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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3/28 왜 나는 마시는 술을 읽으려 할까? (8)
  2. 2009/03/22 친구가 소중할 때 (4)
얼마전 와인나라 창고대방출 행사에 갔다가 와인 몇병 고르면서 뜬금없이 사케에 대한 책을 샀다. 또 그 얼마전 이자카야에 갔었는데 와인리스트 처럼 몇페이지에 걸쳐 일본술 리스트가 있었는데 뭐가 뭐라는 소리인지 몰라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한때는 청주, 정종류는 나의 'favorite'중 하나였다. (도대체 안좋아하는 술이 무엇? -_-) 특히나 따끈하게 데워진 정종에 대한 기억이 각별하기 때문이다.

우리집은 딸만 셋이다. 지금이야, 세상이 바뀌어 딸에 대한 선호도가 아들보다 높지만, 우리 엄마가 새댁이었을때는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생각이 일종의 강박관념 처럼 대부분의 '새댁'에 있던 때였다. 엄마는 딸 둘을 낳고 그만 아이를 낳으려고 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눈치가 보였던지, 혹은 엄마도 아들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셨던지, 어찌 어찌 낳은 세째가 나였다. 태몽도 남자아이의 꿈을 꾸었고, (오죽 답답하셨으면..) 점을 치러 가도 열이면 열, 세째는 아들이라는 점괘가 나왔다고 한다. 어쨌든 현실은 늘 계획이나 바램과는 다른 법 - 그렇게 세째딸로 내가 태어났다.

하지만, 우리 아빠는 한번도 아들없는 서운함을 내비치신 적이 없었다. 그리 다감하신 분은 아니었지만, 아빠가 농담으로라도 아들 운운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엄마한테도 마찬가지 이셨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간혹 아빠가 마음 속으로는 아들 없는 서운함을 가지고 계시겠다고 짐작한 적이 몇번 있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아빠는, 딸들 앉혀놓고 술 한잔 하는 것을 유독 좋아하셨다. 자주 있었던 일도 아니다. 그저 명절때, 일년에 한두번씩 있는 일이었지만, 내가 대학을 다닐때, 명절음식을 차려놓고 따끈하게 데운 정종을 우리 딸들에게 따라주시며 이런 저런 얘기들을 나누었는데,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가장 환하게 웃으시던 아빠의 얼굴 이었다.

어쨌든, 그 특별한 기억 때문일까, 나는 따뜻한 사케를 무척 좋아했고, 가끔씩 사케를 마시며 아빠의 여운을 느끼곤 했다. 물론 요즘은 와인으로 변절했지만 말이다. 아빠랑 와인을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책은 전문적인 내용을, 잘 풀어서 재미있게 잘 구성했다.  잘 짜여진 책이다. 사케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놓은 사람이나 나처럼 사케 리스트를 놓고 너무 당혹스럽지 않기를 바란다면, 교양 서적으로라도 권하고 싶다.

사케 책에 대한 이 글을 쓰다가 생각이 났는데, 와인이든, 이름 어려운 사께든, 그것을 기억하고 다시 찾는 것은 꼭 꼬집어 맛이라기 보다는, 그것을 함께 마신 사람과 그 분위기를 기억하기 때문이 아닐런지... 그리고 술이 특이할수록 훨씬 술도, 사람(들)도, 그 분위기도 기억속에 오래도록 남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참이슬이나 처음처럼은 너무나 자주 마셔서 '그 때 술이 참이슬 후레쉬였지..'라고 여운을 남기기에는 너무 평범하다. 만약, 참이슬에 일련 번호라도 넣던지, 혹은 참이슬과 동물, 별자리, 꽃이름을 연결해서 identity를 부여했더라면, '참이슬-민들레를 함께했던, 그 자리를 잊지 못하지..' 이런 기억이 가능하지 않으려나..

이런 저런 술을 너무 좋아하다 보니 마시는 것은 기본이요, 심지어 읽으며 배우려 하는지도 모르겠고, 토요일 저녁, 주말까지 끝내야 할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였으니, 술을 마시는 대신,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와인과 치즈 l 2009/03/28 19:30
#01. 동창회를 비롯해서 각종 모임이 전성기를 맞는 시기가 40대 이후라고들 한다. 30대에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친구들과의 모임을 소홀히하기 쉽다. 나도 그랬던 것같다. 나이 사십을 훌쩍 넘어서면 어느 정도 안정될 것은 안정되고 포기할 것은 포기하게 된다.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도전을 하던 30대와 달리, 이제 인생이 서서히 쇠락기로 들어선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때, 사람들은 친구가 필요한 모양이다.

#02. 지난주에는 오랫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편안한 술자리가 몇번있었다.


대학원 동기이며 LA가 집인 한 친구는 서울에 나와 일하고 있다. 외국인으로 국내 기업에 일하는 어려움, 혹은 혼자서 낯가림 심한 한국 사람들 사이에 살아가는 고충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와 또 국내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대학원 동기와 셋이서 와인 한잔하며 모처럼 훌러다니는 이런 저런 얘기들 나눌 수 있었다.

특이한 것은 두 명 모두 블로그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비단 내가 '블로그 업계'에 있기 때문만은 아닌 듯했다. 블로그에서 어떤 얘기들이 오가는지, 블로그의 사회적 의미 등 나름 '의미심장한' 질문을 내게 했다. 이렇게 세상이 블로그에 관심 갖게 된 것은 촛불의 힘이 아닐런지... 정부가 블로그 하는 것에 대해서도 대단한 관심을 보였다. 그래, 블로그를 홍보에 활용하려는 측면에서는 정부가 기업들보다 한발 앞서가는 것은 사실은 것같다. 정부 블로그가 운영이 잘되고 못되고를 떠나서 관심도면에서 보자면 그렇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함께 나눈 와인은 대학원을 졸업하던 연도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것도 벌써 5년이 되어간다. 친구들과 정담을 나누는 것은 즐거웠지만, 순간 순간 대기업의 문화에 젖어있는 그들과 나의 생각의 차이를 느끼게 됐다. 그래, 너희가 어찌 벤처를 알겠니... 


#03. 둥근 소반을 마주하고 앉았다. 마이히메 준마이긴죠 한병을 놓고, 친구와 난, 십년쯤 지난 일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술은 잘 익어 좋은 향기를 냈다. "입에 붙는다"는 표현에 잘 맞는 술이었다. 일본에서 살았던 친구는 '일본식'이라는 그 집의 분위기를 신기해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특별한 연락없이 지내도, 언제 다시 마주 앉아도 어색하지 않게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건, 사람을 참 편안하게 만든다. 술잔을 비우는새 유쾌한 웃음과 심각한 전망과, 혹은 안쓰러운 현실들에 대해 얘기했다. "우리나라의 보수는 탐욕스러워 지저분하고 진보는 찌질하다" - 정치에 관심없는 우리 대화에 보수니, 진보니 하는 용어가 등장한 것을 보면 술기운이 오른 모양이다. 

그러던 친구가 갑자기 블로깅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흠. 블로그가 트렌드인가. 모든 면에 심각하고 지나칠 만큼 명분을 따지는 친구가 편안하게 블로깅을 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만약 블로깅을 한다면 정말 의미있는 주제들을 던질 수 있을 것같다. 친구의 생각의 깊이를 믿기 때문이다. 

#04. 지난주에는 어쩌다보니 일주일에 강의를 세 번이나 했다. 모 그룹의 홍보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강의는 질문이 없어 당혹스러웠다. 항상 질문을 받으면서 내가 힘주어 얘기했던 것들이 잘 먹혔는지(?)에 대해 자체 평가를 내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강의후 나눈 홍보팀장과의 대화는 나름 의미있는 것이었다. "두가지를 느꼈는데, 하나는, 이제까지 가져왔던 홍보의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는 것과, 이제는 기업 블로그를 해야할지를 결정할 시기라는 사실이다" 

어제는 한겨레PR아카데미에서 강의를 했다. 아마 지금쯤 홍보에 입문하려는 그들이 블로그를 만들려고 하지 않을까? 너무 지나친 기대일까?
와인과 치즈 l 2009/03/2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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