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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2/23 MBA에서 배운 10가지 (2)

보통 MBA 과정을 공부하기 위해 유학을 가는 사람들은 대개 학부 졸업후 몇년간 사회생활을 하게 된다. 회사를 다니다가 하던 일을 놓고 공부를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그러나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군다나 해외유학을 결심한 경우에는 유학 비용도 만만치 않아 더더욱 많은 투자가 이루어진다.

내가 다녔던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에 있는 USC Marshall Business School의 경우 1년 등록금이 32,000달러 정도이며 여기에 책값과 현지 생활비를 합치면 대개 연간 10만달러, 우리 돈으로 1억원 내외의 지출을 감수해야 하게 된다. 소비를 줄인다고 해도 MBA 기간(2년)중 1억원에서 1억 5천만원 정도는 투자를 한다고 가늠하는 것이 맞다. 지원을 전혀 받지 않는, 평범한 월급쟁이 들에게는 적지 않은 돈이다. 거기다가 2년동안 현업에서 계속 있게 될 경우 얻을 수 있는 기회비용까지 감안 한다면 확실히 인생에서 제법 큰 투자를 해야하는 일이다.

그럼 이렇게 투자를 해서 어떤 수익을 얻을 수 있을까. 비단 5, 6년전만 하더라도 MBA Premium이 적지않게 통했다. MBA 학위자에 대해 취업시 고려를 함과 동시에 그에 걸맞는 연봉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워낙 MBA 학위 보유자의 수도 많아지다 보니 예전만큼의 환대를 받지 못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경영에 필요한 학문에 대한 공부를 통해, 경영활동 전반에 걸친 정리를 통해, 용어에 익숙해지고, 개념을 보다 이해하고, 그러면서 어떤 일이라도 두렵지 않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는 건 사실인 것 같다. 일단, 어떤 과제에 부딪쳤을때 상황을 분석하는 능력,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파악하는 능력을 가지게 되면 사람이 여유가 있어지고, 그 여유에서 자신감은 나오는 것일 테니 말이다.

어쨌든, 나의 Business School 과정 2년이 공부와 씨름한 날들은 비록 아니었지만, 나는 틈틈이 한국에서 내가 6년간 회사를 경영하면서 무얼 놓쳤나, 무얼 잘 못했나, 무얼 하지 못했나를 끊임없이 되짚으면서 경영학의 개념들을 익혔다. 단순히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 보다 한발 앞서 정말 소중한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한다.

MBA에서 무얼 배웠나 생각해볼때 떠오르는 열가지 정도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Accounting

경영자로서 회사의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흐름을 알려면 당연 회계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6년간 회사를 운영하면서 당연 재무제표의 이해라든지 기본적인 회계 개념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내가 Business School에서 회계를 배우며 느낀 것은, 회계 항목을 정의하는 것도 경영자의 역할이며 무엇보다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최대의 성장'이 목표가 아니라 '안정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유학가기 전 나는 외국계 회사에 회사를 M&A시킬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회사의 입장에서도, 또한 개인적으로도 좋은 기회라는 생각에 나는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 최선을 노력을 했는데, 나의 주장의 핵심은, "우리는 설립이래 놀라운 성장을 이루어 왔고 그 성장세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였다.

당시는 2001년으로 전세계적으로 인터넷 거품이 꺼지고 경기가 쇠퇴해가는 시기였고, 더군다나 당시 회사는 IT/인터넷 기업들을 고객군으로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향후 성장을 점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물론 그 때 회사의 규모로 보아 홍보대행 서비스를 원하는 IT 기업은 충분히 많았으므로 전문성을 잃지 않는다면 그리고 적극적으로 마케팅 한다면 그 회사들을 고객으로 확보하는데는 문제가 없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계속 급속한 성장을 이룰 것이다'라는 전망은 기업을 인수하는 입장에서는 다소 분홍빛으로 비추어 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그 당시의 M&A Deal은 잠정 보류 되었다. 물론 원인은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모든 진행중인 딜을 홀딩한다는 것이 원인이었다.

그러나 만일 그때, 외부 환경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좀 더 안정적인 성장 전략을 보여주었더라면 결과는 달라질 가능성도 있지 않았을까.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그 글로벌 회사는 진심으로 한국 시장의 안정적인 진출을 위해 지분 인수가 필요했었다.  

2. Statistics

MBA 과정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과목을 꼽으라면 아마 나는 통계학을 말할 것이다. 학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나는 통계를 배울 기회가 없었다. 고작해야 고등학교 때 수학1에서 나오는 확률 계산 정도가 내가 배운 통계의 전부가 아니었을까 싶다.

처음에 표본과 실제값 'X'의 정의 사이에서 살짝 개념을 헷갈리기는 했지만, 재미있는 것은 통계학은 실제값 'X'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표본 집단의 값을 통해 그 실제값을 추론해 볼 뿐이다. 통계에서는 가설을 정하고, 가설에 따라 표본 값을 구해서 표본 값이 가설이 틀리다고 말할 수 없는 구간에 있음을 통해서, 역설적으로 가설을 증명한다.

통계학이 재미있는 것은, 마치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통계의 영향을 무척 많이 받는 다는 사실이다. 1년간 운영해온 인터넷 쇼핑몰에서 보통 방문객이 백명일때 한 건의 구매가 일어나고 평균 구매액은 3만원이라고 하자. 어느날 99명이 방문했으나 한 건도 구매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과연 그 다음 방문자가 물건을 구매할 것인가. 우리는 알수가 없다. 하지만 통계를 통해 그럴 가능성을 기대한다. 이 쇼핑몰의 하루 매출이 평균 10만원이라고 할때 내일 매출은 얼마나 될까. 이 역시 알수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마음 속으로 대략 10만원은 될 것이라고 짐작한다. 그런 점에서 통계는 미래가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나가면서 마음의 안정을 얻기 위한 좋은 처치법이라고나 할까.  

3. It depends...

첫째 학기에 Accounting을 가르친 교수님이 해준 말이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경영학적인 질문에서 언제나 통용되는 답은, "It depends.."라는 것이다.

똑 떨어지는 정답이 없는 경영활동에 대한 모호함을 설명할 수도 있고, 결국 MBA 과정에서 가르치는 것은 해답이 아니라 상황을 분석해서 전제하는 능력, 그럴 경우 각 분석으로부터 가능한 결과를 도출해지는 능력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유학하는 동안 나는 좀 사람이 모호해졌다. 항상 하나의 결론에 몰두하기 보다 이러면 이럴 수도 있고, 저러면 저럴수도 있으니.. 하는 생각의 군더더기가 많아진 듯하다.

4. Outlier  

통계학자들이 굉장히 싫어하는 개념 가운데 하나가 Outlier이다. Outlier란, 표본 집단 가운데서 데이터의 폭이 두드러지게 큰 값을 말한다. 예를들어 100개의 표본으로 이루어진 집단에서 데이터가 보통 30 - 60 사이를 오가는데 어떤 한 표본의 값이 340이었다면 다른 표본들과 너무 다른 값을 보인다. 표본의 수가 작을 수록, 때론 Outlier가 전체 평균값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 값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먼저 고심해야 한다.

Marshall School of Business의 Fulltime MBA, Class of 2004 가운데 나는 단연 Outlier에 속했다. 나이도 평균 연령에 비해 높았고 (the oldest였으니 말이다), MBA를 간 목적도, 그 이후에 계획도, 그때까지의 경험도 다른 친구들과는 달랐다. 내가 통계 시간에 Outlier의 개념을 들으면서 어찌나 반가웠던지.. 나에 대한 정의를 듣는 듯했다. Outlier - 우리 말로는 '왕따' 던가.. 한자성어로는 '군계일학'이던가.. 어느 쪽이든 평균에 다가설 수 없다는 건 불편한 일이었다.

5. Entrepreneurship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기업가 정신, 모험/도전의 정신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안정성 보다는 도전을 즐기는 사람들. 기자를 하다가 사업을 시작했고, 그것이 어느 정도 기반이 잡히는가 했더니, 다시 공부를 결심한 나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도전정신이 충만하다'고 표현한다. 불안감을 두려워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 우리 말로, 맨땅에 헤딩을 해서라도 기어이 뭔가를 만들어 내는 단순 무식한 용기를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Entrepreneurship은 전체 MBA 과정에서 가르치는 것과는 상반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MBA 프로그램은 대체로 안정적인 성장, 예측가능한 환경, 위험 분산에 초점을 맞춘다. 그런데 Entrepreneurship은 그것들과는 배치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물론 강의에서는 창업을 할때 따져보아야 하는 점들에 대해 주로 배운다. 사업 아이템이 독특한가부터 시장 확대 가능성, 자금조달, ... 그리고 Exit Plan에 이르기까지.  

나는 MBA 과정을 배우면서 나의 DNA 한 부분이라고 여겼던 Entrepreneurship이 퇴보한 것을 느꼈다. 물론 공부를 끝내고 다시 그 '단순, 무식'한 용기를 벼러 비비댈 언덕 없는 타국에서 창업을 하였지만, 올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비행기 안에서 "당분간, 한 5년간은 창업은 하지 말자"라는 결심을 했다.  

6. Philip Kotler, Marketing Management

Philip Kotler 교수가 쓴 와인색 커버의 'Marketing Management'. 가끔은 책상에 엎드려 배고 자기도 했지만 지금까지도 일할 때 많은 도움을 얻는 책이다. 마케팅. 그 광범위하고도 현학적인 내용들을 어찌 다 소화할 수 있겠는가. 책의 목차만 알아도 족한 것을...

7. Michael Porter, Strategy and Competitiveness

마케팅 분야에 Kotler 교수가 있다면 전략 분야에는 Michael Porter 교수가 있다. 기업 전략과 글로벌 전략을 가르쳤던 밤브리 교수 (인도태생으로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거쳐 그 곳에서 교수생활을 했다)로 부터 거의 귀에 딱지가 않도록 듣고 배운 Framework이 Porter 교수의 5 Forces Analysis였다. 기업의 핵심 경쟁력, 경쟁전략을 어떻게 분석하는가를 다양한 케이스로 배웠다. 참 유용한 분석의 틀이었다.

그런데 블루오션 전략이 등장하고, 심지어 '나이키의 상대는 닌텐도'라는 주장도 대두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는 산업내 경쟁 전략 만으로 모든 것을 해석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점점 전략 세우기가 복잡하고 힘이 들어 질테다.

8. Global Learning

기업의 글로벌 전략에서 활용하는 여러가지 Framework 가운데 Global Learning이라는 개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전세계 기업들은 각기 다른 나라에서, 지역에서, 문화에서 그 곳의 특화된 강점을 살려 배워나간다. 그렇게 모두가 똑똑해지고, 나아가 세계가 하나가 되는 거구나...하는 발견.

9. Change, or Die!

기업의 역사가 긴 미국에서도 100년을 넘게 살아 남은 회사는 GE 하나 뿐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1965년도에 국내 10대 기업에 들었던 회사 가운데 지금까지 남아있는 회사가 하나도 없다. 불과 40여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이런 사실은 무얼 말하는가. 한때 아무리 잘나가는 기업이라고 해도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조차 힘들다는 것. 유일하게 살아 남은 기업 GE가 발전을 거듭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동인은 변화하려는 노력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기업들은 모두 외친다. "변화하지 못하면 죽는다!'고.

10. Good is the Enemy of Great

좋은 회사로 성장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어느 시기에도 발빠른 성장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 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좋은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자만'에 빠져있고 때문에 현 상태에서 더 좋은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분석이다.

Organization Behavior를 가르쳤던 교수님이 리더쉽에 대해 얘기하면서, 좋은 리더는,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카리스마 넘치고, 전문지식이 뛰어나고, 직원을 휘어잡아 리드하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좋은 기업을 위대한 기업으로 변화시킨 최상위 개념의 Level 5 리더들은 대개 "great listner" 였고, 평상시에는 조용한 성격인 경우가 더 많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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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asys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