 가로수길 강남 트렌드 센터에서 소규모의 세미나를 열었다. 



Grouped 책의 발간에 힘이 되고 많은 관심을 보여주신 주변 분들을 초청해서 다 함께 Grouped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시간을 가졌다. 워낙 국내 SNS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어서 의미있는 다양한 얘기들을 나눌 기회를 가졌다. 


한상기 박사님: "워낙 이 책은 KAIST에서 강의할 때부터 수업시간을 통해 강조했던 다양한 논문

                      들을 폭넓게 인용하고 있으며 이를 SNS 공간의 사례와 잘 정리해 주어서 국내

                      에서 소셜 미디어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들이 꼭 읽어 보았으면 좋겠다." 


강정수 박사님 : "이 책은 인문사회학적인 교양서로 추천할 만하다. 요즘에는 미디어를 얘기

                       하거나 사회 변화를 얘기할 때 '소셜'을 빼놓을 수 없는데 꼭 읽어야 할 내용

                       들을 잘 정리했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그룹간의 관계관리가 중요하다는 측면

                       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마이크로타게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으며 

                       실제로 미국 대선 등에서 활용되기 시작했다"


장효곤 대표 :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영향력자'에 대한 기존의 인식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고 새로운 주장을 한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영향력자의 팔로워 수라든지, 

                    팬수라든지 양적인 개념과 관심사나 관계망이 어떻게 메시지 확산에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부족했다." 


김익현 기자님 : "영향력자라는 개념에 대해 전면 부정을 했다기 보다는 조금은 다른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이런 그룹들을 정의하고 어떻게 메시지 

                       확산이 되는지에 대한 다양한 연구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워낙 관심이 높은 주제이어서 심도있는 분석과 의견들이 오고 갔지만 시간 부족으로 더 많은 얘기들을 풀어내지 못한 부분은 아쉬웠다. 어쨌든 소셜과 SNS를 바라보는 관점이 이제까지의 기술적, 혹은 양적인 개념, 광고의 관점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과 그것의 핵심에 사람들 사이의 관계망과 그로 연결된 그룹이 중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했다.


Grouped가 조만간 전자책으로 발간된다. 그 시점에 맞춰 오늘 세미나 참석하신 분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소셜 리딩 프로젝트도 진행될 예정이다. 




강의와 책 l 2012/09/05 18:09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다. 올 들어 내 인생 최대의 반전이 일어났다. 걷기 싫어하고 땀나는 거 싫어하던 내가 '아웃도어 클럽'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조금 더 나이가 들어서도 건강하게 살고 싶어서 헬스를 시작했고, 그러다보니 산에 가는게 재미있어 졌다. 처음엔 남산 산책길을 걸었고, 조금씩 강도를 높여 산행을 하게 됐다. 주말에 산행일정 잡는 재미에 살고 있다고 하면 너무 과장이려나... 이제까지 다녀 온 산을 기억하며, 앞으로 가게 될 산을 꿈꾸며 그 기록을 시작한다. 

 


금수산 - 잘생긴 경상도 사나이 같은 산


SNS를 인연으로 만나 맘이 통하고 취향이 비슷해 친해진 친구들, 미삼사끼리 첫번째 여행을 떠났다. 너무 멀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가깝지 않은 곳으로 정하다 보니 충주호 부근에 숙소를 정하게 됐고 숙소 가까운 곳에 등산할 수 있는 곳으로 금수산을 골랐다. 우리가 묵게된 펜션 웹사이트에 '주변 관광지'로 소개 되었을뿐 금수산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낯선 산과 만나게 되었다.


금수산은 월악산국립공원에 속해있는 산이며 제천과 단양에 걸쳐있다. 예전에는 산세가 험하고 교통이 불편하여 산행객이 그리 많지 않았으나 최근들어 충주호 부근이 개발되면서 등산객이 늘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제천 상천 휴게소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상천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십여분 걸어가면 용담폭포 3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왼쪽은 만덕봉에 오르는 코스이고 오른쪽은 금수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오른쪽 길이 워낙 험하다고 하여 왼쪽 등산로를 선택했다. 


산행을 많이 한 것은 아니지만 금수산은 정말 독특했다. 마치 잘생긴 경상도 사나이 같다고나 할까. 산 초입에서 보이는 산은 바위와 나무가 적절히 어우러진데다가 산세가 깊어 정말 아름다웠다. 산 이름도 단풍이 수놓은 것처럼 너무나 아름답다고 하여 '금수산'으로 지어졌다 전해진다. 그런데 보통의 산들이 처음에는 완만하게 시작하여 하늘이 가까워질때쯤 바위산이 등장하고 어려운 고비를 넘기면 선물처럼 정상을 내어주는데 반해, 금수산은 처음부터 바위들로 이어졌다.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가 입 꾸욱 다물고 무표정으로 버티고 서있는 것과 같았다. 서울 주변의 산들이 바위를 오를때는 옆에 철봉 가드라도 설치하여 잡고 의지할 것이라도 만들어 둔 반면 이 곳은 1, 2미터는 족히 되는 눈 앞을 가로막은 바위를  맨 손으로 올라야 한다. 처음부터 등산객을 배려하는 다정함 따위는 없는 모양이었다. 

 

 

 

12시부터 산행을 시작한 우리는 빨리 올라 정상에서 점심을 먹자 생각했으나 바위 언덕을 두어개 넘고 나니 기력이 떨어져 곧 자리를 펴고 도시락을 까먹었다. 도시락 먹고 내려가자 압박하는 젠쿱을 얼음꿀물로 달래며 다시 산행을 시작했다. 바위 언덕 몇 개 더 넘고 나니 이번에는 가파른 계단이 나타났고 그 뒤에는 철봉가드가 있는 바위언덕이 다시 기다리고 있었다. 계단-철봉가드 잡고 오르는 바위언덕 몇 번을 더했더니 조금씩 산은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서는 곧 망덕봉(해발926m)이 나타났다. 아, 정상이다. 원래는 망덕봉에서 1.3Km 더 가서 주봉 금수산까지 갈 계획이었지만, 이번 산행은 이쯤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인증샷에 카페라테 한잔 맛나게 나누고 산을 내려왔다. 하산길에 보니 곳곳에 금수산의 절경이 이어졌다. 어느 너른 바위에 앉아 이쁜 소나무를 감상하며 잠시 쉬었다. 내려오는 길 역시 쉽지 않았다. 바위밖에 보이지 않는 하산길에서 등산로를 잘 못 찾아 헤매기도 했다. 나로서는 내평생 가장 절실하게 단신의 설움(?)을 느끼기도 했다. 

 

 

산행의 마무는 계곡물에 발담그기. 힘들었던 산행을 마치고 계곡물에 발 담그고 씻기고 보듬으며 오늘의 고생을 위로했다. 산행의 피로가 절반 이상 가시고 몸과 맘이 한껏 가벼워지는 순간이다. 

 

 

산을 내려와 장을 봐서는 숙소인 블루밍데이즈 펜션으로 향했다. 충주호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에 이쁘게 지어진 펜션이었다. 바베큐로 고기와 소시지, 야채를 구워 먹으며 와인 한잔을 하니 순간 산을 오를때의 힘들었던 땀과 탄성들이 오래 기억되는 즐거운 추억으로 녹아들었다. 

 

 



와인과 치즈 l 2012/09/0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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