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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치즈'에 해당되는 글 214건

  1. 2013/05/28 포케(POKE)를 아십니까? - 하와이 여행기 (4) 음식
  2. 2013/05/27 열가지 색으로 만난다 - 하와이 여행기 (3) 바다
  3. 2013/05/26 하늘에 오르는 길 - 하와이 여행기 (2) 산행
  4. 2013/05/23 여기가 지상낙원이구나! - 하와이 여행기 (1)
  5. 2013/05/02 애태우며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봄날, 꽃밭에서...
  6. 2013/03/19 북한산의 뒷모습
  7. 2013/03/03 "그 섬에 내가 있었네" - 김영갑의 삶과 사진
  8. 2013/02/03 북한산 백운대, 두번째 오르다
  9. 2013/01/23 눈꽃산행 총정리
  10. 2013/01/08 월악산 고행기

어느 곳이나 여행지에서는 그 지역의 독특한 음식과 미각을 찾게 된다. 하와이를 대표하는 음식이 뭐가 있을까... 왠지 하와이 음식에는 마카디미어와 같은 견과류와 파인애플이 들어가 달콤한 음식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며칠 호놀룰루에 머무는 동안, 솔직히 음식은 그다지 눈에 띄는게 없었다. 그렇다고 음식이 맞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호놀룰루에서 가장 많은 음식의 종류는, 적어도 내 느낌으로는, '일본식'이었다. 웨스턴 스타일의 식당을 찾아도 일본식으로 전환된 음식들이 나왔다. 원래 일식을 좋아하는 내게는 딱이었다. 게다가 바닷가재, 크랩과 같은 해산물들이 정말 쌌다. 먹는 것에서도 결코 실망시키는 법이 없었던 하와이. 


그런데, 참으로 하와이스러운, 음식을 하나 만나게 되었는데, 바로 '포케(POKE)'이다. 처음 이 메뉴를 보고는 '포크인가?' - 아니지 그건 'f'로 시작할걸... 그럼 '돼지고기(Pork)'인가 - 당연히 아니지. 철자가 다르잖아... 


포케는 참치의 한 종류인 아히(Ahi)를 깍둑썰기로 썰어서 양파나 해초류, 혹은 다른 풀들을 함께 넣고 무친 일종의 '회무침'이다. 




대강 이렇게 생겼다. 때로는 아히 대신에 새우나 문어와 같은 해산물을 넣고 만든 Seafood Poke도 있다. 맛은, 독특하게 맛있다. 조리법을 찾아 보니 다진 마늘, 참기름, 깨소금과 같이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재료들로 구성되어 한국인의 입맛에 딱이다. 매운 맛은 인도네시아의 핫소스를 주로 쓴다고 한다. 우리식으로 초고추장을 넣어도 되겠다 싶었다. 


포케에 맛을 들여 여러번 시켜 먹었다. 맥주나 사케, 화이트와인과도 아주 잘 어울리는 안주이다. 


서울에 와서 만들어 먹겠다고 다짐했으나, 비행기 타고 오는 사이 그 다짐들이 잠시 잊혀졌다. 


이밖에 하와이의 풍물을 담은 먹거리로는 코나 커피를 빼놓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마카다미아(Macadamia) 넛. 




그나마 코나 커피와 마카디미아 넛이 달콤했던 하와이의 맛을 아직까지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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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치즈 l 2013/05/28 10:03

'바다'를 빼고 하와이를 말할 수 있을까? 태평양에 떠있는 섬 하와이 - 수많은 섬으로 이어진 곳. 어디를 보아도 바다가 있다. 어디나 바다는 보기에 시원하고 가슴이 확 트이며 놀다보면 까르르 소리내어 웃게되는 공간이지만 하와이 바다는, 더더욱 낭만적이다. 하와이하면 떠오르는 '알로하오에(Aloha Oe)'의 선율에 따라 훌라 춤을 추는 여인들의 몸짓처럼 부드럽고, 평온하며 푸근하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지 모르겠지만...


도착한 첫날, 숙소 근처의 알라 모아나(Ala Moana) 해변을 찾았다. 호놀룰루를 대표하는 와이키키 해변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번거롭지 않고 한적한 곳이다. 해변을 따라 펼쳐진 공원을 뒤로 하고 백사장이 펼쳐져 있고 모래 장난하는 아이들의 웃음이 싱그러웠다. 그곳에서 찍은 동영상 한편. 




며칠 후 다시 찾아 찍은 해지는 풍경. 저녁 시간에 늦을까 해가 떨어질 때까지 지켜볼수는 없었지만 낙조의 해변은 참, 낭만적이다. 





그래도 하와이의 바다를 얘기하며 와이키키를 빼놓을 순 없다. 드넓은 백사장에 인접해 호텔들이 줄지어 있어서 하와이를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호텔 부근에는 샵들과 식당들이 많아서 와이키키 부근에서만도 충분히 '하와이'를 즐길 수 있다. 알라 모아나 비치에 비해서는 가족단위,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 사실, 절대적으로 사람이 많았다. 그래도 우리네 해수욕장처럼 바글거리지는 않는다. 다들 여유롭게 소라색으로 펼쳐진 바다를 즐기고 있었다. 





하와이 해변들은 늘 파도가 밀려와서 서핑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듣기로는 '서핑'은 하와이에서 시작됐다고 할 정도. 파도가 늘 밀려오는 '목 좋은' 곳에는 해질녘까지 서퍼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와이키키의 밤풍경도 낭만적이다. 호텔들이 훤하게 빛을 비춰주니 밤늦게까지 수영하는 사람들, 밤바다를 걷는 사람들도 많다.





와이키키 처럼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해변도 있지만, 사실 호놀룰루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곳곳에 바다가 펼쳐진다. 어느 곳이나 차를 세우고 카메라 셔터라도 누르고 싶어진다.




간단하게 바닷가에서 수영을 하거나 백사장을 걷는 것 이외에 좀 더 본격적으로 바다와 만나고 싶다면, 하나우마 베이(Hanauma Bay)를 적극 추천한다. 이 곳에서 스노클링하며 노란 줄무늬, 파란 색이 선명한 물고기들을 만나면 바다가 또 다른 느낌으로 보일테니까... 




맑고 푸른 물빛과 하나가 되어 산호초들 사이를 누비다 보면 몸과 함께 마음까지 절로 둥둥 뜬다. 아니, 날아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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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치즈 l 2013/05/27 15:59

"무슨 산이 저렇게 생겼어?!"


호놀룰루 공항에 내려 숙소로 향하면서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나왔다. 


내가 아는 산은, 저 멀리에서 병풍처럼 드리워진 것이었다. 산은 내게 배경이었지, 눈 앞에 가까이에 있는 대상으로 느껴진 적은 별로 없었다. 그것이 높던 낮던, 산을 눈 앞에서 마주할 때는 등산로 입구에 들어서서 산의 자락에 들어선 다음의 느낌이었다. 하와이 산은 달랐다. 무척 가까운 곳에 조각처럼, 혹은 어떤 시설처럼 서있었다. 대개 뾰족했고 산골짜기가 촘촘했다. 사뭇 다르게 보이는 산들을 보니 올라가고 싶어졌다. 이번 하와이 여행 계획 중에 당연히 산행 계획도 예정되어 있었지만, 오래 기다릴 수가 없어 도착한 다음날 산행에 나섰다. 





첫번째 찾은 곳은 바로 코코헤드(KoKo Head) 분화구 트레일 코스.  눈으로 보기에도 경사도가 30~40도는 되는 산 언덕에 옛날 기차 선로를 따라 약 1킬로 정도 올라가는 길이다. 조금 오르다 보면 낭떠러지에 디딤나무를 딛고 올라가는 구간이 나온다. 아찔하다. 그런데, 그도 잠시 그 길을 다 오르고 나면 갑자기 경사가 가파르게 꺽인다.





결코 높은 산은 아니지만 그렇게 정상에 오르면 누구나 헥헥 거릴수밖에 없다. 그.러.나... 땀 흘린 뒤에는 그만큼의 보상도 있는 법! 





환상적인 바다와 분화구의 광경이 잠시 말을 잊게 한다. 한국에서도 정상에서 바다가 보이는 산들이 있지만, 뭔가 색다른 풍광과 색다른 맛이 있는 산행이었다. 


▶ 코코헤드 트레일 관련 정보 : http://www.everytrail.com/guide/koko-head-crater-trail  




두번째 산행으로 도전한 곳은 오아후 섬 동북부에 있는 올로마나 트레일 (Olomana Trail). 일명 쓰리 픽(Three Peak)으로 알려진 이 곳은 세개의 봉우리가 뾰족, 뽀족 하늘로 솟구치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섬 동북부에 위치해 비가 많다는 것이 문제. 트레일 입구 부근에 도착하니 이미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르는 데까지 가보자는 생각으로 올랐다. 




저 뒤로 보이는 봉우리.. 그 곳을 향하여!


하.지.만, 비는 결코 그치지 않았고 첫번째 봉우리(One Peak) 로프 타는 바위 직전에서 하산을 할 수 밖에는 없었다. 


이 곳의 산은 우리 산처럼 위험한 곳에 계단을 만든다든지, 잡고 올라갈 수 있는 난간을 만든다든지 인위적인 설치물은 거의 없었다. 바위에 로프 정도가 전부다. 비가 내리니 바위 뿐 아니라 황토길까지도 미끄러워서 도저히 계속 갈수가 없었다. 


결국 도중하차 하고 말았지만, 아주 오랫만에 시원한 빗줄기를 맞으며 산행한 기억은 오래 남을 것같다.


▶ 올로마나 트레일 정보 : http://www.everytrail.com/guide/the-olomana-tr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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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치즈 l 2013/05/26 07:29

이른 휴가를 내고 하와이 여행을 다녀왔다. 





하와이... 96년에 여행사 패키지로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항공권과 숙박만 이용하고 밥도 따로 먹고 여행도 안다니고 와이키키 비치에서 널부러져 있다 온 적이 있었다. 그때 우연히 호놀룰루 공항에서 짐이 바뀌어 3박4일 일정 동안 우왕좌왕 했던 기억이 난다. 해변이 좋았다는 것을 제외하면 별로 하와이에 대한 기억이 없었다. 


이번이 두번째인 셈인데, 이번에 내가 다녀온 그 곳은 조금 과장하여 '지상낙원'이라 이름 붙이고 싶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곳이 어디인지 모르지만, 하와이는 편안하고 날씨는 맑은 하늘과 햇살이 쨍하되, 바람이 불어서 덥지 않고 건조하다 싶으면 가끔 비가 내려 메마르지 않고, 미국인데 일본사람, 아시아 인구가 많아서 주눅들지 않아도 되고, 내가 좋아하는 일식당 많고, 해산물 풍부하고,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친절한 그런 곳이었다. 물론 하와이에서 5일 남짓 있었던 관광객의 느낌이니 여러가지 착오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여러가지로 편안하고 풍부한 그런 곳이었다. 하와이에서는 개도 웃고 있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 



- 하와이는 미국의 50번째 주로 태평양 한 가운데 서있는 섬이다. 

- 섬은 하와이(=빅 아일랜드) 섬을 비롯해서 마우이, 오아후 등 8개의 주요 섬과 여러 개의 작은 섬으로 구성돼 있다.

- 공식 명칙으로 하와이 섬은 빅 아일랜드 이지만, 우리가 흔히 '하와이' 다녀왔다고 할 때에는 주도 호놀룰루가 위치한 오아후를 의미한다.

- 하와이는 폴리네시안 계통의 원주민이 살고 있었으나 혁명이 일어나고 미국에 넘겨졌다. (역사는 너무 어렵다. 더군다나 하와이 왕들 이름은 더더욱..)

- 미국의 버락 오바바 대통령이 하와이 출신이다.

와 같은 내용은 위키피디아만 검색하면 다 나오는 내용이니... 패쓰.



우리나라 전래동화에 이런 내용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착하디 착한 지선이는 불쌍하게 어려서 엄마를 잃고 계모의 구박에 고생하다가.. 하루는 계모가 딸기가 먹고 싶다며 엄동설한에 지선에게 딸기를 구해오라고 한다. (지금 같으면 수퍼로 가면되겠지만) 지선은 눈길을 헤매다가 어느 동굴 입구에 도착해서 동굴을 가로막고 있는 큰 바위를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간다. 바위 안 동굴은 그야말로 별천지였다.따뜻한 햇살이 퍼져 있고 온갖 과일이 주렁 주렁 달려 있으며, 사람들은 모두 온화한 웃음으로 맞아 주는 그런 곳이었다. 





문득 아침에 시차로 일찍 잠이 깨었는데 하와이의 풍경들이, 마치 동굴안 풍광 처럼 펼쳐졌다. 그곳은 '별천지' 였는데 나는 내 방 침대에서 잠이 깬 느낌... 언제 다시 호놀룰루를 갈 수 있을까... 아마 가지 못할 것이다. 내 마음 속에 그 느낌을 간직한 채, 서울이 너무 덥거나, 춥거나, 사람들이 각박하게 느껴질 때면 떠올리는 장면으로 그렇게 간직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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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치즈 l 2013/05/23 17:19

올 봄은 유난히 존재감이 없다. 아니, 존재감이 없지는 않다. 뭇남성의 마음을 설레이게 하고 보일듯 말듯 웃음을 주지만 결코 가까워질 수 없는 콧대높은 여인네처럼 겨우네 얼어있는 사람들의 애를 태운다. 꽃이 피는가 싶더니 비바람이 불고, 날이 풀리는가 싶으면 어느새 센 바람으로 옷깃을 여물게 한다.


여의도 벚꽃도 예년에 비해 정말 재미가 없었다. 그렇게 올 봄, 꽃은 없나보다 하고 실망할 즈음, 꽃천지에 다녀왔다. 


너의 궁전이구나.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네 모습에 속이 다 시원했다. 

찻길 옆,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거리에서 생뚱맞게 화단을 채우고 있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바람에 흔들거리는 네 모습은 편안하고 경쾌했다. 

너는 한가득 웃음 머금고 재잘거리는 십대 소녀 처럼 맑고 밝았다. 

나를 향해 손짓하는 가 싶어 다가서면 무심한 듯 다른 곳만 향하고 있었다. 

그 옆에서 그저 나는 감탄하며 결코 오지 않을 것같았던 봄날을 들이 마시고 있었다. 

햇살이 좀 더 밝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그야말로 배부른 투정인가 싶다. 

그렇게라도 봄기운을 맞게 해준 네가 그저 고마울 뿐이다. 





강화도 고려산은 해발 436미터의 나즈막한 산이다. 청련사를 들머리로 해서 한시간 정도면 정상에 다을 수 있다. 그리 높지 않아 아마도 인근 주민들이 산책삼아 오르는 곳인 것같다. 그래도 경사가 가파라서 올라가는 동안은 가뿐 숨을 몰아쉬게 한다. 


고려산에 유독 사람이 몰리는 건 봄철이다. 고려산 정상 부근에 있는 진달래 군락지에는 드넓은 지역에 진달래가 가득해서 장관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진달래 축제를 하는 기간 동안에는 (특히 주말에는) 진달래 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는다. 미리 정보를 듣고 아침 7시반부터 산행을 시작해서 다행히 사람들에 떠밀려 오르는 산행은 피할 수 있었지만 내려오는 길은 밀려드는 인파와 맞서서 하산을 해야 했다. 


그만큼 볼 만한 광경이었다. 온통 산을 뒤덮은 진달래. 이쁘고 당당했다. 도시에, 마을에 피어있는 진달래는 뭔가 다소곳하고 어딘지 주눅들어 슬픈 모습이었던 것같은데, 이 산에서는 진달래가 주인이었다. 





그렇게 예쁜 꽃에 접사로 카메라를 가져가니 한껏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포즈를 취해 주었다.


올 봄, 겨울의 끝자락에서 봄은 보이지 않고 나를 움츠러들게 하는 날씨 때문에 을씨년 스러웠는데, 이 곳에서 봄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난주말에 갔을때 아직 피지 않은 봉우리가 많았다. 이번주에는 더욱 화사하고 화려한 그들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주말 산행, 어디로 갈지 정하지 못했다면 강추. 하지만, 방점은 "산행"에 있지 않고 "꽃구경"에 있다. 자칫 사람구경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일찍 서둘러야 한다는 것은 꼭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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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치즈 l 2013/05/02 18:54

사랑하는 사람의 뒷모습은 늘 안쓰럽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과 미소는 따뜻하지만 나와 멀어지는 어깨와 등에는 세월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그런데 뒷모습을 보고 안쓰럽고 애처로워 하는 것은, 정말 그를 사랑한다는 증명이기도 한 것같다. 웃는 얼굴이 사랑을 발화시키는 힘이 있다면 쓸쓸하기까지 한 뒷모습은 그것을 숙성시키는 무게가 있다. 


서울의 자랑, 북한산을 예닐곱번 오른 후에야 나는 북한산의 뒷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뒷모습까지도 사랑하게 되었다. 



 


구파발역을 지나 송추 쪽으로 조금 가다가 밤골에서 등산을 시작했다. 얼마간 흙길을 걷다가 45도 경사의 바위를 오르는 구간이 계속 되더니 드디어 숨은벽 능선이 눈 앞에 펼쳐졌다. 저 멀리 인수봉 - 망경대 - 백운대의 삼각산이 보이고 숨은벽은 마치 사진틀의 받침대처럼 삼각산을 떠 받들고 있는 듯했다.



 


바위 능선을 오르고 오르면 맨 몸으로는 오를 수 없는 대슬램이 나타난다. 옆길로 다시 내려가 아직 눈이 녹지 않은 가파른 계곡길을 한 참 올라야 백운대로 갈수가 있다. 백운대를 떠받들고 있는 뒷벽은 그야말로 치장하지 않은 험준한 계곡 그대로 였다. 제대로 서지 못하고 네 발로(?) 한 참을 오른 후에야 계단이 나타났는데 가파른 계단이 그토록 반가운 것은 등산을 시작한 이후 처음이었다. 계단을 지나 위문에서 백운대로 향하는 등산로와 만나니 그 곳에는 또 다른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 곳은 따뜻한 햇살이 번져 북한산의 웅장한 백운대 바위 마저도 환하게 미소짓는 것처럼 보였다.





백운대는 늘 사람들로 넘쳐나고 인증샷 찍고 삼삼오오 모여서 도시락 까먹는 모습이 정겹다. 백운대에서 우리가 걸어온 숨은벽을 다시 보았다.





감탄이 나올만큼 웅장하고 아름다운 능선. 그 길을 걸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해졌다. 


북한산의 뒷모습을 함께 한 느낌은 신선했다. 그늘진 그곳에는 삼각산으로 향하는 열망이 뻗어 있었고, 그 열망은 한번에 이룰 수 없어 우회할 수밖에 없었으며 오르는 길은 가혹했다. 마치 사랑하는 이의 뒷모습에서 볼 수 있는 삶의 무게와 고단함과 같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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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치즈 l 2013/03/19 12:46

우연히 조카의 집에서 '그 섬에 내가 있었네' 책을 발견하고는 생각없이 읽기 시작했다. 제주 사진작가로 알려진 김영갑의 삶과 사진이 담긴 책이었는데 마침 몇년전 제주에서 두모악 갤러리를 들른 기억이 났기 때문이었다. 두어장, 생각없이 읽던 나는 갑자기 가슴이 철렁하는 느낌을 받았다. '제주에 오가며 사진을 찍다가 제주에 반해서 서울 생활을 접고 (혼자서) 제주에 내려와 오직 사진 만을 위해 살았으며 루게릭 병에 걸려 길고 외로운 투병을 하다 세사을 떠난 비운의 작가'라고 그를 표현 할 때는 그저 '평범한 작가'를 설명하는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적어 놓은 마음과 생각의 조각들을 읽고 있자니 '혼자서' 수십년을 살아온 그의 외로움, 사진이라는 예술에 대한 열망, 게다가 투병과 죽음이라는 인간의 가장 커다란 고통들이 절절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의 글은 표현이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진솔한 나레이션이 주는 힘이 있었다. 나도 잠시 혼자산다는 것의 외로움을 느껴 본 적이 있어서 일까 그가 선택한 외로움이 주는 한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좋아하는 안개 낀 제주 중산간의 오름들과 나무와 풀밭처럼... 


사람들은 가족들과 부때껴 살며 계절의 오고감을 느끼고, 세월의 흔적을 보듬을 때 행복을 이야기 하고 인생을 되뇌인다. 그러나 작가에게는 눈에 보이는 자연이 주는 오묘한 느낌을 뷰파인더를 통해 조각하고 필름에 담고, 인화라는 과정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하는 그것이 인생이고 삶이 었다. 우리는 고작 하루에 일분도 느낄까 말까 한 그 순간들을 김영갑 작가는 모두 이어 자신의 인생으로 살았다. 


나도 몇해전 느닷없이 '사진'에 빠진 적이 있었다. 놀라운 기능을 가진 카메라를 갖고 싶어 열망하고 회사가다가, 집에 오는 도중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은 적도 여러번 있었다. 나의 움직임이 온전히 사진을 찍기 위한 목적일 때도 있었다. 그러면서 나를 제외한 온 세상과, 내가 만나 한 컷을 만들어 내는 사진찍기야 말로 철저하게 '혼자'이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옆사람과 재잘거리고 그 대화의 맛을 가지고는 세상의 한 장면을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그래서, 나는 전문적인 사진 찍기 대신 내 일상의 기록 남기기로 '사진'에 대한 내 태도를 정리했지만...


김영갑 작가의 글이 더욱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은 비록 얄팍한 경험이지만, 나도 세상을 내 카메라에 담으려 고민했던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몇 해전에 맑은 가을날 제주에 갔다가 김영갑 작가의 '두모악 갤러리'에 들른 적이 있었다. 제주의 작은 초등학교를 개조해 만든 아담한 갤러리는 소박하고 평화롭고 따뜻했다. 김영갑 작가는 절박했지만, 그가 남긴 마음들은 따사롭다는게 다행스럽니다. 


<제주 두모악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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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치즈 l 2013/03/03 11:36

세상을 살면서 좋은 일을 하는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새삼 깨닫는다. '건강해지기 위해서'라는 그럴 듯한 이유가 있지만 내가 정말 산에 다니는 이유는, 그냥 좋아서 인 것같다. 뭐가 좋으냐고 주변에서 묻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산에 오르면 늘 힘들고 땀나고, 물론 다리도 아프고, 또 때론 넘어질 수도 있는 만큼 위험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 나면 산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을 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지난주에 컨디션이 최악이었다. 오랜 감기 뒤 끝에 경미한 부상까지 있어 어깨가 뭉쳐 있었다. 며칠을 버티다가 금요일 퇴근후 침을 맞았다. 아프면 토요일 산행에 무리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사실 침 맞는 것을 그렇게 싫어 했지만...) 침맞는 괴로움 쯤이나 감수할 수 있었다.

 

대신 무리가 가지 않는 등산코스를 택하기로 했다. 북한산. 도선사에서 시작해서 하루재에서 영봉에 올랐다가 백운대 다녀오는 3-4시간 정도의 코스.

 

북한산에는 벌써 봄이 오고 있었다. 어제 날씨가 포근하기도 했지만 눈 덮인 바위틈으로 흐르는 물들은 힘차게 봄을 합창하고 있었다. 그래, 이렇게 계절의 변화를, 그 진수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 산중독에 이르게 하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봄이 오는 북한산

 

 

도선사쪽에서 1키로 남짓 올라가면 하루재가 나온다. 이곳은 이른봄과 겨울이 갈리는 곳. 하루재 남쪽으로는 따뜻한 날씨에 힘입어 봄이 기지개를 펴고 있지만 북쪽으로는 아직 눈과 빙판이 그대로 남아 있다. 하루재는 또 영봉으로 올라가는 길이 갈라진 곳이기도 하다. 하루재에서 영봉에 먼저 올랐다. 북한산의 세 봉우리 (백운대, 만경대, 인수봉)의 하나인 인수봉의 모습을 가장 멋지게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과연 그랬다. 담백하게 솟은 인수봉이 증명사진 찍듯이 나를 향해 정면의 얼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뒷 배경으로 펼쳐지는 산자락들도 너무나 멋졌다. 감탄, 탄성.

 

 

다시 하루재로 내려와 백운대로 향했다. 등산로가 얼어있고 곳곳이 가파른 경사에 바위로 이어져서 결코 쉽지 않았다. 헉헉 거리며 겨우 백운대에 올랐다. 그래도 만경대에 흐드러지게 핀 눈꽃을 멀리서 감상하다 보니, 거친 숨과 땀이 그대로 보상을 받은 듯했다.

 

 

 

 

 북한산 백운대를 오르는 길은 크게 보아 두가지이다. 지난번에 올랐던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에서 오르는 길은 약 3.4키로 정도로 두시간 반 쯤 걸린다. 이번에 오른 우이동 코스는 도선사입구에서 2.1키로 정도 되는 길로 대략 한시간 반을 잡는다. 선택한다면 어느 길로 오를 것인가? 좀 긴 구간이라고 결코 쉽지는 않다. 아무래도 전반적인 경사도는 덜하겠지만 길이 길면 그만큼 힘이 든다. 짧은 구간은 그야 말로 "빡세게" 올라야 한다. 평상시 성격에 따라서 각기 다른 길을 선택하며 산다. 하나의 목적지 '백운대'에 오르기 위해 북한산성입구냐, 도선사 입구냐, 매번 선택을 해야하는게 우리네 인생이 아닌지... 쉽지 않았던 하산길에 든 생각이었다. 그래, 어떤 길을 가든 '백운대'에 오르면 된다. 꼭 한가지 길을 고집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산은 때로 인생의 큰 가르침을 준다. 어쩌면 몸이 건강해지기 위해 산을 가는 것보다, 마음이 건강해지기 위해 기를 쓰고 산에 오르는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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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치즈 l 2013/02/03 11:45

초보 등산 애호가의 겨울은 분주했다. 겨울이 시작된 지난해 12월부터 눈꽃이 손짓하는 산을 따라 나섰다. 겨울산은, 과연 달랐다. 나는 때로 겨울산을 보며 쓸슬했고, 황홀했고, 몽환적인 광경에 넋을 놓기도 했다. 여름, 가을 산에서는 보지 못했던 맛과 아름다움, 그리고 매력이 그곳에 있었다. 


그러나, 눈 덮힌 산, 등산화에 아이젠을 덧신고, 여러겹 옷을 입었다 벗었다, 바람과 싸우며 산의 손짓을 따라 다니는 일은, 사실 고단했다. 머리카락이 얼어 붙고 손가락이 떨어져 나갈 듯 시린 추위도 오랫만에 느껴 보았다. 산에 쌓인 눈은, 나무에 눈꽃으로 피어 있을 때는 감탄할 만한 아름다움을 선사했지만 발을 잘 못 내딛는 순간 나를 끌어 당기는 늪과도 같았다. 산을 내려올 땐 늘 힘들고 지쳤으나 이내 돌아서서는 또 눈꽃을 찾아 헤매게 만드는 마력은 충분했다.


이번 겨울 산행을 통해 알게 되었다. 어떤 산들은 다른 계절보다 겨울에 훨씬 더 등산인들의 사랑을 받는다는 사실을. 태백산이 그랬고 오대산 줄기인 계방산이 그랬다. 올해는 그 어느때보다 눈이 풍성하게 내려 더 많은 사람들이 눈꽃 활짝 핀 산을 즐길수 있었던 것 같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눈꽃 산행의 맛, 미처 산으로 달려가지 않은 블로그 친구들과 나눠보고 싶다. 



겨울 산행지로 사랑받는 태백산



겨울 눈꽃 산행지로 손꼽히는 태백산. 주목 군락지에 핀 눈꽃은 언제봐도 감탄이 절로 난다. 










그리고 눈이 땅에도 내리고 하늘에도 오르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온통 눈빛으로 뒤덮였던 월악산. 그곳에서는 모든 사진이 흑백이었다. 









그리고 계방산.





눈꽃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다시 눈꽃 산의 품에 안기고 싶다....


덧_ 사실 이 계절에는 꼭 눈꽃으로 유명하다는 산을 가지 않아도 된다. 가까운 북한산만 올라도 멋지고 화려한 눈꽃을 구경할 수 있으니까! 


겨울 눈꽃산행에 대해 LG CNS에 기고한 글 "추위를 잊게하는 고고한 즐거움, 겨울 눈꽃산행"

겨울 산행에 대한 팟캐스트 '산으로 간 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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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치즈 l 2013/01/23 18:48

월악산 '산행기'가 아니라 '고행기'라 해야 맞다. 평소에도 '악'소리 난다는 월악산을 그것도 눈내리는 겨울에 올랐다는 것은, 의도하지는 않았어도 고행을 통한 인내심 기르기의 목적이 다분히 포함되어 있다고 봐야 했다. 


월악산은 참, 인연이 엇갈리는 곳이었다. 한참 전에 겨울에 수안보 온천엘 갔다가 월악산을 가려고 했으나 아이젠없이는 가당치도 않다고 해서 포기한 적이 있었고 지난 11월에도 월악산을 가려고 계획을 세우다 불발된 적이 있었다. 그럴 때는 갑자기 가는게 최고라는 전혀 논리적 근거없는 생각에, 12월 크리스마스 전에 토요일 무작정 길을 떠났다. 


월악산 마애불

덕주골에서 시작해서 덕주사 - 마애불 - 960 고지 - 송계 삼거리 - 영봉 - 송계 삼거리 - 동창교 에 이르는 왕복 약 10 Km의 코스. 마애불을 지나니 급격하게 코스가 험해졌다. 월악산하면 누구나에게 떠오르는게 '공포의 철계단'. 경사 45도의 계단, 그것도 일반 보폭으로 오르기에는 높은 계단들이 이어진다. 눈 앞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계단을 헉헉거리며 힘겹게 오르고 겨우 숨을 고를 즈음, 고난이도의 계단이 다시 나타난다. 그것을 오르고 나면 또다시 오르는 식이다. 끝없이 계단을 오르고 나면 오르락 내리락 길이 이어지고, 연이어 다음 계단이 이어진다. (영봉까지 계단은 계속된다. 쭈욱~!) 그런데, 계단을 오르다 잠시 멈춰 뒤를 돌아보면 경치는 정말, 숨이 멎을 정도로 좋다. 바위산으로 조각된 산세에 소나무는 멋드러지게 뻗어있고 거기에 눈이 풍성하게 내려 앉았다. 와우! 정말 장관이다. 하.지.만... 이런 멋진 경치로 산행의 고단함을 떨치기에는 너무 힘들다. 




그렇게, 그렇게 영봉에 올랐다. 감격스러운 인증샷. 빵부스러기 같은 눈은 계속 내리고 있었고, 어딜 보나 멋진 풍광이지만 사진을 찍으면 흑백사진같다. 


영봉에서 조금 내려와 덕주골에서 산 도시락을 열었다. 추위에 에너지를 쏟아부어 배는 고팠지만 얼어붙은 밥덩어리는 삼키기 어려웠다. (월악산 다녀와서 당장, 보온 도시락을 주문했다... -_-)


송계 삼거리에서는 동창교 코스로 조금 짧은 하산길을 택했다. 춥고 배고프고 고단한 산행의 마무리를 겨우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긴장하지 않으면 다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무사히 내려와 원래 출발지였던 덕주골 산장으로 향했다. 덕주골 산장은 식당겸 민박을 하는 곳이었는데 직접 두부를 만들고 있었다. 덕주골 산장에서 두부김치와 막걸리 한잔! 새로 만든 손두부는 정말 맛있었다. 얼고 지친 산행을 충분히 녹여줄 만큼. 월악산 산행 하시는 분들께 강추! (덕주골 산장 043-653-8352) 월악산 등반 후 다음 코스는 수안보 온천을 강추한다! 따뜻한 온천이 마음과 몸을 풀어줄 것이기에. 그렇게 다음 산을 오를 원기를 얻을 수 있기에. 


산행에 대한 정담을 나누는 팟캐스트 '산으로 간 줄리아' 도 사랑해주세요! 




와인과 치즈 l 2013/01/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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