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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23 우리를 잠 못들게 하는 세가지 - 돈, 사람, 미래! (6)
'의사 블로거' 양깡님을 처음 만난건 2007년이었다. 블로그코리아 블코인터뷰를 위해 서면 인터뷰를 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인터뷰 내용 보러가기) 그 때는 이메일로 주고 받은 서면 대화이었을 뿐이고 인터뷰에 사용할 사진으로 양깡님을 만났을 뿐이다. 양깡님은 당시 경남 창녕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하고 있었기에 손쉽게 약속잡아 만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해 겨울부터 시작해서 양깡님이 가끔씩 미디어유 사무실에 출현을 하면서 진정한 '만남'은 시작됐다. 미디어유 직원이 열명이 채 되지 않았던 시절, 일어서서 '밥먹으러 가자!' 한마디면 곧바로 회식자리가 마련되던 때 양깡님은 손님이라기 보다는 식구 같았다. 하기는 블로그코리아에 지속적으로 좋은 포스트를 쏘아주는 '식구'이기는 했다. 그때 보통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곤 했는데, 주로 블로깅하는 기쁨에 대해, 블로그가 변화시키는 세상에 대해, 혹은 앞으로 현실이 되었으면 하는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마치 대학 동호회처럼 꿈을 먹는 얘기들이었다. 그 황홀한 미래로 어떤 계단을 밟아 가야할지에 대해서는 별로 고민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일년 전쯤인가 드디어 창녕을 떠나게 된 양깡님이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고 사업을 하겠다고 소식을 전해왔다. '블로깅하는 의사' 만으로도 특이했는데, 이제 블로깅을 취미가 아니라 생업을 삼겠다는 선언이었다.

양깡님의 개인블로그로 시작된 '헬스로그'는 이제 웹2.0적인 의학전문 미디어로 성장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선정한 '2009 디지털 유산 어워드'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런저런 수상 소식과 지면(=화면)으로 헬스로그의 활약상을 들으면서 나는 내내 기업가(Entrepreneur)로 변모한 양깡님이 안쓰러웠다. 그냥 의사로 살았으면 좀더 편안한 삶이었을 것을, (돈안되는) 미디어 사업(-_-)에 뛰어들어 얼마나 고생을 하고 있을지.. 그런 친구로서의 걱정이었다고나 할까..

어제, 3월에 겨울처럼 눈발이 휘날리던 날, 동병상련의 우정(?)을 나누러 양깡님을 찾아 갔다.


사무실에서 인사 나누고 블로거들끼리의 인사로 카메라를 꺼내니 환희 웃으시는 양깡님. 역시 신문이든 블로그이든 한번 발행된 컨텐츠는 꾸준히 소비된다는 진리를 아신다.

자리를 옮겨 고기 구워 먹으며 물었다. "사업 하시면서 가장 힘드신게 뭔가요?"

'맘맞고 손발 맞는 사람을 찾는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다시금 깨달았다'는 것이 첫번째 어려움이었고, '때맞춰 월급주는 것의 버거움'을 몸으로 느꼈고, '원래 가려던 길은 저기서 내게 손짓하고 있는데 지금 당장은 (돈을 벌어야 하니) 다른 일을 해야한다는 괴로움', 그리고 '이길이 맞는 것인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늘 마음에 먹구름을 드리운다는 답이었다.

사람, 돈, 미래는 회사의 규모에 관계없이 회사를 이끄는 모든 사람의 고민일 것같다. 다만, 회사의 규모에 따라, 혹은 상황에 따라 조금씩 고민의 구성비는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사업을 하면서 가장 만족스러운 것은 무엇이냐는 반대의 질문을 던졌다. 양깡님은 "생각의 자유로움"을 들었다. 생각의 자유로움! 마음껏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고 그것을 실제로 해보고 부딪치며 발전시켜 갈 수 있다는 사실이 좋을 뿐이다. 양깡님의 답을 들으며 생각의 자유로움을 즐기는 것은, 진정한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의 자유로움이 주는 기쁨을 한 번 맛보면 조직의 테두리에서 정형화된 일상을 참아내기 어렵다. 

양깡님이 저녁자리를 위해 와인을 준비해 오셨다. 샤또 라모쓰 부스코(Chateau Lamothe Bouscaut) 2005. 그라브 Pessac-Leognan 지방의 와인이다. 향이 좋은 와인을 마시면서, 어쩌다 이야기가 흘러 양깡님의 중, 고 시절 얘기를 듣게 되었는데.. 반듯한 인상과는 달리, 양깡님은 결코 '범생'과는 아니었다고 한다. 범생과는 좀처럼 길을 거슬러 가지 않는다. 허허 벌판에서 길을 만들어 가기 보다는 잘 닦여진 길을 빨리 달리는 법에 관심을 둔다. 

그러나 애써 남들이 가지 않는 방향으로 길을 만들어 나가는 기쁨을 아는 사람들은 탄탄한 길 빨리 달리는 것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때론 사람 때문에, 돈 때문에, 혹은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잠을 설쳐도 그것이 생각의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방법임을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 자리에서 '물냉면 맛있게 먹는 법'을 배웠다. 얼음이 둥둥 떠있는 차가운 물냉면에 구운 고기를 얹어 함께 먹어주는 것! 오싹하는 차가움을 중화시켜 주면서 고기의 맛과 냉면의 맛을 서로 돋구어 준다.

무려 '갈빗살'을 사주신 양깡님께 감사! 그리고 화이팅! 


일과 연극 l 2010/03/23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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