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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5/08 내가 조용필을 좋아하는 이유 (4)
  2. 2008/08/16 산정상에 오른 킬리만자로의 표범, LA에서 만나다 (6)
아주 오래전 일이다. 고등학교 다닐때 우리 학교 방송반에서 점심시간에 음악방송을 했었는데 때마침 대마초 사건을 털고 '창밖의 여자'로 화려하게 재데뷔한 조용필의 노래가 주 레파토리였다. 도시락을 먹으며 조용필의 '단발머리'를 귀가 닳도록 들었다. 내가 가수 조용필을 좋아하게 된 건, 그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달리 사춘기적 감성을 털어낼 곳 없었던 내게 조용필의 노래는 겉치장 다 벗어 버리고 속마음을 편히 쉴 수 있는 아지트 같은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조용필의 광팬이 되었다. 그의 앨범, 화보집, 신문기사 모두 모으는 것은 물론이고, 그가 TV에 나올때마다 사진을 찍어 조용필 사진첩을 만들기도 했고, 조용필에게 편지형식으로 일기를 쓴 메모장도 한권을 채울 정도였다.

사춘기 시절엔 누구나 연예인 한번씩 폭풍처럼 좋아할 수 있는 것이지만, 조용필에 대한 남다른 애정은 벌써 30년을 넘어서 계속되고 있다. 조용필이 도선사에서 몰래 결혼을 했다는 기사를 신문 한귀퉁이에서 보거나, 음주운전으로 타고가던 벤츠 자동차가 뒤집힐 정도였다는 얘기를 들어도, 가십거리 스캔들이 있을 때도, 한번도 그에 대해 실망하거나, 팬으로서의 마음을 접은 적이 없었다. 사실, 두번째 부인이 먼저 세상을 떠나 워싱턴에서 장례를 치르며 비탄에 빠져있는 조용필의 모습을 TV로 보았을땐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느끼기까지 했다.

광팬이라면 누구나 그렇지만, 공연도 여러차례 보았다. 오늘(날짜로는 어제)도 올림필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조용필 콘서트 - 바람의 노래를 보고 왔다. 참 오랫만이었다. 2008년 LA 공연 이후 처음이다. 조용필 자신도 한 일년 가까이 콘서트를 쉬다가 처음 무대에 서는 것이라고 했다.


조용필 공연의 매력은 주름지고, 머리 새고 얼굴에 세월의 흔적을 지울 수 없는 아줌마들을 '소녀'로 변신시킨다는 점에 있다. 형광봉을 흔들고, 일어서서 펄쩍펄쩍 뛰며 노래를 따라 부른다. 물론 나도 그랬다. 이번에는 손등에 판박이까지!


무대는 조용필 답게 웅장했고, 신선했다. 워낙 공연장이 크기 때문에 무대를 움직여 조금이라도 팬들의 곁에서 노래 부르려 했다는 점이 돋보였다. 환갑이 넘은 나이지만, 그는 활력이 넘쳤고, 감동적이었다. 이번에도 오빠를 외치며 노래를 따라부르다 목이 다 쉬었다.

내가 이토록 열광적으로 조용필을 좋아하는 이유는, 물론 그의 노래가 너무 좋고, 내가 일상 생활에서 지치고 힘들때 힘도 되어 주고, 미소짓게 해주는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는 그가 온전히 자신이 잘하는 일에 빠져 나이 들도록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며, 또 그것으로부터 위안받고 기쁨을 느끼며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 좋다. 존경스럽고 닮고 싶다.  

오늘 공연에서, 첫인사로 조용필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 한해 잠실 공연 이후 근 일년을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쉬었는데, 그냥 그래보고 싶어서 그렇게 했는데, 너무 좋았던 시절도 잠시, 도대체 노래밖에는 할줄 아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어서 정말 따분했고, 무대가 그리웠다"고. 누구나 그렇듯이 굴곡있는 삶을 살았던 그였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너무나 성실하게 하고 있는 그는 '위대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느꼈다.

비단 노래 뿐 아니라 그가 살아가고 있는 모습에서, 나는 팬으로서 뿐아니라 인생의 후배로서 위안을 얻고 용기를 얻는다.

고등학교때부터, 삼십년간의 소원이었으나, 불행히도 나는 한번도 조용필을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눠 본 적은 없었다. 만약 오늘, 내가 그를 만났다면 이렇게 얘기했을 것같다. "무대에 있는 당신과 대화하고, 노래를 함께 부르고, 당신의 노래에 취해 있었던 두어시간 동안, 정말 행복했다"고 말이다.




와인과 치즈 l 2011/05/08 00:54

epilogue... 블로그를 한동안 방치했더니 너무 썰렁하군요.. 어렵게 휴가를 내어 LA에 와있습니다. 서울 생각 잊고 쉬기로 작정하고 휴가에 나섰지만, 마음이 서울로 향하는 것은 어쩔수가 없나 봅니다. LA 시간과 서울 시간을 마구 헷갈려 가며 일주일 남짓 보냈습니다. 이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LA에서 지낸 일들을 블로그에 담아 보려 합니다. 우선, 잊을수 없는 조용필 공연 부터 시작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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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

조용필을 LA에서 만났다.

우연히 휴가일정과 겹쳐 조용필 LA 공연을 이곳에서 보게 된 것이다. LA시간으로 8월 9일 저녁 7시. 노키아 씨어터에서 조용필의 노래인생 40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가 있었다. 진짜 '단발머리' 시절인 80년부터 28년간 조용필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로 남아있다. 마지막 교복세대로 나름 범생이로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지만, 조용필이 나오는 TV 프로그램은 야간 자율학습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집으로 달려와 보았던 기억이 있다. 80년부터 조용필의 거의 모든 앨범을 샀으며, 조용필에 관한 책, 온갖 사진, 기사 스크랩을 모았던 기억이 있으니 나름 열성팬이라 자부할 만 하다.

유학오기 전까지는 조용필의 예술의 전당 공연을 매년 챙겨 보기도 했었는데, 이번 공연은 정말 오랫만에 만나는 조용필 공연이었다. 엄밀히 얘기하자면 공연을 '관람'한 것이지만, 굳이 '만남'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공연장에서의 두시간여를 있다보면, 조용필과 대화를 나눈 것같은 느낌이 든다. 조용필의 얘기를 듣고, 노래를 듣고, 함께 노래를 부르고, 환호를 외치다 보면, 조용필이 왜 40년간을 노래에 빠져 살았는지를 자연히 알 것같다. 그리고 그가 얼마나 노래를 좋아하고, 관중 속에서 노래하는 것 자체를 즐기는지를 느낄수 있다.

조용필 공연을 6-7년만에 다시 보니,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하지만 무대에서의 그의 열정과 목소리의 힘은 나이를 무색케했다. 포도주가 세월을 견디며 숙성되어 부드러움과 힘이 강해지는 것처럼, 조용필의 노래 또한 세월과 함께 더 삶의 색깔을 부드럽게, 선명하게, 따뜻하게 전해주었다.

이번 공연에서 몇가지 "특별히" 감동적인 부분이 있었다. 공연 도중 조용필은 '창밖의 여자'와 '정'을 육성으로 불렀다.  수천명의 관객을 가득 메운 노키아 씨어터 무대에서 육성으로 노래의 혼을 전했다. 숨죽인 공연장, 무대에서 육성으로 전해지는 부드러운 힘. 노래와 관객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조용필의 마음과 당찬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앵콜 무대. 이번 공연의 주요 주제라고도 할 수 있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들으면서 나는 공연장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날 조용필이 들려준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그 자체로 노래 인생 40년을 말해주는 것같았다.

그는 무작성 노래가 좋아서 미8군 무대에 섰으며, 잠시 유명세를 타는가 했다가 다시 대마초 사건으로 좌절을 맞았다. 오랜 고통의 세월을 딛고 소위 오빠 부대를 모으며 최정상에도 서보았던, 그러면서도 대중들의 스타이기 때문에 부딪쳐야 했던 어려움들, 두번의 결혼과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내는 아픔, 노래와 무대 밖에는 남아있지 않은 고독한 삶... 그 굴곡과 영광과, 인기와 외로움등을 노래에 고스란히 담아내었다. '감동'이라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 이상의 무엇이 있었다.

적지 않은 세월을 살아온 나도 뭔가 저렇게 즐겁게 일하며 늙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당당하게 말이다.  
와인과 치즈 l 2008/08/16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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