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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대표이사의 타이틀을 갖게된 나는 한동안 'CEO증후군'에 시달린 적이 있었음을 고백해야겠다. CEO증후군이라는 증세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나는 나를 한때 괴롭혔던 그 증상을 그렇게 부르고 싶다.
 
언제부턴가 회사의 대표자를 '사장'으로 부르는 대신 'CEO'라는 용어가 등장을 했다.  90년대 후반 미국으로부터 건너온 "벤처" 열풍의 한 단면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Chief Executive Office, 최고 경영자라는 이 표현은, 기업을 대표해서 전면에 나서 모든 것을 챙기는 "대표"의 의미에 무언가 모를 '플러스 알파'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CEO와 함께 갑자기 인기를 모았던 단어 가운데는 '비전(Vision)'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굳이 해석하자면 '기업이 앞으로 나아갈 미래 사업 방향'이라고 할수 있을, 실체도 보이지 않는, 이 비전에 대해 사람들은 훨씬 중점을 두었다. 지금 그 기업이 매출이 얼마고 순익이 얼마인가 보다, '비전'이 있는가 없는가하는 것이 더 중요한 포인트가 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90년대 후반에는 CEO의 직무를 정의해 보자면, 하루 하루 영업 실적을 챙기는 역할 보다도 오히려 앞으로의 기업이 가진 전망, 즉 비전을 만들어내는 일이 더 중요하게 여겨졌다. 소위 Visionary를 원했던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나 애플 컴퓨터의 "스티브 잡스"처럼 비저너리로서의 CEO 브랜드가 인기를 모으면서 모두들 사장에게 CEO가 되기를, Visionary가 되기를 은연중에 강요했다. 아니, 강요했다기 보다 그 당시 나는 그런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스스로에게 조용히 물었다. 과연 나는 회사의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말이다. 회사가 개척해야할 미래를 정확히 짚어 내어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 "설파"하고 납득시키고, 이해시키고, 나아가 감동시키고, 이끌어갈 수 있는 재목이 되는지 말이다.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도대체 우리 회사의 비전은 무엇인가.. 스스로에게도 명확치 않은 그 비전을 다른 사람에게 설득할 수 있는지.

그것이 내가 고민했던 'CEO 증후군'의 실체였던 것같다. 그 안개속을 헤매는 듯한 불안정함이 싫어서 '늦깍이 유학'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창업3.0에 접어들어 나는 세번째 CEO라는 타이틀의 명함을 가지게 되었는데 사업이 잘되건 못되건 간에 지금은 예전에 가졌던 CEO 증후군의 증상들이 한결 누그러들었다. 어쩌면 CEO의 역할의 기대치가 달라진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CEO란 단어 자체가 예전처럼 그렇게 팬시하지도 않고, 역할에 있어서도 비저너리로서의 역할 보다는 오히려 '리더쉽'에 더 초점을 많이 맞춘듯하다. 앉아서 천리를 내다보는 비정상적으로(?) 똑똑한 경영자이기 보다는 사람들을 잘 이끌고 화합해서 기업의 목표를 명확히 정의하고 차근히 이뤄내는 것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얼마전 오래 알고 지내던 투자사의 CEO를 만났다. 그 분은 "요즘 하는 일의 절반 이상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라고 정의했는데, 새삼 수긍이 되었다. 조직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는 것, 혹은 고객들의 소리를 귀담아 듣는 것이 정말로 CEO가 해야하는 기본적인 임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기 때문이다.

세상은 갈수록 분화 되면서 폭넓은 시각을 요구한다. 누구 한사람의 혜안을 가진 비저너리가 풀어내기에는 너무나 변수가 많다. 많은 사람의 시각, 의견을 종합한 성실하고 지혜로운 '판단과 결정'이 더욱 중요한 것같다.  

그래서 나는 요즘 더욱 "귀담아 듣기"에 열중한다. 시기 적절한 판단과 결정,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은 여전히 나의 몫이겠지만, 나는 더 이상 백리 앞을 보기 위해 짧은 목을 잔뜩 빼지 않아도 된다. 또 멋들어진 '비전' 대신, 신중한 예측과 선택 가능한 몇가지 행보들을 함께 나누면 된다. 무엇보다도 '뭐든지 다 알고, 똑똑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도 된다.
 
그 대신, 함께 나아가는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일을 함께 하면 된다. 겉이 번지르한 그럴듯한 '비전'은 종종 신기루 처럼 손에 잡히지도 않고 가슴에 오래 머물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절대 기업의 '비전'을 정의하고 공유하는 일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그것이 조직원들의 현실과 인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야 하지, 미사여구로 완성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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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담아 듣기"가 중요하다. -사진출처: www.corante.com-






Posted by easysun

대학을 졸업하고 10년은 이력서를 썼고, 나머지 10년은 접수된 이력서를 검토하면서 보냈다.
내가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던 80년대 후반에는 입사 지원서가 보통 회사의 양식이나 일반 이력서 양식에 맞춰 적어 내면 되는 것이니 크게 어려울 것은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단순 이력서 뿐 아니라 자기 소개서가 있어서 자신에 대한 소개와 입사후의 포부등을 에세이 형태로 제출하는 것이 보통이다. 지원자에게는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직원을 뽑는 입장에서, 면접의 전단계로 검토하게 되는 이력서나 자기 소개서는 나름 많은 것을 얘기해준다. 무엇보다도 첫인상을 가지고 면접에 임하게 되기 때문에 좋은 이력서, 자기 소개서는 실업난을 뚫고 구직에 성공하기 위한 첫단추인 셈이다.

그동안의 경험치로 얘기하자면 이런 이력서는 결코 뽑지 않는다.

첫째, 입사지원서를 작성하면서 회사 이름을 잘 못쓰는 경우
        '설마!'라고 생각할 일이 아니다. 입사 지원서 가운데 심심치않게 회사 이름을 잘 못쓰는 경우가 있다. 미디어U에 지원하는 사람이 "제가 미디어M에 입사하게 된다면, ..." 이런 문구를 읽는다고 상상해보라 (종종 잘 못 적은 회사가 경쟁사인 경우도 있다). 재고의 여지 없이 이런 이력서는 불합격으로 분류된다.

둘째, 인터넷 사이트에서 다운받아 그대로 제출한 것같은 내용
        "안녕하십니까. 저는 귀사에 지원하게된 000입니다.... 저는 서울에서 3남 1녀의 막내로 태어나 엄한 아버지와 자상하신 어머니의 가르침을 받고 자랐습니다. ... 저의집 가훈은 '항상 성실하라'입니다. .. 가훈처럼 성실하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이름만 바꾸면 어디서나 볼수 있는 내용으로 가득찬 자기 소개서는 한단락 읽으면 더 읽고 싶어지지 않는다.

지금 에델만에서 PR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쥬니캡님은 대표적으로 입사 지원서 및 자기 소개서를 창의적으로 제출한 모범사례로 내 기억에 남아있다. 1999년 쥬니캡님이 (주)드림 커뮤니케이션즈에 입사할때 입사지원서를 드림의 모 이사님과의 일문일답 인터뷰 형식으로 작성했었다. 당연히 그 입사 지원서는 면접을 보아야할 대상 1호로 분류되었으며 좋은 인상을 가지고 시작한 면접은 좋은 결과를 낳게 마련이었다.  

세째, 회사에 대한 관심 없이 면접에 임하는 경우
        입사 지원서로는 정확히 알기 어려운 내용이지만 가끔 면접을 볼때, 회사에 대해 홈페이지도 방문하지 않고 오는 경우가 있다.  얼마전 인터뷰에서도 블로그코리아 사이트도 모르는 지원자가 있었다. 도대체 아무리 능력이 출중하다 한들, 뭘 보고 그런 사람을 뽑을 것인가..

그렇다면 백전백승의 이력서 작성 요령은 무엇일까? (사실 이력서는 1전1승이 가장 좋은 것같다. 100전을 하려면 99번은 실패했다는 뜻일테니 말이다 -_-)

취업, 인사포털 사이트인 인크루트가 최근 3만여건의 입사 지원서를 분석해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성공하는 입사지원서 작성요령은 다음과 같다

       자기소개서에 지원분야가 명확히 드러나도록 쓴다
      정장차림, 부드러운 미소가 깃든 사진을 붙인다 (지나친 '뽀샵'은 자제할 것)
      제한한 글자수까지는 작성한다
      일관성있게 썼는지 확인한다
      오탈자나 표기를 최종점검하고 제출한다 (특히 회사이름^^)

 
  

 
Posted by easysun

최근 등록된 블로그코리아 뉴스룸 자료 가운데 연봉제공 전문업체 (주)페이오픈이 발표한 자료가 눈길을 끈다. 자료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직장인 312명 가운데 대다수인 94%가 연봉협상에 불만이라고 응답했다.

조사결과 직장인들은 93.91%가 연봉협상이 '불만족스럽다'고 밝혔고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40.96%가 '회사측의 일방적인 통보'라고 답했다. 명목상의 연봉협상만 있을 뿐 실제로는 회사측이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 다음으로는 '근거가 모호한 평가기준'(19.11%), '무늬만 연봉제일뿐 실질적으로는 호봉제를 유지'(14.33%), '동결(삭감) 또는 아주 미미한 인상'(12.97%)등이 뒤를 이었다.

물론 조사 자체가 연봉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는 (권위적인) '연봉 협상' 과정에 더 포커스가 맞춰진 것 같지만 어쨌든 결론적으로 대다수가 연봉 협상, 혹은 연봉 그 자체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결과는 연봉협상을 해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대단히 새겨둘 필요가 있는 정보이다.

Human Resource 관리 전문가는 아니지만 연봉협상에서 이렇게 괴리가 생기는 이유는 몇가지로 추측해볼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손쉬운 이유는 평가자와 피평가자간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 즉 피평가자의 입장에서 본인 스스로를 평균 이하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평가자의 입장에서 보면 평가 기준과 여러가지를 고려할때 평균이상, 평균, 평균이하의 등급을 두는 것이 일반적인 예이므로 평균이하의 평가를 하게 된다. 이런 차이를 발견하면 당연히 연봉협상에 불만이 생기고 괴리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또한 아직까지 우리 사회가 개인의 능력에 기반을 둔 연봉제의 개념이 완전히 정착하지 못하고 이행과정에 있다고 보기 때문에 연봉제를 실현하기 위한 객관적인 성과 측정의 지표들이 적합하게 만들어져야 하고 더 중요한 것은 평가 받는 사람과 기업 사이에 끊임없이 공감을 이뤄내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부족한 측면도 분명 있는 것같다.

연봉협상에 불만을 느끼는 이유를 객관적으로 분석할만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지만, 문득 오래전에 헤드헌터였던 친구가 한 얘기가 떠올랐다. "연봉 얘기는 두사람이 모여 하면 두사람이 기분 나빠지고, 백명이 모여하면 백명이 모두 기분 나빠진다." 백명이 모두 연봉을 알게 되면 아마도 가장 연봉이 높은 한명을 제외한 99명이 자기보다 연봉이 높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우울해질 것이며 나머지 한명도 여러 사람들과 비교하다보면 스스로가 능력에 비해 출중한 대우를 못받는다는 생각에 우울해진다는 설명이다.

어쨌든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연봉협상에 불만을 느낀다니, 연봉을 정하는 기준에 대한 것이든 협상 절차든, 기업의 입장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을 더욱 강화해서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할 것같다. 연봉이 직장생활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지만, 우리 모두 인정하듯이 대단히 중요한 요소임에는 틀림없기 때문이다.  




Posted by easysun

취업관련 포털 서비스인 인크루트(www.incruit.com)이 최근 블로거들을 대상으로 낸 자료를 보면 재미있는 내용이 있다.

인크루트가  리서치 기관인 엠브레인과 함께 직장인 1천1백84명을 대상으로 '2007년 연간 업무평가'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결과를 발표했는데, 직장인들은 53.6%가 올 한해 자신의 업무 성적을 지난해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반면 목표실적 달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목표의 80% 이상을 달성했다는 응답이 37.1%에 그쳐 대조를 이루었다.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에게 자신의 연간 업무성적표를 'S-A-B-C-D'(작년과 비슷한 정도를 'B'로 규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평가함)로 평가하게 한 결과, 스스로를 ▶‘S’라고 채점한 직장인은 6.8%에 그쳤고 ▶‘A’ 로 평가한 경우는 46.8%로 가장 많이 나타났다. 그래도 작년보다 업무 성적이 좋아졌다는 직장인이 절반(53.6%)을 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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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reater the difficulty, the more glory in surmounting it" - Epictetus /www.allposter.com 에서 갈무리


그렇다면 고과평가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목표실적 달성은 어떠했을까?

같은 설문에서
‘연초에 세운 목표실적을 어느 정도 달성했는지’를 물어본 결과 ▶‘100%수준’을 달성했다는 직장인이 6.1% ▶‘80%~100%미만’이 31.0%로 나타났고, ▶‘60%~80%미만’이라는 평가도 39.6%로 나타나 다소 미흡한 수준으로 보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

또 ▶‘40%~60%미만’이라는 답변
도 16.0%,
▶‘20~40%미만’과 ▶‘20%미만’의 저조한 성적도 각각 5.8%와 1.4%였다.

일반적으로 목표달성에서 '보통'의 수준을 80% 정도라고 했을때 보통 정도의 목표를 달성한 수치는 36%에 그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업무 성적은 좋았는데 목표달성은 못한 것일까? 물론 설문에 근거한 통계치를 가지고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설문 결과를 보면 그런 의문이 드는게 사실이다. 이 조사에서는 목표달성에서 어려운 점으로 응답자들은 '인원 변동등의 외부요인'(28.2%)을 가장 커다란 원인으로 손꼽았다. 이밖에 목표치 자체가 너무 높았다는 응답도 있었다.

기업에서 한창 내년 목표를 세우고 그것에 맞춰 개개인의 업무 목표와 평가기준등을 세울 때이니 만큼 직장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업무 향상 정도에 대한 다소 주관적인 평가와 목표 달성률이라는 객관적인 평가가 항상 차이가 나는 것을 수치로 잘 보여주는 조사였던 것 같다.

어떻게 이 괴리를 좁힐 수 있을까.. 쉽지 않은 문제의 해답을 구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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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asysun
(최근 열흘간 정말 바쁘게 지냈습니다. 바쁜 와중에 블로그에 써보고 싶은 주제들이 얼마나 많이 생각나던지.. 근데 정말 그거 몇 줄 적기가 벅차서 방치한 느낌입니다. 어제부로 바쁜 일정은 대략 마무리가 되었는데 지독한 감기에 걸려서 지금은 머리가 훵하니 비어버린 느낌입니다. 너무 오래 업데이트를 못시키는 듯하여 최근 전자신문 기고문을 올립니다. 이 글도 시간에 쫓겨 써서 조금 거칠기는 하지만.. ^^)

며칠 전 미국 의학드라마 <하우스>를 보니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다. 암전문의가 3개월 전에 어떤 환자에게 말기 암을 진단했고 남은 기간이 6개월 뿐이라고 일종의 사형 선고를 내렸다. 그리고 3개월 후 상태를 재진단하던 차에 놀랍게도 이 아니라 단순히 양성 종양이었음을 발견하게 됐다. 의사는 자신이 환자의 3개월을 불행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그 환자가 살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환자에게 희망을 전한다.


그런데 그 환자는 살 수 있다는 뜻밖의 희망적인 소식에 절망한다. 3개월 전 사망선고를 받은 그 환자는 평생을 일해서 마련한 (아마도 여전히 융자할부금을 갚아 나가고 있었을) 집을 팔고 이태리 여행을 위해 비행기 티켓도 마련했다.


이제 그에게 불안한 미래를 위해 아껴둬야 할 삶의 의무가 남아있지 않으니 집을 지켜내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 집을 팔고 미래를 위한 저축에 얽매이지 않으니 비로서 유럽 여행의 꿈도 이룰 수 있었다. 얼마 남지 않은 삶이니 만큼 이제서야 살아가는 것의 부채에서 벗어나서 사는 것처럼 살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도 보통 사람들의 집장만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미국 역시 집장만을 위해 꽤나 긴 시간을 할부금 갚는데 보낸다. 50대로 보이는 그 환자에게 현재는 담보로 잡혀 있는 남은 삶을 살기 위해 이자 갚기에 급급한 생활이었을지 모른다.


삶이 6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처음 접했을 때야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겠지만 그 환자는 결국 남은 삶을 잘 마무리할 방법을 생각해냈을 것이다. 그리고서야 그는 이제서야 진짜 사는 것처럼 살게 됐다고 느끼게 되었다. 현재의 삶에서 경제적인 풍요로움이 가져다 주는 여유를 즐기게 된 것이다.


남은 삶을 포기하자 현재가 넉넉해지고 풍요로워 졌다는 것은 참으로 역설적이다. 불로초를 찾아 헤맸던 진시황을 비롯해 대대로 인류가 그토록 바라왔던 장수의 꿈을 무색하게 하니 말이다. ‘장수의 희망은 사람들이 수명이 늘어나면 평생을 살아가면서 만들어내는 가치나 행복이나 기타 등등 삶의 모든 결과물들을 늘릴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한 편으로 생각해보면 수명이 늘어나면 총량은 증가하겠지만, 결국 순간 순간의 가치나 행복을 규정할 때는 다시 늘어난 수명만큼으로 나눠야 하니 순간의 행복은 늘어난 수명에 비해 큰 변화가 없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람의 삶과 순간 순간의 행복에 과연 이런 수학적 개념을 도입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어쨌든 개념적으로는 그럴 것이다.


오늘 출근길에는 문득 그 에피소드를 기업의 생명력과 빗대어 생각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 역시 탄생이 있고 성장이 있고 도약기와 또 쇠퇴기를 가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사람과 비슷하다. 또한 백년을 지탱하는 기업을 찾아보기 힘든게 현실이다. 미국의 한 경영컨설팅 회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5년된 회사가 살아 남을 확률은 38%, 20년된 회사의 생존률은 10%, 50년된 회사는 2%, 그리고 1백년이 넘도록 살아남을 확률은 불과 0.5%에 머물렀다고 한다. 이쯤 되면 기업들도 사람들만큼이나 장수를 위해 힘을 쏟아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기업은 불치병이라는 것이 없다. “생존기간이 6개월 남았다는 식의 사형선고를 받을 수도 없다. 실제로는 유한한 존재일지라도 기업은 개념상으로는 무한하다. 그래서 드라마에 등장한 그 환자처럼 정해진 수명을 받아들이고 남을 날들을 정리하며 즐겁게생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


그리고 보면 기업을 만들어 운영한다는 것은, 기업의 활동에 참여해서 기업을 움직이게 한다는 것은, 살아가는 것보다도 더욱 긴 호흡이 필요한 일인 것 같다. 기업이야 말로 장수를 누리기 위해서는 병이 없이 건강하게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벌써 12월이라는 달력의 무게 때문인지 요즘은 부쩍 세월이 흐른다는 것, 나이를 먹는다는 것, 늙는다는 것의 의미를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전자신문 '아침을 열며, 12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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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asysun
(이 글은 매일경제신문 기고문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아직 회사를 설립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기업 매각을 고려할 때는 아니다. 단지 얼마전 매일경제신문에서 M&A에 관련된 기고를 요청한 일이 있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벤처기업들에게 M&A가 어떤 의미를 가질지 생각해 보았을 뿐이다.

사실, 원고 청탁을 받고 내가 적임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몇번이나 고사했다. M&A에 대한 기고는 파이낸스에 정통한 사람들이 나름대로의 관(insight)을 가지고 써야 마땅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쨌든 이러저러한 이유로 얼결에 글을 쓰게 되었는데, 얕은 지식을 극복하는 길은 경험담밖에 없다는 생각에 두번의 창업 과정에서 정리하던 일들을 전달하는데 그쳤다.

한가지 나는 일반화된 기업매각을 바라보는 시각에 늘 불만을 느끼던 터였다. 마치 M&A를 열정을 가지고 벤처기업을 창업했던 사람이 이제는 관심이 식어서, 회사를 내던지는 것으로 생각한다거나, 더욱 어처구니 없는 것은 기업 매각을 '먹고 튀는' 행위로 바라보는 일도 있다는 사실이다.

어쨌든 본의 아니게 나는 두번이나 창업한 회사의 지분을 매각한 경험이 있다. 1996년에 창업한 홍보대행사는 2002년 유학을 떠나면서 지분을 매각했고 또 한번은 미국에서 창업한 회사를 인수합병했었다. 그 두 차례 매각 과정에서 우리나라와 미국이 상당히 기업 환경 면에서 다르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첫 번째 회사 매각은 극히 개인적인 이유에서였다. 당시 나는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회사가 CEO 없이 몇 년간 운영되는 것보다는 누군가 애정을 가지고 보살필 사람이 필요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회사를 매각하는 과정 내내 혹은 그 이후에 내가 회사를 떠나서도 나는 원인 모를 죄책감에 시달렸다. 마치 오랜 연인을 차버리고 떠나는 것처럼 `회사를 버린다`는 느낌이었다. 실상 그것은 내 안에서 만들어졌다기보다 회사 매각을 바라보는 사람들 시선에서 전달받은 인상이었다.

소규모 기업은 창업자가 대주주였고 또 경영자였으니 기업과 대주주 관계는 마치 부모와 자식 같은 그런 느낌이 강했던 것 같다. 물론 이런 논리는 아직까지도 여전히 남아 있지만 말이다.

두 번째 회사 매각은 미국에서 이루어졌다.

3년 전 미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인터넷에 기반한 모바일 콘텐츠 사업을 시작했다. 엠투고(mtogo)라는 미국에 있는 한국ㆍ일본ㆍ중국 등 아시안 커뮤니티를 상대로 휴대폰 벨소리, 배경 그림, 게임 등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인터넷 서비스였다.

엠투고는 한국ㆍ일본ㆍ중국에서 콘텐츠를 소싱해 제공했고 다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콘텐츠 차별화로 인해 한국 사용자를 비롯해 아시아 사용자들 사이에 조금씩 인기를 끌어갔다. 사용자도 점차 증가했고 다운로드도 늘어갔다.

그러나 인터넷 서비스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마케팅이 필수적이었는데 투자계획이 차질을 빚자 충분한 마케팅을 하기가 어려웠다. 1년쯤 지난 시점에 우리는 회사 매각을 고려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인수자를 구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대로 두면 정리될 회사를 인수한다는 것은 한국적 시장 정서로는 가능성이 희박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누구도 개발할 수 없는 특별한 기술을 가진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엠투고는 인수자를 찾을 수 있었다. 우리를 인수한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직접 인터넷 서비스를 개발할 수도 있고 콘텐츠를 소싱할 수도 있겠지만 인수ㆍ합병을 통해 시간을 벌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미국은 기업가의 천국이라고 할 만큼 창업이 자유롭다. 큰 어려움 없이 회사를 만들고 자기 아이디어를 전개시켜 볼 수가 있다.

창업이 쉽다는 것보다 더 큰 모티베이션은 많은 창업자들이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이룩한 성과들이 개방적인 M&A를 통해 서로 뭉쳐지고 보태져서 더 큰 성과들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미국 창업자들은 거창하게 회사를 키워 공개하겠다는 꿈보다는 큰 기업에 인수되는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곤 한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생존율은 10년을 기준으로 25% 미만이라고 한다.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확률은 0.1%로 훨씬 낮아진다. 무수히 많은 기업들이 시장에서 사라지는데 그들이 이뤄놓은 노력과 성과들이 물거품이 되고, 또 다른 기업들이 같은 일을 반복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사실이 아쉽다.

기업 인수ㆍ합병이 반드시 기업 생존율을 높이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열린 문화가 사회 전반적인 자원의 효율화에는 크게 기여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의 기업가 정신을 진작시키는 영양제 구실을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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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asysun

99년, 소위 인터넷 붐이 시작된 이후 테헤란로의 인터넷 기업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투자 유치를 발표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보통 1주당 액면가 5천원의 주식이 열배, 혹은 백배의 배수로 투자 유치를 받았던 것. 단순한 붐을 넘어서 과열 양상을 보이곤 했었다.

당시 주로 인터넷 벤처 기업들의 '홍보'를 도와주는 사람으로 테헤란 밸리에서 일했던 나로서는 '투자 유치' 발표는 흡사 성형수술과 마찬가지로 벤처기업들의 얼굴을 바꾸어 놓는 예를 자주 목격하곤 했다. 우선, 투자유치를 하면 CEO의 목이 뻣뻣해진다. 머리 숙여 인사하는 법을 잊어 버린 듯하다. 물론 좋게 얘기하자면 당당해지고 자신만만해진다. 그 다음은, 시계나 양복이 바뀌고, 또 자동차도 바뀐다.

물론 자랑할 만한 일이다. 우선, 기업이 높은 배수로 투자를 받았던 것은 향후 성장 가치를 인정받았던 의미일테니 당연 경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인터넷 열풍이 불 당시는 조만간 기업을 공개한다는 전제하에 (실제로 투자 계약서에 몇년 이내 IPO를 한다는 조항이 붙는 경우도 흔했다) 기업 공개후 가치 평가를 염두에 둔 프리미엄까지 겹쳐 더욱 높은 배수로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투자 받는 것 자체가 곧 있을 기업공개에서 주가가 급상승할 것이라는 예측과도 연결이 되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투자 유치는 곧 '벤처기업의 대박'을 의미하는 것일까?
사실 그렇지 않다. 과열양상이 뜨거웠던 만큼 거품이 꺼질때의 혹독함도 우리는 너무나 많이 보아왔다. 투자를 받고 결국 회사의 문을 닫는 경우도 허다했다. 물론 돈을 쌓아 놓고 묻지마 투자를 했던 투자회사들도 사라지는 경우도 많이 있었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스타트업 기업, 소위 벤처기업에 투자 유치의 의미는 무엇일까? 사업 초기의 벤처기업일수록 조금은 안정적으로 원래의 사업 모델을 추진해 볼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질 것이다. 항상 '먹고 사는 문제'가 걱정인 초기 벤처기업에서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투자와 기술개발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꿈같은 얘기가 아닐수 없다.

그런데 대부분 간과하는 것이 있다. 투자 유치란, 지분을 파는 것이므로 주주구성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기업의 중요한 한 축이 변화하는 것이다. 만약 투자 유치를 통해 최대지분율을 가진 주주가 바뀌었다면, 그것은 벤처기업 경영자들의 경영권에 큰 변화가 온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늘 변화가 뒤따른다. 그리고 변화는 필요하다. 투자유치는 당연히 긍정적인 변화이고 회사를 키우고 살찌우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성장하면 그 만큼 다른 숙제들이 등장하고 그것을 잘 풀어내야 그 다음 단계로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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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시작한 소위 '벤처기업'에는 늘 부족한 것이 두가지다. 하나는 돈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이다. 연료가 없으면 차가 굴러 갈 수 없는 것이니 자금의 중요성이야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지만 '사람'의 중요성도 그에 못지 않다.

조직의 힘으로 굴러가는 대기업에 비해서 이제 막 시작한 신생 기업에서는 종종 개개인의 능력이 회사 전체의 성과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몇배는 더 능력있는 개인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객관적으로 좋은 조건의 소위 인재들은 대기업을 선호한다. 아니, 신생기업에 오려고 하지 않는다. 그것이 딜레마이다.

그런데, 작은 회사에는 대기업에는 좀처럼 찾기 어려운 것이 있다. 그것은 회사 전체를 녹이는 Spirit 이다. 흔히, 하면 된다! 할수 있다! 하는 강력한 믿음과 조금은 버거운 듯한 과제를 수행해야만 하는 상황이 종종 범재를 출중한 인재로 키워내는 마술같은 힘을 발휘하곤 한다.

96년말에 설립한 드림 커뮤니케이션즈는 여의도 한서 오피스텔 20평에서 시작해서 2번 이사한 끝에 이듬해에는 여의도의 한 빌딩 사무실을 구할 정도로 식구가 불어났다. 회사가 컸다고는 해도 아직 번듯한 회의실 하나 갖추지 못해 사람을 뽑을때면 면접을 그 근처 '세양원'이라는 단골 중국집의 룸을 하나 빌려서 진행했다. 드림의 초창기 멤버들은 아직도 그 '세양원 면접'의 색다름과 정겨움을 기억하고 있다.

그렇게 조그마한 회사였으니, 소위 학벌 좋고 경력좋은 (물론 학벌이 좋다고 인재라는 얘기는 아니다. 나는 옛날부터 그런 편견은 버린지 오래다) 지원자들이 드물었다. 내가 면접을 볼때 가장 많이 고려했던 것은 지원자의 생각과 표정에 Spirit이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런 정의 조차도 애매하긴 마찬가지지만, 본인의 입으로 "나는 어려운 상황을 뚫고 내 자신을 던져 뭔가 이뤄내는 것을 꼭 해보고 싶다"라고 얘기한 사람을 일단 뽑고, 또 전체적인 회사의 분위기가 그런 Spirit을 강조하면 객관적인 조건으로 봤을때 평범한 고양이었던 사람이 시간이 흐르면서 호랑이로 변하는 마술을 몇번이고 목격할 수 있었다.

고양이가 호랑이가 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간단하다. 자신의 일에 스스로 가치를 부여하고, 누가 시켜서 일하기 보다 이런저런 고민들을 섞어서 어떻게 하면 더 잘 할수 있을지, 혹은 힘들어 보이는 일도 어떻게 하면 이룰 수 있을지에 골몰하는 사람들은 곧잘 질적인 성장을 거두곤 한다. 스스로 기회를 만들면 만드는 만큼 성과도 본인이 가져갈 수 있는 곳, 그래서 작은 회사가 Spirit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매력적인 것 같다.

가끔씩, 회사의 조직이, 혹은 그 분위기가 구성원들을 압도하여 뭔가 해보려는 사람들은 오히려 이런저런 뒷담화에 시달리는 경우를 본다. 회사의 규모와 상관없이 Spirit이 살아있지 못한 회사이다.

비록, 앞날에 대한 불안감은 있을 지언정, 자유롭고, 치열한 Start-up의 정신이 나는 정말로 좋다. 이제 막 한 걸음 떼어 놓은 미디어U의 자산도 그런 벤처정신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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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asysun

살아가는 일이 그러하지만 회사를 창업해서 키워간다는 것 또한 끝없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창업을 할때는 대부분 '풍운의 꿈'을 안고 시작한다. 잘 될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은 있을 지언정 망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은 없다. 미래에 대한 장밋빛 환상을 품게 된다. 하지만 그 미래는 단숨에 다가설 수 없다. 세월을 견뎌내며 차곡차곡 쌓아가는 사람들에게만 약속된 것이다.

회사를 설립하고 한달, 두달, 일년,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은 종종 조바심을 내게 된다. 열심히 뛰어도 원하는 미래의 모습이 다가오지 않고 가도가도 끝없는 산길만 이어지다 보면 쌓아가려는 인내보다 빨리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다.

아이가 태어나서 말하고 뛰어다닐 수 없듯이 기업도 마찬가지다. 일정부분 힘을 가지고 제대로 뭔가를 해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기업을 '법인'이라고 하는 것같다. 기업도 탄생하는 순간부터 사람과 같은 속성을 많이 갖추고 있다는 것을 때로 절감하게 된다. 아이가 자라나서 의사 표현을 하기까지 적어도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기업도 제대로 모양을 갖추기 까지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보통 기업이 탄생을 해서 한 3년 정도가 지나면 먹고 살아갈 힘을 얻는다고들 한다. 3년간의 경험이 축적되면 그 기업의 명성도 어느 정도는 쌓이고 그렇게 뼈와 살이 붙어서 힘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초기 기반을 다지는데 필요한 일정시간이 때론 기다리기 어려운 시간이 되기도 한다. 마음은 벌떡 일어나서 걷고 뛰고 싶은데, 이제 막 걸음마 떼기 시작한 기업의 조직력이 뒷받침이 안될때는 절망감이 앞서기도 하는 것. 이렇게 마음이 급해지다 보면 초심을 잃고 무리수를 두게 되고 원래 그렸던 장밋빛 미래와 점점 멀어지는 결과를 낫기도 한다.

마라톤 경기처럼 페이스 조절을 잘 하면서 스스로를 잘 조절해서 나아가는 인내와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창업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시간과의 싸움은, 시장이 열리는데 필요한 시간을 기다릴 수 있는 인내이다. 이것은 회사를 창업할때 수백번을 더 고민해야 하는 과제인데, 이미 열려있는 시장에 들어가면, 지루한 기다림은 필요하지 않지만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경쟁사를 물리칠 수 있는 차별화 전략이 중요한데, 종종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자본이나 인력, 마케팅 전략 등등의 "자원(Resource)"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돈이 많이 든다는 의미다.

가장 좋기로는 조만간 열릴 시장에 반걸음 먼저 들어가,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인데, 현실에서는 '반걸음 먼저'라는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때로 기다림이 너무 오래 필요해서, 시장이 열리는 것을 끝내 기다리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종종있다.

96년 드림 커뮤니케이션즈를 설립했을때는 솔직히 3년후, 5년후를 내다보는 여유가 없었다. 당장 어떻게 먹고 살것 인가 하는 절박함 만이 가득했다. 그 당시 '벤처기업을 위한 PR 서비스'가 드림이 내세운 차별화 포인트였는데, 과연 벤처기업 가운데 PR 서비스를 원하는 기업이 있을 것인지에 대한 확신도 없었고 (솔직히 고백하건데, 그런 확신이 있는 척 했을 뿐이다), 또 그 시장이 언제 올 것인지에 대해서는 감이 없었다.

99년 인터넷 열풍이 불면서 '벤처 전성시대'를 열었으니 3년만에 시장이 열린 셈이고, 창업때부터 "벤처기업을 위한 서비스"를 주장했던 드림 또한 성장기를 맞을 수 있었다. 정말 운이 좋았다. 하지만 그것은, 돌이켜 보니 그랬던 것이고, 그것을 예측할만한 혜안이 내게는 없었다. 뒤늦게 따져보면 운이 좋았지만 96년 설립한 회사가 99년까지 드림의 주된 매출은 마이크로소프트, IBM, 3Com, 시스코등 글로벌 IT 기업들로부터 나왔다. 그래도 항상 드림의 차별화 포인트는 "벤처기업을 위한 PR"이었다.

시장을 만들어가려는 노력, 그리고 시장 안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살아갈 힘을 얻는 노력, 그 노력의 시간들을 이겨내는 기업들이 결국 살아 남는다. 미국의 수많은 기업들 가운데 100년을 넘게 지탱해 온 기업은 GE밖에는 없다. 우리 나라의 경우도 60년대 10대 기업 가운데 아직까지 명맥을 유지하는 기업을 찾아볼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기업들이 치러내야 하는 시간과의 싸움은 비단 창업 때 뿐이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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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asysun

창업자에게 정말로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Ownership이다. 아니 더욱 정확하게는 지분율이다. 보통의 기업은 창업자 한사람, 혹은 두, 세 사람이 공동 투자하여 투자금액에 따라 지분을 나눠갖 시작한다. 대게는 그 지분율에 따라 회사내 서열도 정해진다. 가장 많이 돈을 낸 사람이 '대표이사', '사장'의 타이틀을 갖는 식이다.

그러다가 회사가 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자금이 필요해지면 '투자'를 받게 된다. 기존 창업자 그룹이 추가로 투자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외부에서 투자를 받는다는 것은, 한 편으로는 그 회사의 향후 성장성에 대해 인정을 받는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그래서 종종 기업들에서는 투자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언론을 통해 발표하며, 사업성을 인정 받았음을 대외적으로 자랑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투자'라는 과정을 통해 창업자의, 혹은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은 떨어지게 된다.

이 부분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창업자들은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창업을 하고 증자 과정을 통해 투자를 받더라도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의 말하자면 51%의 지분은 포기할 수 없다고 굳게 믿고 있다. 물론 경영권이라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개념이다. 회사의 전략이나 정책등 대단히 중요한 부분에서 실제 실행의 주체인 대표이사, 혹은 창업자가 뜻을 펼수 없다면 원칙적으로 그 전략의 성공여부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투자자, 즉 주주와 창업자, 혹은 대표이사의 목표는 근본적으로 같다. 가장 단순한 용어로 회사가 잘되는 것이 공동의 목표이다. 그렇다면, 회사 외부에 있는 주주가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진에 대해 지분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할수는 없다. 회사를 운영하는 주체가 바로 경영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나라의 기업 환경에서는 심리적으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지 못하는 성향이 있다. 대부분 '소유'의 편에서 생각을 한다. 대주주일지라도 경영에 참가하지 않을 경우에는 우선적으로 경영진을 믿고 전권을 주어서 회사를 잘 꾸려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하며, 또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주주들, 특히 이사회 멤버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적극적으로 원활히 하는 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말이 겉돌았지만, 나는 새로운 기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경영권을 보장받을 만한 지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부자들만 창업을 해야한다는 명제가 맞지 않는다면, 개인이 가지고 있는 사업자금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창업자가 집팔고 땅팔아서 사업을 하는 것도 옳은 방법이 아니라고 본다. 창업을 하면 어짜피 자신의 시간을, 모든 관심을 투자하는 셈이다. 적어도 가치를 잴 수 있는 '투자금' 만큼은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선에서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선택의 문제이지만, 지분을 적당히 팔아서 회사를 좀 더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는 자금을 얻게 된다면 그것은 경영권 보장을 위한 51% 지분율보다 훨씬 가치있는 선택일 것이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시장 변화가 빠른 시대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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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asys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