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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14 얼떨결에 마신 바한 오브리옹과 와인셀러 (13)

와인 애호가로서 나는 지난 연말 매우 참담한 경험을 했다.

연말에 와인샵에서 세일도 많이하고 하여, 연휴동안 마실 와인들을 제법 사서 쟁여 놓았다. 와중에 선물도 받고 하여 나름 뿌듯한 마음으로 연말을 보낼 수 있었는데 12월 31일에 큰맘먹고 평상시 아끼던 와인을 땄는데.. 이게 웬일인가.. 코르크를 따는데 와인이 살짝 상했다는 것을 한눈에 알수 있었다. 와인을 눕혀 놓으면 코르크에 와인이 닿아서 마개를 땄을때 코르크에 와인향이 배이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 '샤또네뒤파프' 지역 와인은 코르크가 말라 하얗게 변해 있었다. 느낌이 안좋았는데 아니다 다를까.. 시큼하게 올라오는 향이 와인이 변했음을 충분히 알려 주었다.

순간적으로 가슴이 "철렁"하였다. 혹시나 싶어 와인잔에 따라 테이스팅하는데 시큼한 맛이 한참 맛이 변해 있었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와인을 따라버리면서도.. 그때는 그저 그 와인이 잘못된 것이려니 했다. 그런데 다음 와인을 땄는데, 이게 웬일인가..  모임에서 선물로 받은 1865 (칠레산 와인 가운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 중 하나다)도 맛이 이상했다. 2개의 와인을 더 열어 보았으나 모두 상해 있었다. 자 이번에는 비장의 카드, '아처리 서밋'을 땄는데 역시 같았다.

차일피일 하며 와인셀러 사는 것을 미룬 벌치고는 참담했다. '샤또네뒤파프' 지역의 와인을 비롯하여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미국 오레곤 지역의 피노누아인 "아처리 서밋", "1865"등 내가 좋아하는 와인들이 모두 변해 있었다. 아파트 베란다가 겨울이라서 큰 문제 없을 것이라고 내놓은 것이 화근이었다. 아마도 낮동안 햇빛이 강렬하게 내리쬐어 와인이 변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냥.. 음식을 못먹게 되어 버리는 것 이상으로 와인을 버릴때는 마음이 아팠다. (-_-) 그러다가 거의 좌절하는 마음으로 딴것이 '샤또 바한 오브리옹 2004'였다. 아는 분으로부터 선물을 받은 와인인데 유명한 5대 샤또인 샤또 오브리옹의 세컨드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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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런 변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몇달은 족히 아끼다가 땄을 것이다. 세컨드라고는 해도 5대 샤또의 세컨드 와인인 만큼 내게 경험하지 못했던 와인맛을 가져다 줄것이라는 기대를 잔뜩했던 와인이다. 하지만, 영화 '사이드 웨이즈'에 보면 그런 대사가 나온다. 특별한 와인을 따야하는 특별한 날이 있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와인을 따면 그 날이 바로 특별해 지는 것이라고.. 물론 겁에 질려 자포자기 하는 마음(어짜피 상한 와인이라면 상태 확인하고 처리를 해야하는 것이니...)으로 땄지만 '특별한 날'의 이름값은 충분했다. New Year's Eve 였으니 말이다.

역시.. 우리집 베란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지만 바한 오브리옹은 기품있는 보르도 와인의 자존심을 지키며 자신의 품질을 지켜 내었다. 5병을 연속으로 실패한 후에 만난 바한 오브리옹은 감동 이상의 감동이었다. 향기나 발랜스가 와인 초보인 나로서는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너무 감격한 탓에 사진도 찍지 못했다. -_-) 이 와인으로 우리 가족의 신년맞이는 한층 즐거웠다. (이날 특별히 우리 큰 아들과 고2 올라가는 조카에게도 와인 먹는 법을 전수하였다. ^^)

연말의 실패를 거울삼아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와인셀러를 샀다. 중국제품인 하이얼 이었는데 자그마하고 아담한 것이 너무나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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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랙이 원목으로 되어 있어 디자인 면에서 훨씬 세련돼 보였다. 개인적으로, 취미로 즐길 것이기에 그렇게 큰 와인셀러가 필요 없다고 해서 30병짜리로 골랐다.

다만, 여름날 정전이되면 연말에 내가 겪었던 악몽의 순간을 다시 겪어야 한다기에 걱정이다.

좋아지는 것이 많아질수록 걱정도 는다. 인생은 그래서, 결코 단순해질 수 없는 것 같다.








Posted by easys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