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가운데 하나인 사이드웨이(Sideways)를 다시 보다가,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에 멈췄다.
마야가 마일즈에게 묻는다. 왜 유독, 피노느와를 그렇게 좋아하느냐고.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키우기 어려운 품종이죠. 아무렇게나 심어 놓기만 하는 자라는 다른 포도들과는 다르죠. 피노는 항상 돌봐주고 관심을 가져 주어야 해요.... 오직 인내심과 사랑이 있는 사람만이 피노를 길러낼 수 있어요.. 피노의 잠재력을 이해하고 시간을 가지고 기다려 줄 줄 아는 사람만이 진정한 피노의 맛을 깨워낼 수 있죠.."
이어서 마일즈는 마야에게 왜 와인을 좋아하는지 묻는다.
"와인을 마실수록 와인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요. 와인이 살아있는 생물(a living thing)이라는 것을요. 포도들이 자라는 해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지.. 햇빛이 강렬했을지, 비가 내렸을지.. 또 와인을 가꾸고 수확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생각하죠. 오래된 와인을 마실 때면 그 사람들중 얼마나 세상을 떠났을지..."
언제 보아도 마음 속 울림을 주는 장면들이다.
문득 나는 내 자신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블로깅을 하다보면 블로그라는 것, 그 자체로 살아서 움직이는 생물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요. 처음엔 그저 일상생활을 담기 위해서, 혹은 블로깅을 하는 친구들과의 대화를 위해서 시작했는데, 블로그는 어느새 서서히 자라고 있죠. 끝없이 진화하고 변해갑니다. 어떤 날은 찌뿌둥한 현실속 내 마음처럼 블로그도 썰렁하고 힘없이 축쳐져 있는 듯 보이다가도, 어떤 땐 활기차게 블로그가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죠. 마치 찬란한 햇빛속에 잔디밭을 뛰어다니는 아이들 같아요."
그러고보니 블로깅은 와인을 닮았다. 포도를 가꾸고 수확해서 와인을 만드는 것처럼 손길이 필요하고, 모르는 사이 서서히 변화하고 진화한다. 조금씩 포스트가 쌓이고 친구들의 대화와 응원이 쌓여 근사한 향과 맛으로 숙성하는 와인처럼 블로그도 자신만의 독특한 향과 맛을 가지게 되는 것같다.
블로그는 마치 피노느와처럼 끝없는 사랑과 보살핌을 원한다. 방치해두면 잠재력을 가진 피노를 수확할 수없고 와인의 화려한 맛도 가질 수 없다. 시간을 가지고 꾸준히 보살피는 인내와 사랑만이 대단한 블로그를 완성시킬 수 있을 것같다.
이제 3년째인 내 블로그도 조금씩 익어가고, 향과 부드러움을 더했으면 좋겠다.
아, 피노느와 한 잔이 그리운 일요일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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