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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서'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7/02 제안서 공장장의 충격고백 (16)
  2. 2008/10/30 제안서 쓸때는 역시 소주! (24)
  3. 2008/05/22 삶의 미스테리, 대행사의 미스테리 (5)
지난 일주일은 제안서를 3건을 제출하느라 온 회사가 야근에 시달렸습니다. 마치 제안서 찍어내는 공장 같다는 우스개 소리를 나누곤 했죠. 저는 제안서 공장장인 셈인데요.. 제안서 받아만 보시는 '갑'의 입장에서는 잘 모르시겠지만 늘 먹고 살기 위해 제안서를 써야 하는 '을'에게 제안서란, (조금만 비약하자면) 웃고 울고 희비가 엇갈리는 인생의 축약도와도 같습니다.  

제안서 공장장이 들려 드리는 제안서 공정의 애환을 한번 들어 보시렵니까? (주의; 이 포스트는 10%의 사실과 65%의 과장, 8%의 공상, 12%의 오바를 통해 구성되었으니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시 말고 보면서 웃으시기 바랍니다)

제안서 만들기에는 다양한 재료가 필요합니다. 우선 리서치, 정보검색, 현황파악 및 분석 등이 가장 중요하구요 거기에 투입되는 인력도 물론 필요하죠. 제안서 공장장 일을 10년쯤 하고 있는 저로서는 늘 어떻게 하면 제안서 공정을 자동화시킬까 고민하고 있지만, 제안서라는게 좀처럼 자동화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어쩔수 없이 '노가다', 품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공장장 입장에서는 몇사람을 몇시간 투입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게 반드시 많은 자원을 배분한다고 좋은 품질의 제안서가 나오는 것이 아니어서 더욱 어렵습니다. 고민의 깊이가 중요할텐데, 깊이있는 분석과 고민을 하려면 역시 관심과 정성을 쏟아야 합니다.

어쨌든 제안서 공정과 결과물로 나온 제안서를 분류해보자면 대략 4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번째, 주문제작 제안서입니다. 주로 꼭 따야겠다는 의지가 샘솟거나 공장내 다른 일들이 별로 없어 심심하거나 계약 금액이 클때 처음부터 하나 하나 정성들여 새로 만들게 됩니다.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걸작'을 만들어 보려 끙끙거리게 되죠.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제안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제안서라는 것이 고객사의 환경과 목표가 다 다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주문제작을 해야겠지요. 그런데 한가지, 주문제작으로 너무 심혈을 기울이다 보면 디테일에 많은 힘을 쏟게 되기 때문에 간혹 큰 틀을 놓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슬픈 사실은 주문제작 제안서가 반드시 승리를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것입니다. OTL

주문제작이 어려운 경우 공장에서는 원본 제안서를 부분적으로 고쳐 제안서를 만들게 됩니다. 일명 '성형 제안서'라고 불리는 것들이죠. 성형할때의 주의점은 아무래도 원본을 바탕으로 하다 보니 정작 제안서에 필요치 않은 부분도 그대로 들어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한강 빵집' 제안서에 '동대문 자전거포를 위한 전략'이라는 제목이 달릴 수도 있습니다. 아주 바보같은 실수인 듯하지만 의외로 너무나 자주 나타나는 실수로, 성형 제안서의 가장 치명적일 수 있는 단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조각이불', 혹은 '퀼트'형 제안서도 있습니다. 이미 나와있는 제안서의 부분 부분을 조합해서 새로운 하나를 완성하는 것이죠. 사실상 가장 많이 활용되는 공정입니다. 성형제안서와 다른 점은, 성형 제안서는 원본의 틀을 거의 대부분 유지하면서 일부를 바꾸는 것이라면 퀼트형 제안서는 제안서 목차의 각 부분을 여기 저기서 차용해서 다시 새로운 하나를 구성하는 것입니다. 이때 전체적인 어울림과 전개가 잘 맞아 떨어진다면 훌륭한 제안서로 거듭나게 됩니다.

그나마 여기까지는 지극히 정상적인 공정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만일, 제안서 기한이 단 삼일이라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방법은 여러 명이 달려들어 부분 부분을 나눠 작성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일명 쪽 제안서가 탄생하는 순간이죠. 드라마에만 '쪽대본'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_-) 쪽 제안서는 여러명이 달려들어 작성되기 때문에 전체 맥락을 해치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누군가는 하나로 통합해서 총체적인 수정을 봐야만 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부족해서 어쩔수 없이 쪽 제안서를 쓰는데 통합 수정 시간이 많을리 있겠습니까? 잘못 하면 찜찜한 제안서가 되기 싶습니다.

저희는 물론 철저한 공정으로 주문제작 제안서를 만들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가끔은 세상일이 뜻한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어쩔 수 없이 조각이불을 만들기도 합니다. 아, 제안서, 제안서.. 과연 얼마나 더 많은 propose를 해야한다는 말입니까...



일과 연극 l 2009/07/02 18:46
TAG 제안서



최근 열흘간이 제게는 '제안서' 주간이었습니다. 블로그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제안서를 내야했지요. 제안서.. 그게 사실 creative 해야하는 작업이면서도 사람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갉아먹는 다소 지루한 과정입니다.

거의 제안서 주간의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제 메신저 아이디는 최근에 '제안서 쓸땐 역시 소주!'로 바뀌었습니다. 메신저 아이디가 바뀌면 메신저로 인연을 맺고 있는 네트워크 친구들이 한마디씩 건네곤 하죠. 오늘 메신저로 대화를 주고 받다가 제 오랜 친구인 '하이퍼텍스트' 블로그 운영자인 엑스리브리스님과 나눈 대화의 일부입니다. (제가 기억나는 대로 다시 적은 내용이므로 실제 워딩과는 다를수 있습니다)

E: 그러면 와인이 화를 내지 않아요?
S: 무슨뜻여?
E: 블로그에는 그렇게 와인 애호가인양 하고 제안서를 쓸때는 소주를 찾는다고 하면,
    뭔가 생산적인 일에는 와인이 아닌 소주가 낫다는 것 아닐까요? 
    와인이 서운해할 것 같아서...

재미있는 발상인 것 같아서 그동안 바빠서 돌봐주지 못했던 블로그에 포스트 하나 덧붙이려 합니다.


저의 반론(?), 아니 생각은 이렇습니다.

#1. 제안서 쓰는 일은 매우 생산적인 일임에 틀림없으나 그것을 매번 써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생산적인 일'로 인식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보통 '노가다'라고 표현합니다. 물론 노가다하는 "맛"은 있습니다만...

#2. 하루 종일 모니터 앞에서 씨름하다 마시는 소주는 "크~!"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쓴 맛이 있습니다! (쓰면서 동시에 맛있다는 의미이지요)

#3. 와인과 저의 관계는 인간세계의 연인들의 그것처럼 1대 1의 관계가 아닙니다. 저는 와인을 좋아하고 자주 찾지만 저의 와인은 소주를 마셔야 할때는 기다려 줄줄도 알죠. 와인을 마시고 "크~!"하며 김치 한점 먹는 것은 그리 맛깔스럽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지요.

#4. 사실, 선후를 따지자면 소주는 저의 오랜 친구입니다! 예전엔 해가 뉘엿뉘엿 질때쯤이면 친구, 선후배들과 모여 열띤 토론을 했었죠. 김찌찌개로 할 것이냐, 삼겹살을 구울 것이냐, 혹은 빈대떡이냐.. 그러나 변치 않은 주종은 '소주' 였습니다. -_-

#5. 저 이러다가 제 블로그의 컨셉이 "술"이 되는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술꾼도 못되는 주제에 말입니다.

필로스님의 복귀와 더불어 회사 전체의 알콜 지수가 좀 높아 졌습니다. 쌀쌀해진 날씨 탓일까요?


일과 연극 l 2008/10/30 16:54

'삶의 미스테리'라는 제목은 분명 낚시다. 나 혼잣말 되뇌이며 낚시성 제목까지 달 필요가 없는데도 말이다.

어영부영 내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제안서 마무리를 지어놓고 집으로 돌아 오면서, 정말 삶의 미스테리라고 느꼈다. 아무리 공부를 안해도, 시험공부 할때는 지옥 같아도, 시험이 끝나면 홀가분해지는 것. 취재도 덜 되어 설익은 기사 아이템 들고 끙끙 거려도, 혹은 너무 부담스런 기사를 맡아 전전긍긍해도, 마감이 지나면 어떻게든 뚝딱 기사 한꼭지 만들어 진다는 것. 그리고, 대행사의 미스테리는 바로, 제안 마감일까지는 어떻든 제안서 하나 만들어 낸다는 것. 나중엔 제안서가 제안서를 쓰고 원래 아이디어가 뭐였는지 헷갈리기도 하면서 머리 속에 폭풍이 일지만, 어쨌든 차분히 슬라이드쇼로 1페이지부터 돌이켜 보면 나름대로 말이 된다는 게 신기하다.

미디어U의 첫번째 고객은 그리 어렵지 않게 제안서를 썼다. 그렇다고 고민을 덜했다는 뜻은 아니었다. 어쩌면 고객이 우리에 대해 가진 믿음을 눈치챘기 때문일까.. 훨씬 자신있게 제안하고, 그렇게 제안한 내용들을 기대 이상으로 실행해낼 수 있었다. CJ도너스캠프이다. 처음 도너스캠프가 블로그를 구축하고 싶다고 했을 때는 거의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기업 블로그였다. (인터넷 혹은 IT 기업을 제외하고는 김치블로그 다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제안하는 나는 홈페이지에서는 거둘수 없는 효과를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지만, 우리의 말을 받아 들여준 도너스캠프의 용기, 혹은 직관력은 참 대단한 것같다. 더구나 나눔배너 이벤트나, 블로그 지식기부 등의 프로그램을 제안했을때 우리의 뜻을 적극 수용해준 것은, (대행사를 오래 해본 나로서는) 참으로 이례적인 움직임이었다. 그래서 오늘날 '나눔배너 2.0'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었다.

그 다음에 만난 고객은 처음 만나 함께 일을 하기까지 세달쯤 걸렸다. 그 사이에도 끊임없이 미팅을 가지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몇번이고 반복해서 이야기 한 끝에 드디어!! 함께 일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나치게 신중하고, 그러나 블로그의 특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핵심이 통하지 않는 통에 지금도 이벤트 하나 진행하기도 힘이 빠질 정도로 어렵다.

또 다른 고객은 블로그를 '검색 광고'의 대타로 기용하려 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고객 만족을 얻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아쉽다. 장기적으로 운영했더라면..

우리 고객 가운데는 작년 추석에 첫 만남을 가졌지만 5월 중순에 블로그를 오픈한 '울트라 신중형' 기업이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기업은, 내부적인 합의를 잘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블로그에 직원들의 열정이 스며 들었다. , 보기 좋은 사례가 될 것 같다.

어떤 고객은, 신제품 런칭을 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시도를 한다. 신제품 출시에는 '광고'가 최우선시되던 기존의 프로모션 방법을 버리고 온라인에 사활을 걸었다. 우리도 사활을 걸었다. 정말 색다른 사례가 될 것같기 때문이다. 세스 고딘이 "광고는 죽었다"라고 했던 보랏빛 소의 명제를 현실에 입증해낼 것인가.

내일 제안이 끝나면 나는 다시 제안서를 쓸 것이다. 어떤 제품, 혹은 서비스를 가진 기업이든,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있든, 우리의 삶이 다양하듯이, 형형색색의 목표를 탄탄한 실행계획으로 바꾸는 일을 해나갈 것이다. 부디 성공사례가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비록 미래는 점칠수 없다고 해도 말이다.

삶의 미스테리 만큼이나 분명한 대행사의 미스테리는, 괴롭히는 고객보다, 믿어주는 고객에 더 마음이 가고, 더 창의적이 된다는 사실이다. 고객이 하나 하나 따지기 시작하면, 이유를 만들기 위해 시간을 써야 하지만, 믿어주면, 믿음에 합당한 결과를 만드는데 목숨을 걸기 때문이다.

 

일과 연극 l 2008/05/22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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