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길 닿는 대로 산 깊은 마을에 들어섰다. 제법 오래돼 보이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주막을 찾았다. 그곳은 풍채좋은 욕쟁이 할머니가 손맛으로 객들의 허기를 달래고 술한잔 거나하게 들이킨 영혼들이 다시 내일을 살아갈 정을 얻어가는 공간이었다. 깔끔함과 정갈함 대신, 있는 그대로의 사람냄새가 공간을 채웠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러했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같은 곳, 어제와 내일이 왁자지껄 사람들의 소리와 온기로 뒤섞이는 그런 곳이었다. 욕쟁이 할머니와 찬찬히 대화를 나눴다. 배운 것 없이 세월의 풍파를 거치며 살아온 한 평생. 때론 속정 조차도 거친 욕으로 마음을 표현할만큼 할머니의 세월은 울퉁불퉁하고 투박하고 가파랐다. 하지만 할머니는 손 맛과 깊은 마음으로 객들과 대화하고, 오랜 세월 지치지 않고 나무와 사람과 세상을 키워왔다. 천년을 살아온 은행나무가 그 은근함과 든든함을 웅변해주고 있었다.
용문산 산행은 결코 쉽지 않았다. 용문사에서 계곡길을 올라 마당바위를 거쳐 용문산 정상에 오르는데 3시간이 넘게 걸렸고 능선길을 타고 내려오는 것 또한 만만치 않은 길이었다. 바위가 아니라 뾰족한 돌부리가 널려있는 아주 독특한 산이었다. 산을 오르는 내내 혼자 힘으로 자수성가하여 자식들 길러내고 온갖 어려움에서도 자신의 일에 열심인, 투박한 할머니가 생각났다.
그곳에도 단풍이 시작되었다. 계절이 깊어지고 단풍이 더욱 번지면 그 욕쟁이 할머니같은 산도 더 이쁘게 물들겠지...
'와인과 치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나의 등산용품 지름기 (2) | 2012/10/17 |
|---|---|
| 오, 설악 - 대청봉에 오르다! (0) | 2012/10/16 |
| 투박한 욕쟁이 할머니와 다섯시간 - 용문산 산행기 (1) | 2012/10/09 |
| 관악 - 비장함, 그리고 일상 (0) | 2012/10/03 |
| 마니산 - 다재다능한 매력에 빠지다 (0) | 2012/09/28 |
| 품에 안기면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곳, 청태산 자연휴양림 (0) | 2012/09/2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