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일이 그러하지만 회사를 창업해서 키워간다는 것 또한 끝없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창업을 할때는 대부분 '풍운의 꿈'을 안고 시작한다. 잘 될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은 있을 지언정 망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은 없다. 미래에 대한 장밋빛 환상을 품게 된다. 하지만 그 미래는 단숨에 다가설 수 없다. 세월을 견뎌내며 차곡차곡 쌓아가는 사람들에게만 약속된 것이다.
회사를 설립하고 한달, 두달, 일년,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은 종종 조바심을 내게 된다. 열심히 뛰어도 원하는 미래의 모습이 다가오지 않고 가도가도 끝없는 산길만 이어지다 보면 쌓아가려는 인내보다 빨리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다.
아이가 태어나서 말하고 뛰어다닐 수 없듯이 기업도 마찬가지다. 일정부분 힘을 가지고 제대로 뭔가를 해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기업을 '법인'이라고 하는 것같다. 기업도 탄생하는 순간부터 사람과 같은 속성을 많이 갖추고 있다는 것을 때로 절감하게 된다. 아이가 자라나서 의사 표현을 하기까지 적어도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기업도 제대로 모양을 갖추기 까지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보통 기업이 탄생을 해서 한 3년 정도가 지나면 먹고 살아갈 힘을 얻는다고들 한다. 3년간의 경험이 축적되면 그 기업의 명성도 어느 정도는 쌓이고 그렇게 뼈와 살이 붙어서 힘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초기 기반을 다지는데 필요한 일정시간이 때론 기다리기 어려운 시간이 되기도 한다. 마음은 벌떡 일어나서 걷고 뛰고 싶은데, 이제 막 걸음마 떼기 시작한 기업의 조직력이 뒷받침이 안될때는 절망감이 앞서기도 하는 것. 이렇게 마음이 급해지다 보면 초심을 잃고 무리수를 두게 되고 원래 그렸던 장밋빛 미래와 점점 멀어지는 결과를 낫기도 한다.
마라톤 경기처럼 페이스 조절을 잘 하면서 스스로를 잘 조절해서 나아가는 인내와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창업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시간과의 싸움은, 시장이 열리는데 필요한 시간을 기다릴 수 있는 인내이다. 이것은 회사를 창업할때 수백번을 더 고민해야 하는 과제인데, 이미 열려있는 시장에 들어가면, 지루한 기다림은 필요하지 않지만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경쟁사를 물리칠 수 있는 차별화 전략이 중요한데, 종종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자본이나 인력, 마케팅 전략 등등의 "자원(Resource)"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돈이 많이 든다는 의미다.
가장 좋기로는 조만간 열릴 시장에 반걸음 먼저 들어가,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인데, 현실에서는 '반걸음 먼저'라는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때로 기다림이 너무 오래 필요해서, 시장이 열리는 것을 끝내 기다리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종종있다.
96년 드림 커뮤니케이션즈를 설립했을때는 솔직히 3년후, 5년후를 내다보는 여유가 없었다. 당장 어떻게 먹고 살것 인가 하는 절박함 만이 가득했다. 그 당시 '벤처기업을 위한 PR 서비스'가 드림이 내세운 차별화 포인트였는데, 과연 벤처기업 가운데 PR 서비스를 원하는 기업이 있을 것인지에 대한 확신도 없었고 (솔직히 고백하건데, 그런 확신이 있는 척 했을 뿐이다), 또 그 시장이 언제 올 것인지에 대해서는 감이 없었다.
99년 인터넷 열풍이 불면서 '벤처 전성시대'를 열었으니 3년만에 시장이 열린 셈이고, 창업때부터 "벤처기업을 위한 서비스"를 주장했던 드림 또한 성장기를 맞을 수 있었다. 정말 운이 좋았다. 하지만 그것은, 돌이켜 보니 그랬던 것이고, 그것을 예측할만한 혜안이 내게는 없었다. 뒤늦게 따져보면 운이 좋았지만 96년 설립한 회사가 99년까지 드림의 주된 매출은 마이크로소프트, IBM, 3Com, 시스코등 글로벌 IT 기업들로부터 나왔다. 그래도 항상 드림의 차별화 포인트는 "벤처기업을 위한 PR"이었다.
시장을 만들어가려는 노력, 그리고 시장 안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살아갈 힘을 얻는 노력, 그 노력의 시간들을 이겨내는 기업들이 결국 살아 남는다. 미국의 수많은 기업들 가운데 100년을 넘게 지탱해 온 기업은 GE밖에는 없다. 우리 나라의 경우도 60년대 10대 기업 가운데 아직까지 명맥을 유지하는 기업을 찾아볼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기업들이 치러내야 하는 시간과의 싸움은 비단 창업 때 뿐이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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