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집 김장을 하는 날이어서, 모처럼 일찍 귀가해서 하루종일 힘드셨을 엄마랑 말동무라도 해드릴까 하는 생각에 일찍 회사를 나섰다.
막히는 올림픽 대로를 엉금 엉금 구르며, 오후 내내 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던 생각을 끝내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그것은 (남들이 들으면 비웃겠지만) '샤도네이(=화이트와인)가 마시고 싶다'는 것이었다. 무언가 간절히 원할때, 혹은 먹고 싶을때 주저없이 찾아 나설수 있는 '젊은 날'과는 달리,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 원하는 것이 있어도, 먹고 싶은 것이 있어도, 혹은 보고싶은 이 있어도, 씨익 웃음 한번으로 갈망들을 날려 버리고, 아무렇지 않게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임을 알게 되었지만.. 갑자기 내가 뭔가를 간절히 원하는 빈도가 지극히 줄어 들었음을, 그리하여 오늘 저녁 샤도네이가 먹고 싶음은 내게는, 정말로 절실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아마 다른날 같았으면 조용히 집으로 들어갔겠지만, 특별히 마음 먹고 동네 와인샵을 찾았다. 그 곳에서 단골을 반기는 주인의 권유로 (샤도네이가 아닌)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 한병 들고 나섰다.
사실, 올해 초 와인셀러를 산 이후에, 셀러가 크지는 않지만, 이런 저런 와인행사에서 사들인 와인과 혹은 이런 저런 기회에 받은 선물들로 항상 7-10병 내외의 와인이 셀러를 지키고 있지만, 신기하게도 화이트 와인은 단 한병도 없었다. 간혹, 화이트와인을 사더라도 '곁다리'일뿐 늘 레드와인에 집중했던 내게는 오늘처럼 화이트와인이 유난히 마시고 싶은 날에는 다른 방법 없이 와인샵을 들러야 하는 것이다.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이 이 와인이다. 2007 테레도라 팔랑기나 이르피니아. 이탈리아 남부의 캄파니야(Campania)지방의 주 품종인 팔랑기나(Falanghina)로 만든 화이트 와인이다. 최근 발표된 와인스펙테이터 선정 세계 100대 와인에서 "무려" 59위를 차지한 와인이다. 물론 로버트 파커니 와인스펙테이터니 하는 랭킹이 특히나 와인에서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내가 세계 100대 와인 운운한 것은, 그만큼 이 와인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와인을 김장하는 날의 기쁨(?) - 생굴과 무우생채, 저린 배추와 함께 먹었는데 특히 굴과 잘 어울리는 듯했다. 상대적으로 레드 와인에 비해 화이트 와인을 많이 마셔볼 기회가 없었던 나는 화이트 와인은 샤도네이와 쇼비뇽 블랑 정도를 기억한다. (내게 리즐링은 너무 달아서.. -_-) 그런데 이 와인은, 뭐랄까 샤도네이의 기품과 과일향, 쇼비뇽 블랑의 "쨍하는"" 느낌, 그리고 모스카토 첫잔의 (물론 모스카토 만큼 달콤하지는 않지만) 황홀함까지... 화이트 와인이 가질수 있는 다양한 맛과 느낌을 모두 가진듯했다.
한잔 마시고, 또 한잔을 설레임에 다시 마시게 되는 그런 와인인 듯싶다. 물론, "알콜 중독을 막기 위해서는 자제가 필요하다"는 블로그 포스트를 오늘 읽은지라, 음주 포스팅에 딱 좋을 만큼만 마셨다. 그러나 아직도 입가에 팔랑기나의달콤함과 향긋함, 혀끝을 자극하는 '짱짱함'이 느껴진다.
와인 스펙테이터니 뭐니 그런것 필요 없이도 "투 썸즈 업!"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는 느낌으로 설레었고, 와인을 사서 한잔하면서 느긋한 행복을 느낄수 있는 값진 하루였다.
오늘 정작 쓰려했던 포스트를 끝내 마무리 하지 못하면 어떠랴. 와인 두어잔으로 이렇게 느긋하게 기분 좋아질 수 있는데 말이다..!
(이 와인에 대한 상세 정보보기)
와인과 치즈 l 2008/11/25 22:47
막히는 올림픽 대로를 엉금 엉금 구르며, 오후 내내 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던 생각을 끝내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그것은 (남들이 들으면 비웃겠지만) '샤도네이(=화이트와인)가 마시고 싶다'는 것이었다. 무언가 간절히 원할때, 혹은 먹고 싶을때 주저없이 찾아 나설수 있는 '젊은 날'과는 달리,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 원하는 것이 있어도, 먹고 싶은 것이 있어도, 혹은 보고싶은 이 있어도, 씨익 웃음 한번으로 갈망들을 날려 버리고, 아무렇지 않게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임을 알게 되었지만.. 갑자기 내가 뭔가를 간절히 원하는 빈도가 지극히 줄어 들었음을, 그리하여 오늘 저녁 샤도네이가 먹고 싶음은 내게는, 정말로 절실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아마 다른날 같았으면 조용히 집으로 들어갔겠지만, 특별히 마음 먹고 동네 와인샵을 찾았다. 그 곳에서 단골을 반기는 주인의 권유로 (샤도네이가 아닌)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 한병 들고 나섰다.
사실, 올해 초 와인셀러를 산 이후에, 셀러가 크지는 않지만, 이런 저런 와인행사에서 사들인 와인과 혹은 이런 저런 기회에 받은 선물들로 항상 7-10병 내외의 와인이 셀러를 지키고 있지만, 신기하게도 화이트 와인은 단 한병도 없었다. 간혹, 화이트와인을 사더라도 '곁다리'일뿐 늘 레드와인에 집중했던 내게는 오늘처럼 화이트와인이 유난히 마시고 싶은 날에는 다른 방법 없이 와인샵을 들러야 하는 것이다.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이 이 와인이다. 2007 테레도라 팔랑기나 이르피니아. 이탈리아 남부의 캄파니야(Campania)지방의 주 품종인 팔랑기나(Falanghina)로 만든 화이트 와인이다. 최근 발표된 와인스펙테이터 선정 세계 100대 와인에서 "무려" 59위를 차지한 와인이다. 물론 로버트 파커니 와인스펙테이터니 하는 랭킹이 특히나 와인에서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내가 세계 100대 와인 운운한 것은, 그만큼 이 와인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와인을 김장하는 날의 기쁨(?) - 생굴과 무우생채, 저린 배추와 함께 먹었는데 특히 굴과 잘 어울리는 듯했다. 상대적으로 레드 와인에 비해 화이트 와인을 많이 마셔볼 기회가 없었던 나는 화이트 와인은 샤도네이와 쇼비뇽 블랑 정도를 기억한다. (내게 리즐링은 너무 달아서.. -_-) 그런데 이 와인은, 뭐랄까 샤도네이의 기품과 과일향, 쇼비뇽 블랑의 "쨍하는"" 느낌, 그리고 모스카토 첫잔의 (물론 모스카토 만큼 달콤하지는 않지만) 황홀함까지... 화이트 와인이 가질수 있는 다양한 맛과 느낌을 모두 가진듯했다.
한잔 마시고, 또 한잔을 설레임에 다시 마시게 되는 그런 와인인 듯싶다. 물론, "알콜 중독을 막기 위해서는 자제가 필요하다"는 블로그 포스트를 오늘 읽은지라, 음주 포스팅에 딱 좋을 만큼만 마셨다. 그러나 아직도 입가에 팔랑기나의달콤함과 향긋함, 혀끝을 자극하는 '짱짱함'이 느껴진다.
와인 스펙테이터니 뭐니 그런것 필요 없이도 "투 썸즈 업!"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는 느낌으로 설레었고, 와인을 사서 한잔하면서 느긋한 행복을 느낄수 있는 값진 하루였다.
오늘 정작 쓰려했던 포스트를 끝내 마무리 하지 못하면 어떠랴. 와인 두어잔으로 이렇게 느긋하게 기분 좋아질 수 있는데 말이다..!
(이 와인에 대한 상세 정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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