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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마시면서 '경상도 사나이 같은 와인'이라고 느꼈다.

처음 코르크를 따면 오크향이 코끝을 찌른다. 일반적인 레드와인에서 기대하는 부드러움, 과일향 보다는 훨씬 강하다는 느낌이 든다. 알콜 도수도 꽤나 강해서인지, 마치 스카치 위스키를 마시는 느낌, 아니 그보다 디저트 와인으로 흔히 마시는 포트 와인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집에 돌아오면 딱 세마디로 대화를 끝낸다는, 무뚝뚝하기로 소문난 경상도 사나이처럼, 첫 인상에는 부드러움과 로맨틱함을 느끼기 힘든 와인이다 싶었다.

Altos de Luxon은 와인샵 매니저가 추천한 와인이다. 로버트 파커인지 와인스펙테이터인지 어쨌든 와인 전문가들에 의한 평점이 대단히 높은 와인으로 유명하다는 화려한 수식어가 붙어 있다. (특히나 가격대비!)

자기 주장이 강하고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들도 알고보면 부드러운 면이 있다. 남을 먼저 배려해주는 따뜻함도 친해지면 느낄수 있다. 이 와인도 조금 참을성이 필요할 뿐이다. 조금 지나다 보면 알콜의 느낌도 부드러워지고 오크향 너머로 포도주의 보편적인 과일 향들이 따라온다. 

스페인의 대표적인 포도품종인 템프라뇨와 카버넷 쇼비뇽이 블렌딩되었다는데 그래서인지 카버넷 쇼비뇽 위주로 블렌딩된 보르도 계열의 와인에 비해서는 맛이 단순하다고 할 수 있다. 너무 무겁지 않고, 시간이 가면서 밸랜스가 잘잡힌 와인의 깔끔함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결국은, 이 와인의 화려한 수식어를 인정하게 된다.

와인의 텁텁한 맛을 별로 즐기지 않는 남성들에게 어울리는 와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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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asysun
사실 '스페인 와인의 재발견'이라는 제목은 너무 과장됐다. 이제까지 마신 스페인 와인이 모두 합쳐봐야 5병을 넘지 않을 정도도 경험이 미미한데 '재발견'이라는 표현은 가당치 않다. 그런데도 굳이 그런 제목을 붙은 것은 이 와인이 이제까지 내가 느꼈던 스페인 와인에 대한 생각을 한번에 바꿔주었기 때문이다.

지난번 블로그 뉴스룸 법인간담회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와 오랫만에 와인을 마시게 됐다. 회사 근처 와인샵에서 적극 추천한 스페인 와인이다. 우리가 카버넷 쇼비뇽, 혹은 말벡류의 무겁고 끈적한 와인을 좋아한다는 것을 아는 와인샵의 판매원이 추천한 것이어서 한번 마셔보자는 느낌으로 가져왔다.

이제까지 내가 마셔본 스페인 와인들은 거의가 템프라니요(Tempranillo) 품종으로 만든 것이었다. 이 품종은 대개 라이트하고 바디감이 적으며 상큼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라이트한 와인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나로서는 늘 와인 취향의 다양화를 위해 간혹 스페인 와인을 사보곤 하면서도 그때마다 감명을 받지 못했다. 항상 마시고 나면 '다음엔 스페인 와인은 가능하면 사지 말아야지...'하는 생각을 하곤했다. 맑고 상큼한 맛과 느낌이 내가 스페인 와인에 가지고 있었던 허약하기 그지없는 느낌의 전부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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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Casa De La Ermita Crianza 2004'는 달랐다. 이 와인은 4가지 품종을 블렌딩했다. 스페인의 대표 품종이라 할 수 있는 템프라니요 이외에 모나스트렐(Monastrell - 발음이 맞는지 자신이 없음 -_-), 카버넷 쇼비뇽(Cabernet Sauvignon), 쁘티 베르도(Petit Verdot)등을 블렌딩해서 만들었다. 템프라니요가 가진 상큼함과 여러 과일향은 유지하면서도 바디감까지 갖춘, 아주 독특한  맛과 느낌이 살아났다. 가격도 와인샵에서 2만5천원. 가격에 비해 정말 괜찮은 맛으로 꼭한번 다시 마셔 보고픈 와인이다.

이 와인 덕에 스페인 와인에 대한 재발견을 하고 있던 참에 와인나라에서 '스페인 와인 대전'을 한다고 한다. 시간날때 한번 들러보아야 겠다.

와인은, 마치 100인 100색의 블로그 포스트를 보는 것같다. 그리고 다양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느낌이 난다. 늘 새롭고 늘 다른 감동(?)을 주기 때문에 와인의 매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같다.
Posted by easys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