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포항공대에서 기술경영대학 창업론 특강을 했다. 창업론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지난 나의 (세번에 걸친) 창업 과정을 이야기 하면서 시장을 보는 법, 기회를 판단하는 법, Exit 전략 등등에 대해 점검해보는 자리였다. 미디어유를 포함해서 세번의 창업 경험이 있는 지라 학생들 입장에서는 아마도 조금은 색다른 이야기를 듣는 자리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학생들과 꿈과 모험과 도전을 이야기하는 시간은 내게도 힘이되는 유익한 자리였다.
무엇보다도 내게는 길고 고단한 하루였는데, 그 와중에서도 내게 힘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어 좋았다.
그 날의 일정이 고단했던 것은 순전히 내 탓이었다. 포항공대까지 가는 길이 너무 험난하였다. 10시 비행기를 놓쳤다. 아침에 늦게 일어난 것도 아니었건만, 내가 왜 그랬는지 여유를 부렸었나보다.. 도착하니 탑승 마감이 되었단다. 순간 하늘이 깜깜해지는 기분이었다. 오후 1시 15분부터 강의였는데 다음 비행기는 가장 빠른것이 오후 1시였으니, 난감할 밖에. 일단 보이는대로 가장 빠른 비행기를 보니 부산행 10시 30분이 눈에 띄였다. 그렇게 부산에 내려서 부산부터 포항까지는 택시로.. -_- 넋놓고 지낸 것에 대한 벌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12시 55분에 포항공대에 도착하여 클럽샌드위치라도 먹고 강의에 들어갈 수 있었다. 위기대처 미션 완수!
아침부터 부산을 떨고 긴장을 하면서 달려간 그 곳에서 두시간여 내가 창업을 했던 경험들, 위기의 순간들, 그리고 성장의 순간들에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의외로 질문이 많았다. 그리고 '요즘 메타 블로그가 다음이나 네이버와 같은 포탈의 영향으로 이전만큼 주목도가 높지 않은데 대한 대책은 무엇이냐?' 혹은 '기업들이 블로그 마케팅에 관심을 보이면서 오히려 블로고스피어가 재미가 없어졌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등등의 구체적인 질문들도 있었다.
질문을 받고 답하면서 나는 마음 속으로 느꼈다. 사람들과 그런 대화를 나누는 것이 내게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주고 힘나게 만드는지... 보약에 비타민에 각종 영양제를 몽땅 챙겨 먹은, 힘이 생기는 듯했다.
강의후 밤늦게 메일 한통을 받았다. '이지선 선생님께'라는 제목이 달린 메일의 내용에는 이런 얘기들이 있었다.
대학에 온 이후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보다는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되돌아보는 과정, 마음의 위안, 자신과의 싸움... 모두 지금 제게 절실한 것들입니다.이미지로만 생각하던 것을 하나씩 집어서 말씀해주셔서 얼마나 시원했는지 몰라요.
(중략) 아직 어색하겠지만.. 말씀하신대로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제 자신을 좀 더 사랑하고자 합니다.꼭 지켜지진 않더라도 미래 비전이나 계획도 세워보고 싶구요 비전과 함께 가능하다면 새로운 패러다임(new media)에도 동참해보고 싶습니다.
돌아와서 밀린 일 하느라 정신없었던 내게 이메일은 커다란 위안과 힘이 되었다. 힘겹게 보내는 하루, 하루가, 그리고 그것의 총합이 다른 누군가에게 좋은 조언이 될 수 있다면, 그걸로도 커다란 걸 얻은 게지 싶었다.
나는 학생들에게 Entrepreneurship을 이야기 했지만, 비단 창업을 위해서 필요한 마음가짐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상을 살아가는 데도 - 회사를 창업하던, 조직에서 일하던, 공부를 하던, 심지어 사람을 만날 때에도 - 변화와 도전을 받아 들이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마음은 꼭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지금 내게 필요한 것도 '기업가정신'이 아닐지... 조금은 다른 방법으로, 내 삶을 개척하려는 노력은 사십대에도 역시, 계속 되어야 하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사람은 사람으로부터 힘을 얻고 지혜를 배우며, 서로 기대며 살아간다. 아주 사소한 진리를 얻게 되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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